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9단’ 박지원…청문회도 ‘철통방어’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0.07.2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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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위조·대북송금 난타전에 ‘버럭’ 하기도

‘청문회 저격수’로 불리던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자신의 청문회에서는 ‘철벽 수비수’의 모습을 보였다. 미래통합당은 학력 위조 의혹과 불법 대북송금 문제 등과 관련해 공세 수위를 높였지만, 박 후보자는 이에 굴하지 않고 철통 방어에 나섰다. 

27일 오전 국회에서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박지원 의원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27일 오전 국회에서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박지원 의원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청문회 시작부터 자료제출 두고 ‘난타전’

27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열린 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본격 질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자료제출 문제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통합당 의원들은 박 후보자가 단국대학교 등의 학적 기록과 성적표 등을 공개하지 않는다며 자료 제출을 거듭 요구했다. 특히 정보위 통합당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자료 제출 거부 시) 학력위조 의혹이 기정사실이 된다”라며 박 후보자를 압박했다.

그러나 박 후보자는 “학적 정리는 대학에서 책임질 일이지 제가 학적을 정리하는 사람은 아니다”라며 “성적을 공개할 이유도 없다”고 맞섰다. 박 후보자는 “본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성적표 등을 공개하지 않는 법적 보장이 있기 때문에 저는 제출하지 않겠다”면서 “성적표 제출에 대한 문제가 있다면 대학에 가서 요구하라”고 쏘아붙였다.

27일 오전 국회에서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하태경 의원이 박지원 의원에게 질문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27일 오전 국회에서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하태경 의원이 박지원 의원에게 질문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하태경vs박지원 싸움 붙인 학력위조 논란

이날 청문회에선 박 후보자에 대한 학력위조 의혹이 도마에 올랐다. 야당 측 첫 질의자로 나선 하 의원은 “후보자는 이미 2000년 권력 실세였을 때, 후보자의 어두운 과거를 은폐하기 위해 단국대를 겁박해서 다시 한 번 학력을 위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후보자가 전공 필수 수업을 듣지 않은 데다 학점이 미달된 채 졸업했다는 등의 의혹을 제기했다.

박 후보자는 이 같은 하 의원의 공세에 광주교대를 졸업하고 단국대에 편입한 이후 성실하게 수강을 했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자는 “아무리 제가 청문을 받는다고 해도 사실이 아닌 것을 갖고 위조나 겁박이라는 단어를 쓰시는가”라고 반발하면서 “질문을 질문답게 하라”고 맞받아쳤다.

공방이 이어지자 하 의원은 “국민들이 다 보고 있다”거나 “본질을 흐리지 마라” “회피 전략”이라고 꼬집었고, 박 후보자 역시 “저희 국민들도 보고 있다”고 응수했다. 이처럼 두 사람이 서로 고성을 주고받자 전해철 정보위원장이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7일 국회 정보위원회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 후보자에게 질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7일 국회 정보위원회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 후보자에게 질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다시 붙은 ‘불법 대북송금’ 꼬리표…朴 “사실무근”

청문회에서는 박 후보자의 불법 대북송금 문제도 등장했다. 대북송금 사건으로 실형을 지낸 박 후보자는 “현대가 북한에 송금하는 과정에서 국정원 계좌를 활용했다는 것으로 저도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저는 지금까지도 어떤 계좌를 통해 현대가 북한으로 송금했는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법원 최종 판결에 순종하지만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야당은 대북송금 문제를 계속 언급하며 박 후보자를 압박했다. 특히 주호영 통합당 의원은 지난 2000년 4․8합의서 중 경제협력 합의서 사본을 제시하며 “당시 남측 특사였던 박 후보자가 북한에 5억 달러 이외에 25억 달러 규모의 경협차관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에 서명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자는 “기억이 안지 않는다”면서 “그런 문건에 사인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주 의원이 어떤 경로로 문건을 입수했는지 모르겠지만 4․8합의서는 공개됐으며 다른 문건에 대해서는 기억도 없고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당 측의 거센 공세에도 정치권에서는 박 후보자가 임명이 되는 데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청문보고서 채택이 되지 않아도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전례가 많아서다. 문 정부 들어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23명이다. 한편 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던 이날 오전 11시45분 이인영 통일부 장관에 대한 임명안이 재가 됐다. 이 장관은 박 후보자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이 꺼내든 대북·안보 라인의 쇄신 카드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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