‘20년 숙원’ vs ‘결사 반대’...공수처 둘러싼 3대 쟁점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0.07.06 14:00
  • 호수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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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 논란에 외부 통제 장치 결여, 정치적 독립성 우려까지 제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법적 출범일인 7월15일이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야당은 결사 저지 태세를 보이고 있다. 아직 공수처장 후보 추천과 후속 입법 등이 남아 있는데, 야당의 협조 없이는 출범일을 맞출 수 없는 상황이다.

공수처는 문재인 대통령의 20년 된 숙원이다. 문 대통령은 ‘평생 동지’인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지를 이어받아 공수처 신설을 강력히 추진했다. 그러나 미래통합당(통합당)은 공수처를 ‘권력에 대한 감시가 아닌 권력의 비리를 감추는 무소불위의 정권 홍위병’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통합당은 공수처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도 청구했고,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구성 자체도 막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는 별개로 학계에서도 공수처의 공정한 운영을 위한 여러 가지 제안이 나오고 있다.

공수처에 대한 문제점은 △‘독립기구’ 공수처-위헌 논란 및 통제장치 결여 △수사권과 기소권 문제 △정치적 독립성 논란 등으로 나눠 볼 수 있다.

2월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준비단 현판식이 열렸다. 왼쪽부터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 정세균 총리, 남기명 설립준비단장, 진영 행안부 장관, 김조원 청와대 민정수석 ⓒ연합뉴스
2월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준비단 현판식이 열렸다. 왼쪽부터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 정세균 총리, 남기명 설립준비단장, 진영 행안부 장관, 김조원 청와대 민정수석 ⓒ연합뉴스

▒ 헌법상 설치 근거가 없다

공수처를 둘러싼 논란 중에서 가장 뜨거운 것이 ‘공수처를 신설할 수 있는 헌법상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다.

공수처법 제3조 2항은 “수사처(공수처)는 그 권한에 속하는 직무를 독립하여 수행한다”고 밝히고 있다. 공수처는 입법부-행정부-사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적 기관이다. 3부에 속하지 않는 기관을 설치하려면, 헌법에 별도의 규정이 있어야 한다. 감사원, 선거관리위원회가 이에 해당한다. 즉, 공수처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법률이 아닌 헌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역시 독립된 기관이지만, 헌법에 별도 규정이 없다. 그러나 인권위는 공수처처럼 수사권-기소권을 가진 기관이 아니다. 인권위는 강제력을 갖지 못하는 ‘권고’ 기관에 불과하다. 또한 특별검사 역시 독립된 기관이지만, 특정 사건에 대해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임시기구’다. 이런 이유로 ‘상설기구’인 공수처와는 다른 맥락이라는 것이 ‘공수처 위헌’을 주장하는 측의 시각이다.

독립된 기관으로 설치된 공수처는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공수처는 수사권과 기소권(고위 공직자 중 법관,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및 그 가족만 해당)을 가진다는 점에서 검찰과 궤를 같이한다. 검찰권에 대한 통제는 법무부 장관을 통해 이뤄진다. 법무부 장관은 인사권(제청권), 예산권, 법무부 감찰권,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등을 통해 검찰을 지휘·감독하며 검찰총장을 견제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통제되지 않는 권력(검찰)은 폭주기관차와 같고 그 폭주는 반드시 국민의 피해로 귀결된다”고 수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수처는 법무부에 속하지 않은 독립된 기관이기 때문에, 공수처가 수사권-기소권을 남용할 때 이를 통제할 외부 장치가 없다. 공수처가 또다른 폭주기관차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장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돼 있다. 인사권의 경우, 공수처장은 공수처 차장에 대한 제청권을 갖고 있다. 공수처 검사의 임명은 인사위원회에서 결정하는데, 7명의 인사위원은 공수처장, 공수처 차장, 공수처장이 추천한 1인, 여당 추천 2인, 야당 추천 2인으로 구성된다. 과반수 찬성(4표)으로 의결되는데, 최소 3표(공수처장, 차장, 공수처장 추천)가 공수처장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예산권과 수사지휘권은 당연히 공수처장의 권한이며, 외부 감찰에 대한 규정은 없다.

