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해제? 큰 그림 속에서 바라봐야 [김현수의 메트로폴리스 2030]
  • 김현수 단국대교수(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회장) (jongseop1@naver.com)
  • 승인 2020.08.02 11:00
  • 호수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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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공급과 지속 가능한 도시관리, 그리고 ‘수도권 광역도시계획’

서울시가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한다고 한다. 군부대, 골프장, 철도 부지 등을 활용해 주택공급을 확대한다는 말이 나온다. 이 외에도 철도 역세권의 고밀화를 통한 공급 확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시내 공급 확대를 통해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다. 도시계획은 백년대계다. 한 번 결정되고 나면 바꾸기 어렵다. 정해진 이해관계를 바꾸는 일이 어렵고, 또 도로와 건물을 한 번 짓고 나면 원상태로 돌리기 어렵다. 특히 자연상태의 환경을 개발하는 일은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백 년, 천 년을 내다보고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도시는 중심이 뾰족한 동심원적 형태를 가진다. 중심부는 밀도가 높고, 비싸며, 주택이 아닌 고층의 상업업무 용도로 구성된다. 외곽으로 나갈수록 밀도가 낮아지도록 구성하는 것이 도시의 효용가치를 극대화하는 구조라고 한다. 서울시 내 미이용·저이용 토지를 고밀화하는 방안은 합리적이다. 주택을 공급할 때도 중심지의 빈곳, 낮은 곳부터 이용하고 순차적으로 외곽을 채워 나가는 것이 효과적이다. 다만, 당해 필지가 가진 기반시설 용량과 주변 토지이용과의 관계를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군부대나 체육시설 등 도심의 녹지는 또 다른 역할이 있으므로, 이를 갑자기 아파트로 전용하는 경우의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환승역세권, 그중에서도 고속철도나 광역철도의 환승역 주변을 복합고밀화해, 대중교통 중심의 콤팩트 시티를 만들어가는 일은 백년지대계에 부합한다. 다만, 당해 역사의 네트워크 수준(level of network)과 환승 환경을 고려하는 차별적 밀도 부여가 바람직하다. 강남 토지구획정리사업을 하던 40년 전은 자동차 교통 중심 시대였다. 용도지역 부여는 도로의 폭원을 고려해 결정되었다. 강남대로·테헤란로·영동대로가 만나는 강남역, 삼성역을 중심으로 상업지역이 결정되었다. 지금은 땅밑으로 고속철도가 달리고, 복합환승센터 중심으로 버스와 지하철, 고속철도가 환승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환승역세권에는 더 높은 용적률을 부여하고, 복합화하는 것이 에너지 저감형 대중교통 중심 도시를 만들어가는, 그린 뉴딜의 방향일 것이다.

정부가 택지 개발을 논의 중인 노원구 태릉골프장과 인근 지역 ⓒ연합뉴스
정부가 택지 개발을 논의 중인 노원구 태릉골프장과 인근 지역 ⓒ연합뉴스

역세권의 고밀화는 백년지대계에 부합

서울의 밀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뜨겁다. 서울의 인구밀도는 세계 대도시 중 최고 수준이다. 행정구역 면적 대비 인구수로 본 서울의 인구밀도(980만 명/605㎢)는 런던(817만 명/1572㎢), 뉴욕(818만 명/784㎢), 도쿄(895만 명/622㎢)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 팬데믹 피해가 큰 뉴욕보다도 높다. 그런데 서울시 내에는 폭 2km에 달하는 한강이 흐르고 남산, 청계산, 관악산, 도봉산, 북한산 등 수많은 지형이 있다. 즉, 실제 거주 가능한 면적이 행정구역의 절반 남짓하니, 순밀도(net density)는 총밀도(gross density)의 2배에 육박한다. 용적률을 높여 서울시 내 주택공급을 확대하자는 주장이 적지 않다. 저이용 부지의 고밀개발 방향은 합리적이지만 어디에, 얼마나 더 용적을 높일 수 있을지 엄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서울시 전체의 순밀도, 당해 지구의 기반시설 용량 등을 고려해 선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서울의 실제적인 경제활동 중심지는 강남 지역이며, 신성장산업들이 지속적으로 집중한다. 특히 코로나로 인한 언택트 산업의 성장은 서울, 강남 지역으로의 혁신기업 집중을 촉진한다. 카카오나 네이버와 같은 기술기업들의 성장세가 놀라운데 이들은 자동차, 조선산업과 달리 대개 판교와 서울, 강남에 둥지를 틀고 있다. GTX 2개 라인이 삼성역에서 환승하게 되면 이러한 구조는 더 고착되지 않을까.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이루어지지 못하면 주택시장의 균형은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

