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뚫고 성수기 돌아왔다” 호텔 격전지 된 제주
  • 박지호 시사저널e 기자 (knhy@sisajournal-e.com)
  • 승인 2020.08.13 16:00
  • 호수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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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롯데·신세계, 제주에서 호텔업으로 진검승부

국내 여행 수요가 꿈틀대며 대규모 호텔이 몰린 제주 중문단지에 화색이 돌고 있다. 해외여행이 막힌 내국인들이 여름 휴가철을 맞아 제주도로 몰리면서 특급호텔의 인기가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를 찾는 내국인 수가 지난해 수치를 넘어서면서 롯데호텔과 신라호텔 등 제주도 내 5성급 호텔은 수용 규모 내 만실을 기록하고 있다. 1박 숙박 가격도 성수기 가격인 50만원에서 70만원 선에 형성되고 있다.

코로나19로 내·외국인 관광객이 모두 줄어들며 공실 위기를 맞았던 호텔업계가 8월 성수기를 맞아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 내국인 관광객 수는 오히려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었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31일부터 8월2일까지 주말 3일간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총 13만9544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제주를 찾은 관광객 15만30명의 93% 수준까지 회복한 것이다. 내국인 관광객 수만 따로 떼놓고 보면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었다. 이 기간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13만8652명으로 지난해의 103.5%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내국인 관광객들의 제주도 방문이 이어지며 호텔업계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여파로 내국인 관광객들의 제주도 방문이 이어지며 호텔업계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연합뉴스

해외여행 대신 제주도 찾는 관광객 급증

이에 호텔업계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공공시설 방문 자제 등 사회적 거리 두기로 숙박업소 방문이 급감하면서 악화했던 1분기 실적의 반전 기회를 잡게 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한 1분기 호텔롯데 호텔사업부 매출액은 154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7%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호텔신라 호텔&레저 부문 매출액도 10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4% 감소했다. 2분기에도 코로나 악재는 이어졌다. 호텔신라의 2분기 호텔&레저부문 연결기준 매출액은 837억원으로 전년 대비 35%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16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다만 3분기의 기점이자 성수기의 시작인 7월부터 분위기가 반전하고 있다. 제주 중문관광단지에 나란히 위치한 신라호텔과 롯데호텔 등은 호텔 내 혼잡도를 고려해 투숙객 수를 80%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에서 만실을 기록하고 있다. 신라호텔은 429개 객실을, 롯데호텔은 499개 객실을 운영하고 있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투숙객이 너무 많아 혼잡도가 우려되는 경우에는 투숙률을 80% 선으로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호텔 관계자도 “현재는 전년과 비교하면 투숙률 80% 선을 유지하고 있다. 성수기인 7월말과 8월초에는 투숙률이 많이 올라왔고, 주말은 거의 만실이라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객실가는 호텔 예약 사이트 기준 9월 초중순 신라·롯데호텔·씨에스 호텔 앤 리조트 등 5성급 호텔은 40만원 선부터 시작된다. 비성수기 가격이 20만원 후반에서 30만원대라는 걸 감안할 때 거의 두 배 수준까지 올라왔다. 8월 중순부터 8월말까지 예약할 수 있는 객실은 남아 있지 않았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제주신라호텔은 평균 투숙률이 높은 편이다. 코로나 때문에 최근 (투숙률이) 특히 더 높아졌다고 할 순 없다. 객실가도 평년 수준”이라고 말했다. 롯데호텔 관계자도 “성수기 엔트리룸 기준 1박 숙박비가 40만~50만원 선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수요 회복은 아직이라는 시선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래 호텔업이 내국인과 외국인 비율이 5 대 5 수준이다. 회복되지 않는 외국인 수요가 있어 완전히 회복했다고 보긴 어렵다. 성수기가 지나면 다시 고민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또 다른 지각변동도 예고되고 있다. 현재 개관 준비가 한창인 신세계조선호텔의 그랜드 조선이 그것이다. 신세계조선호텔 관계자는 “12월 개관 예정”이라면서 “그랜드 조선 제주는 신세계조선호텔의 제주도 진출 첫 호텔”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까지 제주도에 진출하면서 신라·롯데·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 3사가 모두 제주에서 호텔업으로 경쟁하게 됐다. 

하반기 또 한번 ‘호텔 전쟁’ 예고 

그랜드 조선은 신세계조선호텔의 두 번째 독자 브랜드다. 지난 2018년 첫 번째 독자 브랜드 호텔인 레스케이프를 개관하며 호텔 브랜드 사업에 나선 신세계조선호텔은 그랜드 조선을 앞세워 하반기 부산에 이어 제주에 진출하게 됐다. 그랜드 조선이 들어서는 곳은 과거 이랜드가 운영했던 켄싱턴 제주 호텔 자리로, 신라호텔과 롯데호텔과 같이 제주 중문단지에 위치했다. 켄싱턴 제주 호텔은 이랜드그룹 계열사인 이랜드제주리조트가 2010년 서라벌호텔을 인수, 개발해 2014년 문을 연 5성급 호텔이다. 2018년 이랜드그룹이 그룹 자산 정리 과정에서 SK디앤디의 부동산 개발 자회사 비앤엠개발에 켄싱턴제주호텔과 인근 상록호텔 부지를 1280억원에 매각했고, 이후 신세계조선호텔이 호텔 운영권을 갖게 됐다. 

그랜드 조선 제주는 기존 켄싱턴 호텔 제주를 리모델링한다. 아울러 스위트 객실 50실을 추가로 신축해 총 271실 규모의 특급호텔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부산에 이어 제주 그랜드 조선의 개관으로 신세계조선호텔의 실적에 반전이 일어날지도 주목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7년 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신세계조선호텔은 이듬해인 2018년 7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해당 연도는 레스케이프가 개관한 때다. 영업손실이 계속 이어지면서 지난해에는 124억원의 연간 손실을 기록했다.  

하반기 개장하는 대규모 호텔은 또 있다. 롯데관광개발과 중국 녹지그룹이 함께 개발 중인 제주 드림타워다. 제주 드림타워는 복합리조트다. 관광호텔 750실과 일반호텔 850실 등 1600개 객실과 외국인 전용 카지노, K패션몰, 호텔 부대시설 및 전망대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개장 시기는 올 하반기로 알려졌다. 

호텔은 그랜드 하얏트로 운영된다. 롯데자산개발은 지난 2017년 하얏트그룹과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에 대한 호텔운영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전체 객실 및 14개 레스토랑과 바, 8층 풀데크, 38층 전망대, 호텔 부대시설 등을 그랜드 하얏트(GRAND HYATT)로 운영하기로 했다. 호텔이 몰려 있는 제주 중문단지는 아니지만 제주국제공항과 제주 번화가와 가까워 접근성 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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