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유충 공포’ 덮친 수도권…서울서도 신고
  • 이혜영 객원기자 (applekroop@naver.com)
  • 승인 2020.07.20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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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 유입 경로 정밀조사…저수조 주변 벌레 서식 확인
인천, 폐쇄형 정수장서도 유충 추정 물체 발견돼 비상
서울 중구 한 아파트 주민이 수돗물을 사용한 후 발견한 유충 ⓒ 연합뉴스
서울 중구 한 아파트 주민이 수돗물을 사용한 후 발견한 유충 ⓒ 연합뉴스

수돗물 유충 공포가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인천과 경기 일부 지역에 이어 서울에서도 유충으로 추정되는 벌레가 발견됐다고 신고 됐다. 시민들의 '물 공포'가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20일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인 19일 오후 11시께 서울시 중구의 한 아파트에 산는 주민 김모씨가 욕실 바닥에서 유충 한 마리를 발견했다며 중부수도사업소에 신고했다. 김씨는 발견한 유충이 "1㎝ 정도 길이에 머리카락 굵기의 붉은 벌레다"라며 "물속에서 실지렁이처럼 꿈틀거린다"고 말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들은 현장에 도착해 김씨가 발견한 유충을 수거했으며, 이를 서울물연구원에 맡겨 분석을 의뢰한 상태다. 상수도사업본부는 현장조사를 통해 이 유충이 수도관을 거쳐 샤워기로 나온 것인지 아니면 배수구나 전혀 다른 통로를 통해 들어온 것인지를 정밀 조사 중이다. 본부는 일단 해당 건물의 지하저수조와 그 주변에 대해 현장점검을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지하저수조 안에서는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저수조 밖의 주변에 벌레가 서식하고 있었다. 본부는 정수장이나 대현산배수지 등에서 문제가 생겼을 개연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본부 관계자는 "인천에서 유충 발견이 잇따른 것을 계기로 서울시도 정수장과 배수지 등에 대한 일제점검을 이미 완료했고,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며 "일단 서울에서 접수된 관련 민원이 한 건뿐인 지금으로서는 해당 건물의 지하저수조와 주변 상태가 어떤지 살펴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돗물 유충은 인천에서 첫 신고가 접수된 이후 타 지역에서도 잇따르고 있다. 전날 파주 운정신도시의 한 아파트에 사는 주민도 세면대를 사용하던 중 유충을 발견해 신고했고, 파주시와 한국수자원공사가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앞서 신고가 접수된 화성시와 고양시 등은 정수장과 배수지 이상은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5일 인천시 계양구 병방동 한 주택에서 발견된 유충이 물병에 담겨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5일 인천시 계양구 병방동 한 주택에서 발견된 유충이 물병에 담겨 있다. ⓒ 연합뉴스

인천시는 최초 발생 정수장에 이어 다른 정수장 3곳에서도 유충 추정 물체가 발견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인천시와 환경부는 전날 합동 조사를 벌인 결과 부평구와 계양구 등지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부평정수장과 부평권역 배수지에서 죽은 깔따구 유충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유충 추정 물체가 발견된 지점은 정수장 활성탄 여과지다.

그동안 유충이 발견된 곳은 서구 공촌정수장과 이곳으로부터 수돗물을 공급받는 배수지·가정집에 국한됐지만, 부평정수장에서도 유충 추정 물체가 발견되면서 사태 확산이 우려된다. 부평정수장은 앞선 두 차례의 조사에서 유충이 확인되지 않았던 곳이다.

수돗물 유충과 관련한 인천 지역 민원 신고 건수는 지난 9일부터 18일(오후 6시 기준)까지 총 580건이며, 이 중 현장 조사를 벌여 유충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실제 발견된 것은 149건이다. 부평·계양 지역 5건을 제외한 144건은 공촌정수장에서 수돗물을 공급받는 서구·강화군·영종도 등지에서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폐쇄형 오존 처리를 하는 고도정수처리 시설을 갖춘 부평정수장에서도 유충 추정 물체가 발견되자, 정밀한 원인조사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서 유충이 발견된 공촌정수장의 경우 오존 처리 시설 구축 등 완전한 밀폐 없이 지난해 9월 조기 가동돼 날벌레가 정수장 활성탄 여과지에 알을 낳아 유충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인천시와 환경부는 현인환 단국대 명예교수를 단장으로 하는 '수돗물 유충 관련 전문가 합동정밀조사단'을 구성해 유충 발생의 원인과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박영길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은 "유충이 발견된 경우 물 음용을 자제해주길 바란다"며 필요할 경우 (병입수돗물) 미추홀참물과 급수차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오후 인천시 서구 한 음식점에 '수돗물 유충' 사태로 인한 생수 사용을 알리는 안내 문구가 부착돼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6일 오후 인천시 서구 한 음식점에 '수돗물 유충' 사태로 인한 생수 사용을 알리는 안내 문구가 부착돼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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