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제’에 대한 오해와 편견 4가지
  • 용혜인 기본소득당 국회의원 (hello@yonghyein.kr)
  • 승인 2020.07.27 08:00
  • 호수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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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선진국에서 실패했다는 건 ‘가짜뉴스’…“이제부터 본격 논의”

몇 년 전만 해도 기본소득제를 이야기하면 ‘말도 안 되는 소리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정치인들이 찬성이든, 반대든 진지하게 기본소득제에 대한 입장을 이야기한다. 그만큼 기본소득제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기본소득당은 4차 산업혁명 시대,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 ‘언택트’ 시대의 새로운 상식이자 사회계약으로서 기본소득제를 제안한다. 물론 그만큼 진지하고 폭넓은 사회적 논의 역시 필요하다. 기본소득제에 대한 4가지 오해를 풀어보고자 한다.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일 안 하는 사람에게 왜 돈을 줘야 하느냐’는 것이다. AI(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승리하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했어도 인공지능이 사람을 따라오려면 멀었다고 생각했는데, 사람의 능력을 앞지른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20년 지금,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스마트공장 같은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됐다.

스위스 정부 관계자들이 2016년 10월5일(현지시간) 베른에서 기본소득제 국민투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AP 연합
스위스 정부 관계자들이 2016년 10월5일(현지시간) 베른에서 기본소득제 국민투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AP 연합

기본소득 받으면 오히려 일 욕구 늘어나

기계와 인공지능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의 일자리를 대신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은 진보와 보수를 넘어 많은 경제학자, 정치인 그리고 시민들이 공감하고 있다. 그렇다면 질문이 남는다. 일해야만 먹고살 수 있는 대다수의 사람은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아야 할까. 일하고 싶지만 일을 할 수 없다면, 그래서 고용이 불안정해 고용보험이 우리실업 상태의 안전망이 되줄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일하지 못하는 사회에서도 우리 모두는 최소한의 존엄을 유지할 권리, 즉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권리가 있다. 그런 점에서 기본소득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권리다.

‘기본소득을 받아서 사람들이 일을 안 하면 어떡하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는다. 기본소득은 말 그대로 ‘기본’ 소득이다. 도입 모델은 우리 기본소득당의 ‘월 60만원 모델’부터 ‘월 30만원 모델’까지 다양하다. 기본소득제가 당장 실현된다면 기본적인 생활은 유지되겠지만, 그것만으로 살아가기는어렵다. 대다수의 국민은 기본소득으로 기본적인 삶의 토대를 갖추고, 추가적인 노동을 통해 소득을 얻어야 한다는 뜻이다.

기존의 ‘생계급여’와 같은 선별적 복지제도들은 오히려 사람들이 일을 하지 않고 빈곤 상태에 머물러 있게 한다. 일을 했다는 이유로 수급자격이 박탈되거나, 일한 만큼 수급액이 깎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을 한다고 해서 기본소득을 받지 못하는 일은 없다. 일하든 일하지 않든, 재산이 있건 없건 지급되는 무조건적인 소득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일을 하면 하는 만큼 소득이 늘어난다. 따라서 기본소득 때문에 사람들이 일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하지 않던, 혹은 일하지 못하던 사람들에게 일하고자 하는 노동의욕을 갖게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핀란드·스위스 같은 선진국에서도 다 실패했다던데 한국에서 가능할까’라고 말이다. 선진국에서 기본소득제가 실패했다는 것은 ‘가짜뉴스’다. 핀란드는 2017년부터 2년 동안 실업급여 수급자를 대상으로 구직활동을 해야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사람들, 구직활동을 하지 않아도 그리고 취직한 후에도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들로 나눠 고용일이 얼마나 늘어나는지를 살펴봤다. 쉽게 말하면 실업급여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과 기본소득을 받는 사람 중 누가 더 일을 많이 하는지 실험한 것이다.

그 결과, 기본소득을 받는 사람들이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들보다 1년에 6일 정도 고용돼 있는 날이 더 많았다. 고용일이 늘어나는 효과가 극적이지 않아서 실험을 연장하지 않았던 것뿐이다. 고용일이 늘어나는 부분에서만 효과가 미미했을 뿐, 삶의 만족도 등에서는 분명한 효과를 확인했다.

스위스는 2016년 기본소득을 헌법에 넣는 국민투표를 진행했다. 직접민주주의 전통이 강한 스위스에서는 국민투표가 아주 일상적인 일이다. 기본소득제 투표가 있었던 2016년에도 네 번의 국민투표가 있었다.

인플레보다 경기 침체를 더 걱정해야 할 때

국민투표를 하기 전 여론조사에서 찬성은 10%에 불과했다. 하지만 국민투표 결과 4명 중 1명으로 찬성 비율이 높아졌다. 더군다나 반대표를 던진 국민들 중 63%가 앞으로 계속 기본소득을 논의하는 데 동의한다고 답했다. 결국, 지금은 반대했지만 앞으로의 기본소득 논의는 필요하다는 데 국민 상당수가 동의한 것이다. 그래서 스위스의 기본소득 활동가들은 ‘스위스의 기본소득 논의는 이제 시작’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마치 영원한 부결처럼 알려져 있어 안타깝다.

현금을 주면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을까도 많이 염려한다. 경제 성장은 언제나 ‘인플레이션’을 수반한다. 물가상승률이 국민들의 소득상승률보다 낮다면, 인플레이션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적절한 경제 성장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더군다나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적 경제위기가 예고되는 지금, 모두가 걱정하는 것은 인플레이션이 아닌 ‘디플레이션’이다. 디플레이션이 예상되는 순간, 사람들은 돈을 쓰지 않는다. 조금 더 기다렸다가 돈을 쓰는 것이 더 합리적 선택이기 때문이다.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중소기업 등 실물경제가 위기를 맞게 된다. 올 5월 정부가 소득이나 재산과 상관없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했던 것도 사람들이 돈을 쓰지 않게 되면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아닌 디플레이션을 더 걱정해야 하는 시기다.

물론 기본소득제에 대한 더 많은 논쟁,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그래서 기본소득당은 기본소득에 대한 국민적 토론을 논의할 ‘기본소득공론화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정치의 역할은 바로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국민들과 함께 논의하는 것, 그것이 바로 기본소득당이 21대 국회에서 기본소득 실현의 마중물이 되기 위해 하고자 하는 역할이다. 앞으로도 국민 여러분과 함께 기본소득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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