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이효리 ‘어벤져스’, 대중을 사로잡다
  • 하재근 문화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7.24 14:00
  • 호수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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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쓰리의 인기엔 멤버들의 매력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일단 구성이 요즘식 표현으로 ‘미친’ 구성이다. 이효리와 비를 한 팀으로 조합한 것 말이다. 절대 스타 어벤져스 같은 느낌이다. 이것만으로도 화제성이 충분했는데 멤버들의 매력이 극대화되면서 인기 불길에 기름을 끼얹었다.

먼저 신드롬을 일으킨 비는 여기서 성실성과 실력이 재발견됐다. 유재석이 제작팀과 함께 찾아갔을 때 비는 다양한 노래의 안무를 최고 수준으로 소화했다. 20대 현역 아이돌보다도 더 능숙한 퍼포먼스였다. 그 실력과 그런 몸 상태를 꾸준히 유지하는 성실성이 인정받게 된 계기다. 요즘 젊은 세대는 성실성과 스스로의 노력으로 만들어낸 실력을 중시한다. 그래서 불성실하다고 찍힌 아이돌이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비는 후배들이 경탄할 정도의 성실한 몸관리와 ‘찐’ 실력을 보여줬다.

거기에 소탈하고 겸손한 인성까지 인정받았다. 누리꾼들이 ‘깡’을 비롯해 다양한 소재로 비를 극단적으로 공격해 왔다. 비는 거의 인터넷 인간 샌드백 수준이었다. 그런데 비는 그 모든 조롱과 공격에 반발하지 않고 웃음으로 대응했다. 일부 조롱 내용을 인정하기도 했다. 다른 출연자들이 비를 하대해도 웃어넘겼다. 그래도 명색이 월드스타 출신인데 싹쓰리에선 막내 노릇에 충실했다. 이런 인성이 인정받으면서 그 오랜 기간 동안 누리꾼의 공격 표적이었던 비가 마침내 호감으로 돌아섰고 그것이 싹쓰리의 인기를 더욱 키웠다.

 

기존 예능의 공식 깨고 폭풍질주

이효리는 여기서 예능의 총아로 우뚝 섰다. 원래 연예대상을 받았을 정도로 예능감이 공인된 스타였지만 싹쓰리에서 과거 연예대상 시절보다 더 강력한 입담을 연일 터뜨렸다. 화려한 것을 좋아하고 거침없이 말하는 부캐 ‘린다G’로 변신해 신들린 캐릭터 플레이를 선보인 것이다. 얼마 전 라면특집에서 기존 《무한도전》 멤버들이 나왔을 때는 유재석이 토크를 주도했었다. 하지만 싹쓰리에선 린다G가 국민MC 유재석까지 리드할 정도로 거침없이 질주한다.

기존 예능의 금기도 깨 나갔다. 어떤 광고를 찍고 싶으냐는 질문에 린다G는 유기농 생리대라고 대답해 다른 출연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남성 뮤지션들만의 전유물이었던, 자신의 사타구니를 쓰다듬어 올리는 듯한 동작의 안무를 린다G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화해 낸 장면은 한국 예능에서 전대미문의 순간이었을 것이다. 금기를 깨는 것이었는데 자칫 선정성으로 부적절한 장면이 될 수 있었지만 그걸 또 린다G는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린다G라는 이름 자체가 ‘지린다’는 말에서 차용한 것으로 이효리의 거침없음을 보여줬다. 이렇게 이효리가 린다G로 예능 ‘포텐’을 터뜨리자 환호가 쏟아진 것이다. 욕망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요즘 추세와도 린다G 캐릭터가 어울렸다.

광희도 감초 역할을 탁월하게 해냈다. 과거 《무한도전》 당시 기대에 못 미쳐 팬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었지만 여기선 심심찮게 빵빵 터뜨렸다. 여기에 국민MC 유재석까지 가세했다. 이렇게 모든 멤버가 호감으로 무장하자 인기도 싹쓸이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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