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검사들의 육탄전이 말하는 건…
  •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원장ㆍ정치학박사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8.01 11:00
  • 호수 160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검사장 출신의 한동훈 검사와 이를 수사하는 수사팀장 부장검사가 육탄전을 벌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수사팀장이 몸을 던져 덮친 모양이다. 압수수색 과정에 한동훈 검사를 제압하면서 생긴 일이라고 정모 부장검사는 주장한다. 한동훈 검사는 자신을 압박하기 위해 나온 느닷없는 폭행이라고 고소까지 했다. 어느 쪽이든지 놀랄 일이다.

우리 정치사에서 정치인들이나 고위직 공직자들이 서로 폭력적으로 드잡이를 했던 일이 없던 건 아니다. 대체로 저녁 술자리에서 감정이 충만한 경우였거나, 아니면 의정 과정에서의 순간적 충돌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권력투쟁의 현장에서 양측을 상징하는 당사자들이 원초적 폭력까지 보여준 것은 ‘농단’과는 또 다른 차원의 ‘난장’이다. 어느 쪽 주장이 맞는지, 현장 동영상이 있다니 좀 더 확실한 정황은 판명될 수 있을 것이다. 모르겠다. 이마저도 정파적 주장과 진영게임의 대결로 치환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입구에 검찰 로고가 보이고 있다. 서울고검은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의 수사팀장인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 지난 29일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추가로 압수수색 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몸싸움과 관련해 감찰에 착수했다. ⓒ연합뉴스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입구에 검찰 로고가 보이고 있다. 서울고검은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의 수사팀장인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 지난 29일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추가로 압수수색 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몸싸움과 관련해 감찰에 착수했다. ⓒ연합뉴스

요즘 새로운 현상들이 많이 목도되고 있다. 조국 전 장관에 이어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총장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 부처와 상하 조직 사이에도 일회성 갈등이야 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국가 사정 기능의 핵심 기관 사이 갈등이 이렇게 지속된 경우는 처음이다. 어느 쪽 책임이 큰지 규명이 될 수 있겠지만, 본말이 전도된 권력투쟁 상황에 대한 최고 책임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있다.

정치는 늘 비판의 대상이기 때문에 새로워지길 기대하고 표방한다. 어느 당 대표는 한때 ‘새정치’를 대표 구호로 내세우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하얀 셔츠 차림으로 대통령과 참모들이 웃고 있는 취임 초 청와대 모습은 초유의 탄핵 갈등과 대조되면서 새 정부에 대한 기대를 담기도 했다. 김정은과의 판문점 도보다리 장면이나 백두산의 합창은 새로운 기대를 담을 수 있는 이벤트였다.

그러나 이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는 문 정부를 비난하거나 조롱하는 구절로 주로 인용됐다. 오히려 새로운 정치나 국가운영보다는 ‘국정농단’ 정부의 행태들을 평행이론처럼 떠올리게 했다. 야당 시절의 정치적 명분과 가치는 실종되고 적나라한 권력게임이 정치와 국정운영의 모든 기준이 돼 버린 것 같았다. 염치없는 권력게임의 정치가 돼 버렸다. SNS 시대를 배경으로 반대자를 공격하는 독선적 태도가 여권의 정치문화를 지배하는 흐름이다. 어느 진보적 정치학자는 전체주의라 하고, 또 다른 이는 파시즘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한다. 

이제 시작된 21대 국회는 사실상 1당 체제다. 물론 국민의 지지를 잃은 야당의 실패다. 무기력한 야당 체제에, 스스로 겸손하지 않는 한 당분간 경쟁적 민주주의 체제는 어려워 보인다. 우리 정치사에서 원내 야당 역할이 실종된 1당 체제는 공화당과 유정회의 유신체제 시절이었다. 의회정치 기능은 마비됐고 야당은 반체제 세력이 돼 재야에서 활동했던 시절이다. 민주화 이전 오래전 이야기다. K팝, K방역이 말해 주듯 우리나라가 세계무대의 선진국임을 과시하는 요즈음이다. 최소한 독재정권의 유정회 시절이 회고되고 전체주의가 거론되는 그런 한국 정치가 아니길 바란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