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깬 서지현 “누구 편인지 말하라는 강요…여전히 지옥”
  • 이혜영 객원기자 (applekroop@naver.com)
  • 승인 2020.07.2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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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만에 페이스북에 입장 표명
“여성인권 관심없던 사람들 강요에 응하지 않겠다”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는 서지현 검사 ⓒ 시사저널 이종현
서지현 검사 ⓒ 시사저널 이종현

검찰 내 성추행 사실을 폭로하며 '미투(MeToo)' 운동을 촉발한 서지현(47·사법연수원 33기) 검사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입을 열었다. 

서 검사는 27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무원이자 검사인 저에게 평소 여성인권에 그 어떤 관심도 없던 이들이 뻔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누구 편인지 입을 열라 강요하는 것에 응할 의사도 의무도 없었다"며 그동안 침묵을 이어 온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가해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제가 가해자 편일 리가 없음에도, 맡은 업무 내에서 그리고 개인적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미 한 상태임에도, 사실관계가 확인되기 전임에도"라고 덧붙였다. 

서 검사는 "다시 출근을 시작했다. 많이 회복됐다고 생각했던 제 상태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돼 당황스러운 시간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저 자신을 추슬러야 했기에 저로서는 할 수 있는 모든 말을 하고 페북을 닫았음에도, 말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의 쏟아지는 취재 요구와 말 같지 않은 음해에 세상은 여전히 지옥임을 실감하는 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서 검사는 "여성 인권과 피해자 보호를 이야기하면서 이미 입을 연 피해자는 죽을 때까지 괴롭혀주겠다는 의지를 확연히 보여주는 이들의 조롱과 욕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어 "저는 슈퍼히어로도 투사도 아니고, 정치인도 권력자도 아니다. 그리고 공무원으로서 검사로서 지켜야 할 법규가 있다"며 "앞으로도 제가 살아있는 한은 이런 일이 끝나지 않고 계속되리라는 생각에 숨이 막혀오지만, 그저 제가 지켜야 할 법규를 지키며 제가 할 수 있는 능력의 범위 내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 검사는 "이 아수라가 지나고 나면 더 좋은 세상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가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 전 시장 사망 후 그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일각에서는 서 검사에게 입장 표명을 요구해왔다. 그는 2018년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사실이 있다고 폭로하며 사회 각계로 이어진 '미투' 운동의 시발점이 됐다. 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인 서 검사는 'n번방 사건' 태스크포스(TF) 대외협력팀장도 겸하고 있다.

박 전 시장 사건에 대한 입장표명 요구를 받던 서 검사는 "능력과 분수에 맞지 않게 너무 많은 말을 해온 것 같다. 도져버린 공황장애를 추스르기 버거워 저는 여전히 한마디도 하기 어렵다"며 지난 13일 페이스북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공개적인 발언을 삼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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