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만 유튜버 넘어 ‘디지털 급행열차’ 차장 된 스타강사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20.08.04 08:00
  • 호수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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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미경 연남타운크리에이티브 대표 “바뀌는 판에 투자해야 돈 고인다”

“회사 일이 하도 많아서 인터뷰할 때 옆에 있어 줄 직원도 없네요.” 

서울 연남동 작업공간에서 7월22일 아침 만난 김미경 연남타운크리에이티브 대표는 기자와 인사하는 동시에 외근 나가는 직원들을 배웅했다. 각종 대중 강연과 방송 출연 모습 그대로 밝고 에너지 넘쳤다. 뭔가 이상하다. ‘스타강사 김미경의 강의’로 굴러가던 회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아는데, 왜(?) 바쁘고 활기찬 걸까. 

정답은 코로나19에 떠밀려 ‘반강제로’ 하게 된 체질 변화였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지난 1월22일을 마지막으로 강의를 쉬었다. 생존의 갈림길에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심정으로 몇 달간 리포트와 신문 등을 샅샅이 뒤지고 각계각층 전문가들을 만나며 공부했다”며 “‘코로나 이전으론 못 돌아간다’는 결론과 포스트 코로나 생존 공식을 도출해 낸 뒤 다시, 전에 없는 속도로 뛰고 있다”고 전했다. 

유튜브 채널 ‘김미경TV(MKTV)’의 구독자 수는 올해 7월 현재 113만 명에 달한다.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지난해 말 80만 명대이던 구독자 수는 짧은 기간 30만 명 정도 급증했다. 지금까지 김미경TV가 업로드한 동영상은 1300개가 넘는다. ‘김미경의 MK쇼(SHOW)’ ‘김미경의 북드라마’ ‘언니의 따끈따끈 독설’ ‘MK미장원’ ‘김미경의 온.리.유(온갖 리뷰 유튜브)’ 등 김 대표가 출연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독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임준선

생사기로에서 ‘디지털 회사’ 선언 

2년여 전 본격적으로 유튜브를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괄목상대라 할 만하다. 김 대표는 “초기엔 회사에 유튜브 전문가가 아무도 없었다. 그냥 무작정 휴대전화로 찍고 편집해 어설픈 영상을 올렸다”면서 “나와 직원들이 이렇게 변할 수 있었던 건 필요할 때마다 빠르게 배우고 적용하는 ‘즉시 교육’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10년 가까이 김 대표의 말을 강의로, 방송 콘텐츠로 구성해 온 직원은 독학을 통해 영상을 기획·촬영하고 생방송까지 직접 하게 됐다. 부족한 점은 유튜브 빅데이터 전문가, 섬네일 전문가 등으로부터 배워 나갔다. 이제는 유튜브와 관련한 모든 업무에서 전문가 이상 수준이 됐다. 역시 10년여간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강의하는 일만 한 다른 직원은 몸으로 부딪치며 그때그때 필요한 것들을 습득해 온라인 광고·마케팅 실력자로 거듭났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준비가 전혀 안 된 건 아니었지만, 급격히 앞당겨진 ‘아날로그→디지털’의 대전환 속에서 작은 콘텐츠 회사는 바람 앞 등불이었다. 유튜브 김미경TV와 온라인 대학 ‘MKYU대학’은 시작한 지 3년도 채 안 된 사업들이라 아직 탄탄한 수익원이 되진 못했다. 김 대표는 “주 수입인 강연료가 끊기고 저축해 둔 돈으로 겨우 직원들 월급을 주면서 ‘곧 나아지겠거니’ 하고 기다렸지만, 한 달이 지나자(사태가 악화하기만 하자)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며 “이 위기를 넘길 방법을, 직원들을 지켜낼 방법을 찾아내야만 했다”고 회상했다. 

혼돈 속에서 매일 새로운 단서를 찾아 회사와 결합하고 분해하고 재조합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렇게 한 달을 보내자 가닥이 잡혀갔다. 새로운 질서, 이전과 다른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을 도출해 낸 날 김 대표는 직원들에게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했던 사업 방식을 리셋(reset)하자”고 선언했다. 이후 수개월에 걸쳐 없애고 새로 만드는 작업이 이어졌다. 다행히 회사는 위기를 넘겼다. 직원을 내보내긴커녕 더 뽑고 있다. 20여 명이던 직원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30명 가까이로 불어났다. 김 대표는 “바로 얼마 전 3명을 신규채용했고 앞으로 더 뽑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특히 회사가 이커머스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좋은 개발자를 구하는 게 화두다. 여느 IT 스타트업 못지않은 인재 욕심이다. 코로나19 파도를 넘으며 회사는 단순히 유튜브 채널 운영·온라인 마케팅을 잘하는 것을 넘어 ‘디지털 미디어 기업’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회사가 인공호흡기를 떼고 나니 김 대표는 함께 웃고 울던 청중, 유튜브 구독자, MKYU대학 수강생 등이 눈에 밟혔다. 김 대표가 포스트 코로나 생존법을 연구하면서 절절히 느낀 점이 있다. 이미 자본이 있고 유망한 기업들은 ‘혼돈 속 질서’를 명확히 간파하고 관련 인재도 대거 영입하며 위기 속 기회 찾기에 여념이 없다. 개인들은 아니었다. 김 대표는 “2025년에나 벌어질 일들이 모두 현실화한 상황에서 아직도 2020년에 머물러 있는 사람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김미경 대표는 113만 유튜브 구독자들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온라인 대학 수강생들에겐 ‘즉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유튜브 ‘김미경TV’ 영상 캡처
김미경 대표는 113만 유튜브 구독자들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온라인 대학 수강생들에겐 ‘즉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유튜브 ‘김미경TV’ 영상 캡처

기업은 만반의 준비 중인데, 개인은? 

