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다음 카드는 금융제재?
  • 이혜영 객원기자 (applekroop@naver.com)
  • 승인 2020.08.0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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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0시부터 징용기업 자산압류 명령 효력 발생
자민당 의원들 “매각 땐 경제제재” 정부에 요구
일본제철, 즉시 항고 입장 밝히며 시간 벌기
일본 도쿄도 지요다구에 있는 일본제철 ⓒ 연합뉴스
일본 도쿄도 지요다구에 있는 일본제철 ⓒ 연합뉴스

조선인 강제징용 기업에 대한 한국 법원의 압류 명령 효력이 발생하면서 일본이 추가 대응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빌미로 수출규제를 실행했던 일본이 이번엔 금융제재를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일본 보수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한국에 대한 '강도높은 조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일본 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4일 일본 주요 언론은 이날 0시를 기해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 자산 압류를 위한 한국 법원의 공시송달 효력이 발생한 사실을 일제히 보도했다. 그러면서 자산 매각에 대비해 일본 정부가 금융제재 등의 대응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강제동원 배상 소송에 관한 한일 외교협상이 정체된 가운데 연내 원고(한국인 징용 피해자) 배상을 위해 일본제철의 한국 내 자산 현금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신문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비자면제 정지와 주한 일본대사 소환만으로는 일본 기업의 손해와 균형이 맞지 않아 금융제재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외무성 간부는 "전례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매각하면 대항 조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아사히에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일본 정부 관계자가 "실제로 자산 매각을 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는 것이다"는 강성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 정부의 보복 조치가 한국 측으로부터 역이용 당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문재인 정권에 (대응 조치가) 이용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구체적인 일본 정부의 대응책으로 외교적 조치, 경제적 조치, 국제법적 조치 등 3가지를 꼽았다. 외교적 조치로는 주한 일본대사 소환과 비자 면제 중단 혹은 비자 발급 요건 엄격화 등을 꼽았다. 경제적 조치로는 일본 내 한국 측 자산 압류와 보복 관세 등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면서 대(對)한국 수출관리 강화를 더 엄격히 적용하는 방법도 있다고 거론했다. 국제법적 조치로는 한국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거나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중재를 맡기는 방법이 있다고 언급했다.

우익 성향인 산케이신문은 "한국 측의 일본제철 자산 현금화가 현실화하면 일본 기업의 한국 이탈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산케이는 "현금화는 국가 간 합의(한일 청구권 협정)를 일방적으로 뒤집는 사유 재산의 부당한 침해로, 한국 사업이 안고 있는 리스크가 선명해진 것"이라며 한국 내 강제동원 소송에서 일본제철 외 미쓰비스중공업과 후지코시 등 70여 개 일본 기업이 피고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치권에서도 구체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자민당 내 '보수 단결의 모임'은 전날 회의를 열고 한국 측이 일본 기업의 자산을 현금화하는 경우 경제제재의 발동을 정부에 요구하는 방침을 결정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이날 보도했다.

결의안에는 "문재인 정권의 국제법과 조약국가간 합의를 경시하는 무책임한 대응에 대해 단호히 항의한다"며 일본 기업의 자산이 현금화 될 경우 대비해 "즉시 제재의 구체적인 검토를 추진해 주저없이 실시할 것을 요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편, 한국 대법원의 판결과 관련해 원고 측이 압류를 요구한 것은 일본제철과 포스코가 2008년 설립한 합작사 PNR의 지분이다. 일본제철이 소유한 PNR주식은 전체의 30%로 압류대상은 이 중 8만1075주(액면가 5000원 환산시 약 4억원) 규모다. 

일본제철은 압류 명령의 확정을 피하기 위해 이날 "즉시항고를 예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만일 11일 0시까지 즉시항고를 하지 않으면, 이 회사가 보유한 PNR 지분은 그대로 압류가 확정되고 원고 측은 매각 절차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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