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백 1초대, 시속 400km 이상 성능 ‘상상초월’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0.07.29 10:00
  • 호수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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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스포츠카 개발 경쟁 막 올랐다

지난 2011년 개봉한 영화 《미션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을 보다 보면 인상적인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인 톰 크루즈가 최첨단 스포츠카를 타고 현란한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이다. 엔진 소리도 없이 고속으로 질주하는 모습은 많은 이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BMW가 만든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인 i8이 영화에 나오는 전기차다. 최고속도는 250km로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시간)이 4.4초에 불과하다. 2014년 국내에 공식 출시됐다. 출고가는 1억9900만원. 고가임에도 사전계약 물량 190대를 한 달 만에 완판하는 기록을 세웠다. 엔진 소리도 없이 고속으로 질주하는 모습이 마니아들에게 강하게 각인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BMW i8 ⓒ연합뉴스
BMW i8 ⓒ연합뉴스

영화 《미션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서 BMW PHEV 모델 주목

그로부터 6년여가 흘렀다. 최근 스포츠카 분야에도 전기차 바람이 불고 있는데, 성능이 상상을 초월한다. 테슬라 로드스터와 포르쉐 타이칸, 리막 C-투 니오 EP9 등이 대표적이다. 로드스타는 2008년 처음 출시된 모델로, 2006년 타임지가 선정한 최고의 발명품에 꼽혔다. 2017년 후속 모델이 공개됐는데, 제로백은 2.1초, 최고속도는 400km 이상이다. 세계 최고 자동차 경주대회 포뮬러원(F1)의 공인 최고속도가 378km인 점을 감안할 때 엄청난 속도인 셈이다.

크로아티아의 자동차 회사인 리막의 전기 스포츠카 역시 주목된다. 2016년 첫 모델인 콘셉트원을 생산·판매했는데 제로백 2.6초, 최고속도 355km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전기차’라는 이름을 얻었다. 리막은 2018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후속 모델인 C-투를 공개했다. 제로백은 1.85초, 최고속도는 415km로 예약 물량 전부가 3주 만에 완판돼 화제를 모았다.

이 밖에도 포르쉐 타이칸(제로백 3.5초)과 아우디 e-트론GT(제로백 3.5초), 페라리 EV, 로터스 이비야(2초대), 아스파크 아울(제로백 1.9초) 등이 현재 생산돼 판매 중이거나 판매를 준비 중이다. 일부 제품의 경우 판매 가격이 20억~30억원대를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마니아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도 현재 고성능 스포츠카를 개발 중이다. 현대차는 최초의 전기 스포츠 모델로 ‘프로페시’를 조만간 양산할 계획이다. 아울러 2018년 뉴욕 모터쇼에서 공개한 제네시스 에센시아 콘셉트카는 전기 스포츠 쿠페 형식으로 제네시스에서 양산할 예정이다. 기아차 역시 내년 양산을 목표로 고성능 크로스오버 전기차(개발명 CV)를 테스트 중이다. 제로백은 3초, 주행거리는 500km로 최근 위장막을 쓰고 로드 테스트 중인 모습이 해외 언론에 포착돼 주목을 받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한국판 뉴딜 대국민보고대회’에서 “차세대 전기차는 세계에서 가장 짧은 20분 내에 충전하고, 한 번 충전으로 450km 이상을 달릴 수 있다”며 “이를 통해 2025년까지 23개 차종의 전기차를 출시하고, 판매량 100만대(점유율 10%)를 달성해 세계 1위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경쟁에 이어 고성능 스포츠카 개발 경쟁에서 누가 승리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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