공수처장은 법무부 장관과 유사한 ‘권한’을 가지지만, 법무부 장관에게 부여된 만큼의 ‘책임’은 지지 않는다. 검찰의 최고 감독자인 법무부 장관에 대한 감시는 국회를 통해 이뤄진다. 국회가 보유한 장관(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소추권, 해임건의권이 이에 해당한다. 탄핵소추는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경우에만 가능하다. 그러나 국회는 해임건의권을 통해 법무부 장관에게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법무부 장관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수사지휘를 하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될 경우, 국회는 국회 재적의원의 과반수 찬성으로 대통령에게 해임 건의를 할 수 있다. 해임건의권은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로, 국민으로부터 ‘선출된 권력’인 국회가 해임건의를 한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 역시 이를 거부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공수처장이 아무리 편향된 수사지휘를 할지라도 국회는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공수처장은 해임건의를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수처장은 검찰총장처럼 법으로 임기(3년)를 보장받고, 공수처법상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지 않고서는 파면되지 않는다. 즉, 공수처장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권한의 장점만을 갖고 있는 셈이다.

1월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조국수호·검찰개혁을 위한 서초달빛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공수처법 통과를 반기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1월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조국수호·검찰개혁을 위한 서초달빛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공수처법 통과를 반기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수사권과 기소권을 둘러싼 논란

공수처는 검찰 개혁의 한 갈래로 추진됐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 개혁은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는 것이 핵심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을 부여했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 역시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 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축소했다. 즉,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궁극적으로 검찰이 기소권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검찰이 독점적으로 행사하던 기소권 역시 공수처를 통해 다원화했다. 

그런데 공수처는 공소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이는 권한 분산이라는 검찰 개혁에 반(反)하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공수처 역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6월25일 공수처 설립준비단(남기명 단장) 주최로 열린 ‘선진수사기구로 출범하기 위한 공수처 설립방향’ 공청회에 참석한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 내부에 공소부와 수사부를 분리해야 한다”면서 “공소부는 법률 전문가인 검사가 공소 유지를 하고, 수사부는 기소에 관여하지 않는 수사관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소권과 기소권을 둘러싼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위헌 논란으로 번졌다.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 중 법관,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및 그 가족에 대해서만 기소권을 가진다. 그런데 공수처법은 기소권이 없는 다른 고위 공직자에 대한 수사에서도 공수처 검사가 영장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영장청구권은 헌법에 명시된 검사의 고유 권한이다.

그런데 ‘기소권을 행사할 수 없는 공수처 검사는 검사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즉 기소권이 없는 공수처 사건을 맡은 검사는 수사권만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경찰과 같은 ‘사법경찰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소권 없는 공수처 검사가 영장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주장이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공수처 검사를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공수처 검사 누구도 영장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1962년 5차 개헌 당시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이 명시됐다. 당시의 개헌 취지는 '검찰청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검찰청 소속 검사) 외에는 영장을 청구할 수 없다'라는 것이었기 때문에 공수처 검사에게는 영장청구권이 없다는 주장이다.

6월25일 공수처 관련 공청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남기명 공수처 설립준비단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연합뉴스
6월25일 공수처 관련 공청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남기명 공수처 설립준비단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연합뉴스

▒ 정치적 중립 위한 통제 장치 필요

공수처는 정치적 중립성이 반드시 담보돼야 한다. 그러지 못할 경우 정권 홍위병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공수처 구성원을 공정한 인물로 채우는 것이 관건이다. 공수처는 공수처장을 비롯해 25명 이내의 검사와 40명 이내의 수사관으로 구성된다. 조직의 규모가 검찰과 비견할 수 없을 만큼 작다. 이에 따라 특정 세력이 자기의 입맛에 맞는 인물들로 공수처를 채울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공수처장이 막강한 권한을 가진 만큼 어떤 인물이 공수처장이 되는가에 따라 공수처의 성패가 좌우될 수 있다. 그러나 공수처장의 임기는 3년이고 공수처 검사는 최대 9년까지 근무할 수 있기 때문에 공수처장이 아닌 공수처 검사들의 카르텔을 더욱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제도적 보완책도 필요하다. 한상훈 교수는 공청회에서 공수처장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공정성 문제를 피하기 위해 공수처장의 결정을 통제할 ‘공수처공정운영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이 위원회에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켜 기소, 사건 이첩, 영장청구 등 공수처 활동 전반을 심의해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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