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XA토큰 발행사와 이정훈(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은 한 몸이었다”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0.07.10 10:10
  • 호수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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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BXA 투자사기 사건에 처음 말문 연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

이정훈 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과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에 대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투자사기 등의 혐의와 관련해서다. 빗썸거래소 상장을 미끼로 암호화폐인 ‘BXA토큰’을 판매한 뒤 상장하지 않아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이번 사건은 이 의장과 김 회장 간에 체결한 빗썸 주식매매계약에서 비롯됐다. 김 회장은 2018년 10월 빗썸을 3억5000만 달러에 인수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빗썸 인수는 결국 불발에 그쳤다. 김 회장이 계약금 1억 달러를 제외한 잔금을 끝내 납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 회장은 지난해 10월 이 의장을 상대로 계약금을 반환하라는 취지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 의장이 BXA를 빗썸거래소에 상장시켜 인수자금 확보를 돕겠다는 약정을 어겼다는 이유에서였다. 김 회장은 투자자에게 피해가 발생한 것도 이 의장의 상장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사진)은 “이정훈 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이 BXA 빗썸거래소 상장 약속을 지키지 않은 데 따른 최대 피해자가 나”라고 주장했다. ⓒ시사저널 박정훈·연합뉴스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사진)은 “이정훈 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이 BXA 빗썸거래소 상장 약속을 지키지 않은 데 따른 최대 피해자가 나”라고 주장했다. ⓒ시사저널 박정훈·연합뉴스

김 회장 “1000억원 몰취당한 최대 피해자”

이 의장은 줄곧 이런 사실을 부인해 왔다. BXA 빗썸거래소 상장 약속은 전혀 사실무근이며, 토큰 발행과 판매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사저널이 앞선 보도에서 공개한 이면계약서 내용은 이런 주장과 차이가 있었다(시사저널 제1603호 ‘[단독]이면계약서에 담긴 빗썸 투자사기 사건의 진실’ 참조). 실제 이면계약서에는 이 의장이 BXA를 상장시켜 김 회장의 인수자금 확보를 돕겠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시사저널 보도 직후 빗썸 측은 ‘시사저널 보도에 대한 해명보도’(이하 자료)라는 내부문서를 작성했다. 추가적인 언론 취재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자료는 주로 이 의장의 입장을 대변하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었다. BXA토큰 발행과 판매를 김 회장이 주도했고, 계획적으로 투자자들을 기망했다는 것이었다. 또 이 의장 측과 빗썸 측은 BXA토큰 발행과 판매 과정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결국 빗썸 인수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무응답으로 일관해 오던 김 회장이 말문을 열었다. 그는 7월9일 시사저널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 의장은 BXA와 관련해 발생한 문제들의 모든 책임이 나에게 있다고 주장한다”며 “수사기관의 수사를 통해 이런 주장이 명백한 허위임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료에는 이번 사건의 쟁점들이 정리돼 있었다. 최대 쟁점 중 하나는 이 의장이 김 회장의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BXA 상장을 약속했는지 여부였다. 시사저널의 앞선 보도에서 공개한 이면계약서에는 ‘이 의장이 암호화폐 발행 후 글로벌 거래소 또는 빗썸거래소 상장을 최우선으로 진행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자료에서 빗썸 측은 이 문구를 이 의장이 상장을 ‘확약’한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는 의미였다고 해석했다. 빗썸 측은 또 김 의장의 약정 위반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BXA가 빗썸거래소 이외의 다른 글로벌 거래소에 상장됐다는 이유에서다. 김  회장의 주장은 달랐다.

“이 의장이 먼저 접근해 투자 제안을 했다. 2018년 이 의장 측근인 이상준 전 빗썸홀딩스 사장이 접근해 왔고, BK성형외과까지 찾아와 투자를 제안했다. 그해 7월 싱가포르에서 이 의장을 만나 빗썸 공동 인수 제안을 받았다. 투자계획은 주로 이 의장 쪽에서 들고 왔다. 이 과정에서 이 의장은 빗썸거래소에 BXA 코인을 상장시켜주겠다고 했다. 이런 약속만 철석같이 믿고 개인자금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한 것이다. 현재 투자금 1000억원과 코인 판매대금 약 2000만 달러는 싱가포르 법인 BK컨소시엄(BTHMB)을 통해 전부 이 의장 측에 지급된 상태다. 또 39억원 상당의 BXA토큰도 직접 구매해 보유하고 있다. 나는 이 의장이 BXA의 빗썸거래소 상장 약속을 지키지 않은 데 따른 최대 피해자다.”

빗썸코리아는 이정훈 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사진)이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에게 BXA의 빗썸거래소 상장을 ‘확약’한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시사저널 임준선
빗썸코리아는 이정훈 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사진)이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에게 BXA의 빗썸거래소 상장을 ‘확약’한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시사저널 임준선

빗썸 “전혀 몰랐다” vs 김 회장 “이 의장 주도”

빗썸 측은 또 ‘BXA의 판매 주체는 김 회장’이라고도 주장했다. 자료에 따르면 김 회장은 이 의장과 계약 직후인 2018년 10월17일 오렌지블록과 위탁판매계약을 맺어 BXA토큰을 독자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지위에 오르게 됐다. 따라서 BK컨소시엄과 빗썸 측은 BXA 판매에 관여할 여지가 없었고 판매 과정도 전혀 몰랐다는 게 빗썸코리아의 설명이다.