김 대표는 ‘온택트(ontact·온라인으로 외부와 연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전문가로 변신)’ ‘인디펜던트 워커(독립적인 업무수행)’ ‘세이프티(안전 감수성)’ 등 자신이 찾은 생존 공식을 자세히 풀어 책에 담았다. 《김미경의 리부트(reboot)》란 이름으로 완성된 책은 출간과 동시에 서점가 판매 1위를 차지했다. 포스트 코로나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답답해하던 사람들이 너도나도 책을 집어든 결과로 풀이된다. 

네 가지 생존 공식 모두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디지털이다. 김 대표는 “코어 콘텐츠, 즉 나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디지털에 명함을 내밀면 된다”면서 “그러려면 당장 하루에 두세 시간씩 현재 진행되는 디지털 대전환과 내 코어 콘텐츠를 계속 맞춰보는 ‘생각 연습’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디지털 급행열차’가 아닌 ‘주식·부동산 막차’에 올라타기 급급한 일부 젊은 세대에 대해 김 대표는 ‘가엾다’는 표현을 썼다. 그는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 등 돈이 이동하는 건 주시하면서 자기가 살아가는 판 자체의 변화는 간과하는 이가 많다”며 “‘이거 해서 얼마 벌었다’ ‘돈이면 다 된다’는 식의 자본주의 샤머니즘으로 우르르 몰려가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기계발 노력 없이 쉬운 돈을 바라면 안 된다. 바뀌는 판에 투자해야 돈이 고인다”고 덧붙였다. 

올해 57세인 김 대표는 요즘 빅데이터 전공자에게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인 ‘파이썬’을 배우고 있다. 김 대표는 “공부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파이썬을 배울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인들이 사업하는 데 필요할 정도의 디지털 기술은 ‘반조리식품’이라고 보면 된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코딩해 사용하는 경우가 없지 않느냐”며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한 템플릿도 다 있으니 겁내지 말고 도전하고 추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의 중장기 목표는 회사를 ‘교육 유니콘(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키우는 것이다. MKYU대학은 재교육에 목마른 이들의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김 대표는 “5년 후로 미리 내달려버린 세상과 머물러 있는 자신 사이 거리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즉시 교육 프로그램을 계속 제공할 예정”이라고 했다. 리부트 전략 워크숍과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육성 등 우선 내놓은 유료 프로그램엔 학생 8000여 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100여 개 과목을 더 만들 계획이라고 대표는 전했다. 

 

버버리·뉴욕타임스는 ‘완전한 디지털 기업’ 

영국 명품 브랜드 버버리는 스스로를 ‘디지털 미디어 기업’이라 지칭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버버리는 ‘완전한 디지털 버버리(Fully Digital Burberry)’ 전략을 천명했다. 그 중심엔 앤절라 애런츠 당시 최고경영자(CEO)가 있었다. 버버리는 핵심 인력을 디지털에 능통한 인재들로 바꾸고 IT 담당 부서를 후방에서 최전방으로 배치했다. 

이에 따라 고객 맞춤형 온라인 서비스가 탄생했다. 고객들은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코트를 직접 디자인하고 주문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버버리는 각종 SNS 계정을 만들어 캠페인과 패션쇼를 언택트(비대면)로 진행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를 더 이상 ‘일간지’라 부를 수 있을까. NYT는 2012년 11월 마크 톰슨 사장 겸 CEO 부임 후 디지털 매체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올해 4월말 기준 NYT의 총 유료 구독자 수는 600만 명으로 미 언론매체 가운데 가장 많다. 이 중 500만 명 이상이 디지털로만 NYT를 구독하고 있다. 

톰슨 CEO는 7월22일(현지시간) 퇴임하면서 “오래된 도구와 늙은 몸으로는 디지털 전환을 할 수 없다. 성공하려면 대담함과 젊은 독자를 중심으로 디지털을 진정 수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버버리, NYT를 비롯한 유명 회사들이 체질 변화에 나선 이유는 멋있어 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다. 달라진 세상에서 살아남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수년 전 추진 당시엔 다소 이른 것 아닌가 싶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어느 회사에나 당위적이고 필수적인 조치가 됐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해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로 빨라지긴 했으나 어차피 올 일이었다”며 “이제 여러 분야에서 이 같은 변화와 새로운 산업으로의 진입을 막을 순 없다”고 단언했다. 김미경 대표도 “혼돈이 정점을 찍고 나면 이제 서서히 감춰져 있던 질서가 겉으로 드러나기 시작할 것”이라며 “누구나 ‘이것이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이구나’라고 인식하는 순간, 이미 시장은 새판으로 바뀌어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이어 “미리 알아채고 준비하고 투자한 사람만이 시장을 차지할 수 있다. 늦으면 더는 들어갈 자리가 없다”면서 “골든타임이 끝나는 휘슬이 울리기 전에 그 혼돈의 한복판에 들어가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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