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감염되고 돌출행동’ 브라질 대통령, 국제형사재판소에 고발
  • 이혜영 객원기자 (applekroop@naver.com)
  • 승인 2020.07.27 10:1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19 부실대응”…50여 개 브라질 보건단체 참여
대량살상·반인도적 행위 책임 물어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들고 코로나19 음성 결과 알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 연합뉴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들고 코로나19 음성 결과 알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 연합뉴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부실 대응으로 대량 인명피해를 유발했다는 이유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고발됐다.

26일(현지 시각)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브라질의 50여개 보건 단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부실 대응을 들어 이날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둔 ICC에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고발했다. ICC는 전쟁·반인도적 범죄 등을 저지른 개인을 심리·처벌할 목적으로 2002년 설립됐으며,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123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고발은 100만 명 이상의 보건 분야 근로자들을 회원으로 둔 브라질 보건노조 네트워크가 주도했으며, 외국의 보건단체들도 지지를 표명하며 참여했다.

노조는 브라질 정부가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정부의 무능과 정책 실패 책임 상당 부분이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브라질에서 코로나19로 8만 명 이상의 국민이 사망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코로나19 대응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신중하지 못하고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는 등 반인도적 범죄행위를 저지른 증거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달 5일 기침과 고열 등 코로나19 의심 증세를 보였고, 7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이후 2주가 지난 3차 검사에서도 양성 반응을 보여 격리생활을 했다. 음성 판정이 나오기 전인 지난 23일 그는 오토바이를 타고 관저 내부를 산책하던 중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청소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돼 물의를 빚었다.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관저에 격리 중인 브라질 대통령이 오토바이를 타고 산책하다 청소원들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도한 브라질 언론 ⓒ 연합뉴스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관저에 격리 중인 브라질 대통령이 오토바이를 타고 산책하다 청소원들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도한 브라질 언론 ⓒ 연합뉴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19에 감염되기 전 정부 각료들이 잇달아 확진 판정을 받는 와중에도 공식일정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나타나 우려를 샀다. 확진된 뒤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나는 괜찮다"고 말하는 등 돌출행동으로 큰 비판을 받았다.  

또 효과가 아직 입증되지 않은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복용을 권해 브라질 내에서 이 약품에 대한 소비가 350% 넘게 폭증하는 등 혼란을 초래했다. 2주일 넘는 격리 끝에 음성 판정을 받은 날에도 그는 소셜미디어(SNS)에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복용을 권장하는 사진과 동영상을 올렸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ICC에 고발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3월에는 브라질과 세계 각국의 인권단체들이 원주민 인권 침해를 이유로 그를 ICC에 고발했다. 당시 유엔인권이사회는 아마존 열대우림 산불 증가와 원주민 보호구역에서 영농·광산개발 활동 허용 등을 우려하는 보고서를 내놨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투자 유치, 고용 확대 등을 내세워 환경 보호보다는 개발을 우선하는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환경법 위반 기업에 대해 벌금을 감면하고 아마존 열대우림 원주민 보호구역 내에서 광산 개발을 허용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