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체험관서 연이은 돌고래 폐사…그곳에선 무슨 일이?
  • 부산경남취재본부 박치현 기자 (sisa518@sisajournal.com)
  • 승인 2020.07.23 13:5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고래생태체험관에서 최근 10년 사이 고래 8마리 폐사
동물학대 논란 속에도 고래쇼와 번식은 계속 될 듯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에서 돌고래 한 마리가 또 폐사했다. 동물학대 논란과 함께 고래생태체험관 폐쇄, 자연 방류 문제가 재점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울산 남구도시관리공단은 지난 22일 오전 9시 24분쯤 돌고래 ‘고아롱’이 폐사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새끼가 죽은 뒤 약 1년 만에 어미까지 세상을 떠났다. 죽은 돌고래는 2009년 10월 고래생태체험관 개관 때 일본 와카야마 현 다이지에서 수입해 들여온 수컷으로, 추정 나이는 18살이다. 주민등록증까지 발부받아 '고아롱'으로 불리며 울산시민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왔다.

고아롱은 지난 19일 수의사 정기 진료 때 특이사항이 없었으나 20일 오후부터 체온이 상승해 수의사 처방을 받아 약물을 투여했다. 그러나 먹이를 잘 먹지 못하다가 끝내 숨졌다.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에는 현재 4마리의 돌고래가 남았다.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의 돌고래 모습ⓒ핫핑크돌핀스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의 돌고래 모습ⓒ핫핑크돌핀스

지난해 10월24일에는 생후 25일된 새끼 돌고래가 폐사했다. 죽은 아기 돌고래는 이번에 세상을 떠난 ‘고아롱’과 암컷 '장두리(11세)' 사이에 태어난 새끼다. 해양환경단체들은 돌고래 폐사가 비좁은 수족관 환경 때문이라며 생태체험관 폐쇄를 주장해왔다. 

앞서 지난 2009년 패혈증으로 돌고래 1마리가 폐사 시작으로 2012년 돈단독감염, 2014년 폐렴, 2015년 폐렴과 패혈증 쇼크사, 2017년 출혈성 기관지 폐렴, 2019년 세균성 패혈증 등으로 7마리가 숨졌다. 2009년 11월 4일 문을 연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은 개관 후 지금까지 8마리의 돌고래가 죽었다. 생태(生態)체험관이 아니라 사태(死態)체험관이란 오명을 쓰지 않을까 우려된다. 

2009년 개장한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울산 남구청
2009년 개장한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울산 남구청

해양환경단체, 돌고래 방류대책 촉구

해양환경단체인 핫핑크돌핀스는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에서 1~2년 마다 한 번씩 돌고래들이 죽어가고 있다. 울산 남구청은 돌고래 죽음의 현실을 부정하지 말고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시민단체와 협력해 네 마리 생존 돌고래의 방류 대책을 즉각 마련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동안 고래생태체험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계속 있어왔다. 핫핑크돌핀스와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정의당 동물복지위원회 등 11개 단체는 공동으로 고래생태체험관의 운영문제를 꾸준히 지적해왔다. 이들은 “울산 남구가 잇따른 돌고래 폐사 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면 울산광역시가 수족관 돌고래 번식 금지와 돌고래 바다 방류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남구가 비좁은 돌고래 체험관 운영을 계속한다면 돌고래 폐사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은 돌고래 번식을 중단할 계획이 없어 보인다. 울신시와 남구청은 고래바다여행선과 고래생태체험관을 ‘울산의 특화된 관광상품’으로 키우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선진국의 경우 ‘동물학대‘ 논란의 중심에 있는 생태체험관을 없애는 추세인데 울산은 역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송철호 울산시장은 지난 지방선거 당시 수족관 돌고래의 방류와 수족관에 대한 재검토를 약속했다”며 “관계 전문가 및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돌고래 자연방류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돌고래는 초음파를 내보내고 그것이 반사되는 것을 감지해 물체를 인식하고 대화도 나눈다. 수조에 갇힌 돌고래는 하루 종일 초음파가 사방 벽에 연쇄적으로 부딪혀 돌아오는 소음에 시달린다. 인간 입장에서 보면 ‘이명’의 고통을 수족관 속 모든 돌고래가 겪으며 사는 것이다.


울산 고래생태체험관 환경개선 불가피

환경전문가들은 돌고래를 좁은 수조에 전시, 반생태적 동물 학대 논란을 야기하고 있는 현재의 고래생태체험관 운영 전반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방침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최근 해양수산부는 동물복지와 관람객 위생·안전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던 수족관에 대해 5개년 종합계획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돌고래 수족관을 운영하려면 수족관 크기와 서식환경, 영양공급 기준 등에 대해 정부가 정한 지침을 따라야 한다.

수조 크기가 최하위 수준인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의 환경 개선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해양환경단체인 핫핑크돌핀스에 따르면 전국 돌고래 수족관 7곳 수조의 부피는 △거제씨월드 최대 2495㎥ △제주 마린파크 1980㎥ △제주 퍼시픽랜드 1749㎥ △한화 아쿠아플라넷 제주 1641㎥ △울산고래생태체험관은 1456㎥ 규모의 보조 수조를 갖추고 있다.

핫핑크돌핀스 관계자는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의 경우 2009년 개장했는데 그때만 해도 동물복지 같은 개념이 없어 좁게 개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울산의 경우 수족관이 좁은 만큼 환경 개선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특히 울산의 경우 암수 분리사육이 이뤄지지 않아 새끼 돌고래가 태어날 수 있기에 마리당 면적이 더 좁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고래생태체험관 측은 현 환경부 기준 상 문제가 없으며, 정확한 5개년 종합계획안이 나오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해양수산부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국내 6곳의 수족관에서 돌고래 폐사 수는 29마리에 달한다. 대부분 폐사 원인은 폐렴, 폐질환, 폐혈증, 출혈성 기관지 폐렴, 림프선농양 등이다. 

핫핑크돌핀스 “사기업도 아니고 공공기관이 돌고래쇼장을 운영한다는 것은 동물권이나 동물복지와는 전혀 동떨어진 흐름이고, 우리 시대의 가치와도 맞지 않다고 본다”며 “서울대공원처럼 공공기관의 돌고래쇼장은 폐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