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와 ‘코로나’ 사이서 아슬아슬 담장 타기하는 영국
  • 방승민 영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7.24 15:00
  • 호수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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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망자 유럽 1위 영국, 봉쇄령 해제에 의료진들 일제히 우려 쏟아내

유럽 내 코로나19 환자, 사망자 수 1위인 영국이 지난 6월말부터 점진적으로 봉쇄령을 해제하고 정상화를 시작했다. 7월22일 현재까지 집계된 영국 내 확진자 수는 총 29만5000명을 넘어섰고, 사망자 수는 약 4만5000명에 이른다. 영국 보건 당국은 7월17일을 기준으로 그간 사망자 수 집계에 오류가 있었음을 지적하며 정확한 수치 합산을 위해 당분간 영국 내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 수를 발표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이 최정점에 달했던 4월의 경우, 1일 사망자 수는 1000명을 웃돌았으며 1일 확진자 수도 5000명가량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수 발표를 멈추기 전 1주일간 평균 사망자 수는 80명대로 전보다 대폭 감소했다. 반면에 확진자 수는 매일 업데이트되고 있으며 7월20일 기준으로 하루 추가 확진자 수는 580여 명이다.

자신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코로나19 신규 감염률이 현저히 낮아져 봉쇄령을 해제할 적절한 시점이라고 밝혔으나, 동시에 2차 유행을 방지하기 위한 시민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존슨 총리는 8월1일을 시작으로 크리스마스 연휴까지 영국 사회 모든 부분의 정상화를 완료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영국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봉쇄령을 해제하는 것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PA연합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영국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봉쇄령을 해제하는 것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PA연합

식당과 편의·레저시설 일제히 영업 재개

영국 정부는 7월4일 레스토랑과 펍(pub·호프집)들의 영업 재개를 허가했다. 현재는 펍과 음식점을 비롯해 쇼핑센터·영화관·박물관 및 미술관 등 거의 모든 편의시설과 레저시설이 영업을 재개한 상태다. 코로나 봉쇄령 시작과 함께 4개월간 문을 닫았던 맥도날드·KFC·버거킹과 같은 패스트푸드 전문점들도 영업을 재개했다. 영업을 재개한 모든 식당이나 상점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근무하는 직원을 포함해 방문객들의 이름·연락처·방문 시간을 수집할 수 있다. 영국 정부는 봉쇄령 해제와 더불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장보기·외식·숙박 등에 적용되는 VAT를 기존 20%에서 5%로 하향 조정해 내년 1월까지 적용하기로 했다.

6월부터 시작된 대중교통 이용 시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이어, 봉쇄령 해제와 함께 7월24일부터 슈퍼마켓·옷가게 등 상점 직원들의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다. 2m 거리 두기가 불가능한 상황일 경우,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거나 의무화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반할 경우 100파운드(약 15만원) 벌금이 부과된다. 상점뿐만 아니라 대형 병원 방문 시에도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나 1차 의료기관 방문 시에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직장 내 마스크 착용도 의무는 아니어서 실내 마스크 착용 기준이 다시 고려되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전히 의료계 종사자들과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도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그 범위에 대해 대립되는 의견이 분분하다.

동시에 영국은 7월10일부터 73개국에 대한 해외여행을 재개하며 해당 국가에서 영국으로 입국하는 외국인 관광객에 한해 14일 자가격리 의무를 해제했다. 모든 해외 입국자는 입국 시 영국에서 머무르는 곳의 상세 주소를 제출해야 하며, 이를 어길 시 100파운드(약 15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또한 73개 여행 허가국 이외 국가에서 입국한 여행객들은 반드시 입국일로부터 14일간 자가격리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시 1000파운드(약 150만원) 벌금을 물게 된다. 영국항공연합회 대변인은 메트로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간 영국 관광산업에 큰 타격을 주었던 해외 입국자 자가격리 의무 해제를 반겼다.

기존에는 친·인척을 방문하는 것도 금지되었지만, 영국 국내로 휴가를 떠난다면 이제는 최대 2가구가 만나 함께 별장이나 캠핑카와 같이 타인과 격리된 숙소에서 머무르는 ‘스테이케이션’이 허용된다. 호텔이나 B&B에 머무르는 경우 체크인 시 체온이 38도 이상일 경우 숙박이 거절될 수 있으며,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아침식사 뷔페 또는 숙박시설 내 수영장 및 스파 등의 이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식사도 룸서비스를 이용할 것을 권장하며, 숙박시설 내 식당이나 라운지 등과 같이 사람이 모이는 장소는 2m 거리 두기가 가능하도록 가구를 재배치하거나 동선을 재정비토록 권하고 있다. 실내 엘리베이터 사용 시에도 일행이 아닌 사람이 2명 이상 탑승하지 않도록 안내하고, 되도록이면 계단을 이용할 것을 권장한다.

 

“2차 유행 땐 최대 12만 명 사망자 발생”

여름이 시작되면서 코로나도 다소 잠잠해진 듯하지만, 2차 대유행 위험은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영국에 앞서 6월부터 봉쇄령을 해제하고 관광객을 받기 시작한 인근 유럽 국가들의 코로나 확진자 수가 다시 급증하고 있어 우려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특히 프랑스 유명 해안 관광지인 브르타뉴 지역과 스페인 주요 관광지들은 봉쇄령 해제 이후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확진자 수가 2배 이상 급증했다. 영국 의료진들은 봉쇄령 해제 이후 사회 정상화 속도와 방침에 대해 회의적이다. 특히 국민건강보험(NHS·National Health Service) 기관 의사들과 영국 왕립 의학원 과학자들이 여름 이후 코로나 2차 대유행을 경고하고 있다. 이번 첫 감염 땐 4만5000명의 시민들이 사망했지만, 2차 유행 시 최악의 경우 12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NHS 의사들은 또한 2차 유행과 이로 인한 NHS의 붕괴를 경고했다. 특히 계절 독감과 그동안 밀려 있던 암과 같은 중증환자 치료 업무가 가중될 것을 감안할 때, 2차 유행은 NHS의 의료 업무에 극심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의사들은 이전과 같이 철저하게 사회적 거리 두기를 꾸준히 유지하고 실내 모든 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왕립 의학 칼리지의 중환자의학과 학과장인 앨리슨 피타드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봉쇄령 해제와 함께 모든 편의시설이 정상화되면서 시민들 사이에 확산될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었다는 믿음과 마스크 착용에 대한 필요성 및 인식 부족이 2차 대유행을 초래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백신 개발에 한 가닥 희망

불행 중 다행으로 현재 영국 내 백신 개발 진행 상황이 다소 희망적이다. 7월20일 옥스퍼드대학교 연구소는 1000명가량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마친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의 결과가 고무적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치료에 사용됐던 기존 약들이 투약자의 면역체계에 위협적이었던 점과는 달리 이 백신은 투약 시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 중화항체를 생성해 신체 내 안정적이고 강력한 면역체계를 활성화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약의 효과가 얼마나 지속되는지, 이 백신이 바이러스에 제대로 작용하는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투약자 70%는 열 또는 두통 등의 부작용을 호소했으나 심각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본격적인 상용화 이전에 이 백신이 과연 안전한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영국과 미국에서 각각 1만 명과 3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임상시험에 참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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