그러나 빗썸 측은 계약 당사자인 이 의장이 BXA 발행과 판매 과정을 인지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이 의장은 그동안 언론을 통해 자신은 BXA 발행과 판매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런 주장에 대해서도 김 회장은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에 따르면 BXA의 기초는 이 의장이 실소유주였던 싱가포르 코인 전문업체 비버스터(B.BUISTER PTE. LTD.)에서 발행했던 BB코인이다. 따라서 BXA의 개발과 발행 등의 업무는 모두 이 의장이 주도했다는 게 김 회장 측의 주장이다.

“BXA토큰은 BK컨소시엄이 2018년 10월12일 비버스터와 자산양수도계약을 통해 확보한 ‘BB코인 관련 자산’을 기초로 개발했다. 비버스터는 이 의장이 지배하는 회사였다. 대표이사도 이 의장의 심복인 김아무개씨가 맡아왔다. 당초 이 의장은 비버스터를 통해 빗썸을 인수한다는 투자계획을 들고 왔다. 비버스터에서 개발한 BB코인을 상장시켜 인수자금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중간에 어떤 이유에서인지 BK컨소시엄을 통해 빗썸을 인수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계획 변경에 따라 BK컨소시엄은 비버스터와의 자산양수도계약에 따라 비버스터의 인적·물적 자산을 승계했다. 사실상 비버스터가 BK컨소시엄으로 사명을 바꾼 것과 다름없다. 이후 BXA코인의 개발과 발행, 상장 신청 등의 업무는 모두 이 의장 측근들이 주도적으로 진행했다.”

물론 주식매매계약 이후 김 회장이 BK컨소시엄의 대표이사를 맡았다는 점에서 이 의장의 영향력이 약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김 회장은 BK컨소시엄에 대한 이 의장의 지배력이 여전했음을 명확히 했다.

“BK컨소시엄은 나와 이 의장이 내세운 중국계 싱가포르인 토니 쑨(Tony Sun·중국명 Sun YingJun)이 공동대표를 맡았다. 또 내가 선임한 이사 1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이 의장 측 사람이었다. BK컨소시엄이 사실상 이 의장의 회사였던 셈이다.”

김 회장은 BK컨소시엄과 빗썸코리아가 BXA 판매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BXA토큰의 판매 구조상 절대 모를 수 없다는 설명이다.

“BXA가 판매되기 위해선 BK컨소시엄에서 구매자들의 전자지갑으로 BXA토큰을 보내줘야 한다. 이런 업무는 빗썸코리아 직원들이 싱가포르 BK컨소시엄 사무실에 와서 실행했다. 또 빗썸 측은 BXA 상장 예정 사실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하기도 했다. 따라서 BXA 판매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주장은 명백한 허위다. 이런 맥락에서 빗썸코리아와 BK컨소시엄을 지배하는 이 의장이 BXA 판매를 몰랐다는 주장도 어불성설이다.”

 

빗썸이 문제 제기한 인터뷰, 빗썸이 준비

빗썸 측은 2018년 12월 김 회장의 언론 인터뷰 내용도 문제 삼았다. 당시 김 회장은 빗썸 인수자금은 자기자본으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김 회장이 인수 잔금을 납부하지 못한 점을 들며빗썸 측은 “자력으로 인수할 의사나 능력 없이 투자자들로부터 판매대금을 사취해 이를 인수자금으로 사용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서도 김 회장은 해당 인터뷰를 이 의장과 상의해서 결정했고, 모든 준비를 빗썸에서 추진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인터뷰를 문제 삼는 것은 자기모순이라는 것이다.

“당시 인터뷰는 빗썸 측에서 주도했다. 2018년 12월 자금 문제로 빗썸 인수에 차질이 빚어졌다거나, BXA토큰으로만 자금을 조달한다는 의혹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이 의장 측과 상의한 결과 언론 인터뷰를 하기로 한 것이다. 인터뷰를 위한 기자회견 장소 섭외 및 식사 준비, 기자 모집 등은 모두 빗썸 홍보실 직원들이 맡아 진행했고, 비용도 빗썸코리아에서 댔다. 그리고 이때까지만 해도 BK컨소시엄에 유상증자 방식으로 투자를 하겠다는 재무적 투자자(FI)들이 다수 있었다. 투자금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기자회견이 끝난 뒤 ‘재무적 투자자들을 통해 확보한 자기자본으로 잔금을 지급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다.”

김 회장은 이 의장이 BXA와의 관련성을 부인하는 것을 책임 회피라고 지적했다. 빗썸거래소 상장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발생한 자신과 투자자들 피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 의장의 약속만 믿고 있다 투자금 1000억원을 날렸고, 잔금지급기일을 넘겼다는 이유로 BK컨소시엄 공동대표에서도 물러나게 됐다. 반면 이 의장은 주식매도자금으로 1000억원 상당의 이익을 취하고, BK컨소시엄까지 완전히 장악했다. 이런 결과를 놓고 보면 피해자가 누구인지는 삼척동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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