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소확행 창업’에 주목하라
  • 김상훈 창업통 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7.14 13:00
  • 호수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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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_창업] 실속 창업 흐름에 각광받는 상권과 아이템은?

코로나 시대는 금방 멈출 기세가 아니다. 국내 창업시장은 ‘새 틀 짜기’에 들어간 형국이다. 코로나가 즐거운 가게도 있지만, 문 닫는 가게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상권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측면도 있다. 폐업점포가 늘어가는 것은 또 다른 개업점포와 연결된다. 간판을 바꾸고 업종전환을 서두르는 가게들도 눈에 띈다. 현재 아이템으로 코로나 시대를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는 가게들이다. 코로나 시대는 자영업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상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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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소확행 창업인가?

600만 소상공인들의 꿈도 달라지고 있다. 부자 되고 싶다고 자영업을 벌여 부자가 될 수 있는 생태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영업 사장님들의 지향점은 무엇일까? 창업자가 건강하고 행복한 실속창업, 큰 부자는 아닐지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지속 가능한 ‘소확행 창업’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창업자들의 꿈은 ‘부자’였다. ‘부자 되세요’라는 광고카피까지 등장하기도 했었다. 누구나 부자가 된다면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2000년 밀레니엄 시대를 지나 또 20년이 흘렀다. 국내 창업시장의 온도는 현격히 달라졌다. 축구장 70배 규모의 신세계 ‘스타필드’ 이후 한국 소비자들에게 큰 가게는 뉴스 거리가 되지 못한다. ‘대형화 & 전문화’를 무기로 대형 점포가 주도하는 창업시장은 이제 더 이상 국내 소비자들에게 큰 주목거리는 아니다. ‘원 오브 뎀’일 뿐이다.

오히려 운치 있는 골목 안쪽의 앙증맞는 작은 가게가 더 큰 뉴스 거리다. 원도심의 골목상권을 찾아다니는 신세대 마니아 소비자들이 최근 늘고 있다. 80년대 스타일의 복고 아이템이 다시 부상하기도 한다. 시장을 분석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뉴트로’ 감성과 연계된다. 전국에 500개가 넘게 오픈한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같은 대형마트와 대형 쇼핑몰 소비에 대한 반등작용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 와중에 ‘코로나19’라는 외부적 악재가 우리에게 다가왔고, 창업자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무엇보다도 세상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급변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의 삶의 가치까지 새판을 짜는 분위기다. 그들의 지갑을 열게 해야 하는 창업자들은 생각이 많아진다. 결국 창업자들의 삶과 인생도 코로나 시대에 맞게 새 틀을 만들지 않으면 생존하기 힘들 수 있다는 위기경보까지 켜졌다. 한편으로는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코로나로 인해 건강이 위협받는다면 모든 게 무의미해진다. 창업자들도 이제는 내가 건강하고 행복한 창업 세상을 꿈꿀 수밖에 없다. 소확행 창업에 주목하는 이유다.

소확행 창업은 다점포 출점을 지향하는 얄팍한 프랜차이즈 가맹점과는 거리가 멀다.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유행 정도에 따라 내 브랜드의 수명곡선이 결정되곤 했다. 반면에 소확행 창업의 첫 단추는 나만의 상호를 거는 독립창업 스타일의 작은 가게 창업이다. 투자금액 또한 지금까지는 1억원 창업이 많았던 반면, 5000만원 내외의 소자본 창업자가 늘 것으로 보인다. 점포 규모 또한 10평 내외의 소점포 창업 형태가 지배적인 콘셉트다.

결국 소확행 창업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반짝 유행하는 아이템보다는 오랫동안 지속 가능한 장수 창업 콘셉트라고 볼 수 있다. 영업일수 측면에서도 창업자의 행복지수를 위해 1주일에 하루는 꿀맛 같은 휴일을 가져야 한다. 창업자의 재충전 없는 건강지수 높이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소확행 창업을 실행하는 상권은 어디일까? 지난해 말 발표된 ‘슬세권’이라는 소비 트렌드 키워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슬리퍼 신고 다니면서 집과 가까운 동네상권 가게들 소비에 집중하는 슬리퍼족 소비자들을 말한다. 창업자 입장에서는 저평가된 동네상권이 어디인가를 늘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는 동네상권이라도 오래된 세월의 깊은 콘텐츠가 녹아 있는 골목상권이라면 금상첨화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수원 화성 뒷골목 상권인 행궁동 골목상권에 주말이면 신세대 소비자들이 몰리는 것 또한 동네상권의 재발견이라고 볼 수 있다. 동네상권은 배달 수요가 밀집한 배달상권과 궤를 같이한다. 서울과 지방을 연결하는 관문상권인 KTX, SRT 역세상권 또한 주목할 만한 상권이다. 당분간 국내 소도시 여행 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소확행 아이템은 천차만별, 부지기수다. 외식업 중에서는 식사류와 딱 한 잔 콘셉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서울 을지로 골목에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복고풍 주점 콘셉트는 당분간 많이 생겨날 가능성이 크다. 판매업 아이템 중에서는 온라인 매출로 연계할 수 있는 슬로푸드 아이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식품 제조·가공을 기반으로 한 O2O 유통 아이템이다. 아날로그 푸드인 저장발효식품, 장류 아이템, 즉석 반찬류 제조·판매 시장도 확대될 전망이다.

ⓒ김상훈 제공

소확행 창업 때 유의할 점

소확행 창업시장은 거부할 수 없는 물결과도 같다. 자영업 구조조정기를 거치고 난 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창업법 실체와 가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작은 가게라도 나만의 경쟁력이 있는 시장 노하우와 경쟁력을 갖춘 사람만이 생존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큰돈을 버는 것이 절대 목표는 아닌 시대로 치닫고 있다. 창업자인 내가 즐겁고 재밌고 의미 있는 지속 가능한 창업시장의 도래를 예측할 수 있다. 덩달아 일로서의 창업 시대, 두 번째 잡(Job)으로서의 창업시장은 활짝 열릴 것으로 보인다.

소확행 창업시장은 ‘빨리빨리 창업’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느린 창업시장과 궤를 같이한다. 제대로 된 핵심기술을 배워 차근차근 준비하고 오픈하는 창업시장이라는 얘기다. 정부에서도 소확행 창업교육장 같은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오랫동안 살아남는 알짜배기 가게의 주인으로 등극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은 늘 필요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소확행 창업은 온·오프라인을 겸비한 컨버전스 창업시장이다. 창업자 역시 온라인 시장에서 나만의 콘텐츠를 개발하고 서비스할 수 있는 역량 갖추기에 치중해야 한다. 작은 가게일수록 디테일 경쟁력에 강해야 한다는 사실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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