오래된 주택의 정비사업을 피해 가기 어렵다. 부동산 가격의 폭등이 우려되지만 계속 억제한다고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적정한 수준의 공공 기여에 대한 합의, 공공 재건축사업 등에 대한 공감대 구축이 시급하다. 부동산 가격은 시간을 두고 등락을 거듭할 것이지만 지속 가능한 도시의 공간구조를 그리는 일은 백년지대계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발표된 통계청의 ‘최근 20년간 수도권 인구이동과 전망’에 따르면 수도권으로의 이주가 향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한다. 전 지구적 기술혁명에 따른 신성장산업의 입지가 이를 견인하기 때문이다. 이는 강·남북 불균형 문제, 수도권 인구 집중과 지역불균형 문제 등 다양한 차원의 논의를 필요로 한다.

그린벨트는 한 번 해제하고 개발하면 되돌릴 수 없다. 수도권 그린벨트는 50년 전 서울 인구가 500만 명이던 시절 서울의 외연적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서울이 폭발적으로 팽창하던 시절, 서울 외곽의 녹지를 보존한 공이 크다. 2500만 메트로폴리스로 성장하고, 서울 반경 30km 외곽에서 통근하는 현재, 그린벨트의 역할은 무엇일까. GTX가 개통되면 경기도로 빠져나온 서울 사람들이 서울로 통근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다. 일자리의 분산은 주택의 분산보다 힘들기 때문이다. 서울은 더 광역화되고 있으며, 서울 메트로폴리스 속에서 그린벨트의 새로운 역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시사저널 최준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시사저널 최준필

그린벨트는 신중하게 다루어져야

서울시 내 그린벨트의 15% 남짓한 훼손지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녹지로의 복원, 친환경적 이용, 주택공급 확대 등의 대안이 거론된다. 개발을 허용하는 경우, 주택만으로 공급하기보다는 친환경적 형태의 연구개발, 코로나로 인한 외부활동에 제약이 큰 시민들의 문화 및 위락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좋겠다. 서울시 내에는 70여 개 대학이 있다고 한다. 대학 입지는 혁신성장의 잠재력을 강화한다. 한편으로, 이들은 강북의 가파른 산을 포함하는 거대한 캠퍼스로 시가지를 양분하고, 또 대학가 인근의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청년들의 주택 문제 해결을 힘들게 한다. 일부의 기숙사, 연구개발 시설, 실험실습실 등을 외곽으로 이전하는 경우 서울 시가지 환경도 개선될뿐더러 청년주거 문제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린벨트 해제 문제는 단순한 주택공급 vs 환경보전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수도권 인구 집중과 지역균형발전 이슈와 직결된다. 종합적인 시각을 필요로 한다. 지금처럼 훼손지를 방치하기보다는 친환경적으로 활용하고 광역철도망으로 연결해 대중교통 이용을 높여야 한다. 서울시 내 과밀한 대학 등의 기능을 외곽으로 분산해 지역의 자족성을 높이면서도 팬데믹 대응형 건강도시로 만들어가는 구상도 필요하다. ‘주택공급용 단기 처방’을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그린벨트의 새로운 역할, 미래의 가치, 남북관계 등을 고려한 ‘수도권 광역도시계획’의 큰 그림 속에서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수요 정책과 공급 정책, 주택정비와 신도시 건설, 그린벨트와 지역격차 문제 등이 국토공간 안에서 서로 얽혀 있다. 한 가지를 풀려고 하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수 있다. 공감대 구축이 쉽지 않겠으나, 공개적인 의견개진의 장은 필요하다. 새로운 정책이 나올 때는 이들 간에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지, 어떤 목표과 비전을 향해 가는지에 대한 스토리 라인이 궁금하다. 주택가격 안정은 민생경제의 화두다. 그러나 도시의 지속 가능성이란, 가격 안정이나 민생보다도 더 오래, 더 깊은 영향을 미칠 백년지대계다. 긴 호흡을 가진 주택공급 정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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