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규제 맞서 소재·부품 국산화 이룬 ‘칸워크홀딩㈜’
  • 이상욱 영남본부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0.08.16 15:00
  • 호수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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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 기업 CEO 인터뷰] 전동 주축 적용 CNC 선반 기술 개발한 칸워크홀딩㈜ 구본생 대표이사

[편집자주] 신기술에 목마른 기업인들이 기술개발에 뛰어들며 우리나라 경제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경기 침체 상황에서 고군분투하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기 위해 신기술 기업 CEO 인터뷰를 게재한다. 그들의 사업기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한민국의 경제 미래를 탐색해 본다. 

 

유압식 CNC 공작기계를 전기식으로 전환한 기업이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서는 국산화 기술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술력에 반한 중국으로부터 투자도 받았다. 전기구동 주축을 적용한 CNC 선반을 개발해 공작기계의 패러다임을 바꾼 경남 창원의 칸워크홀딩㈜ 구본생 대표이사를 만났다. 

구본생 칸워크홀딩(주) 대표이사(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에게 전기구동 주축을 적용한 CNC 선반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칸워크홀딩(주)
구본생 칸워크홀딩㈜ 대표이사(사진 오른쪽 두 번째)가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에게 전기구동 주축을 적용한 CNC 선반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칸워크홀딩㈜

국산화 기술로 ‘日 수출규제’ 문제 해결

칸워크홀딩㈜은 공작기계 구성 장치인 척(Chuck), 유압실린더, 터렛(Turret) 등을 만드는 업체다. 공작기계는 자동차·조선·반도체·IT·우주항공 등 핵심 산업에 적용되는 기계 부품을 가공하는 기계다. 대표적인 자본재로, 신기술·신산업과 동반 성장한다. 최근 공작기계 산업은 일본·독일 등 선진 제조사를 중심으로 디지털화, 스마트화, 장비 간 네트워킹 시스템화 등이 빠르게 구축되고 있다. 동시에 글로벌 환경 규제와 에너지 절감을 위해 유압 시스템을 없애고, 전기구동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야말로 스마트머신 기술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데, 칸워크홀딩㈜은 이런 흐름에 맞춰 유압식 주축 시스템을 전기식으로 전환한 CNC 선반 기술을 개발했다. 구 대표이사는 “자동차 부품 등이 과거 스틸 재질에서 알루미늄 등으로 바뀌는 추세다. 경량 소재를 유압으로 클램핑하면 찌그러지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이 때문에) 유압은 안 되고 전기식으로 해야 한다”고 기술 개발 동기를 밝혔다.

칸워크홀딩㈜은 유압 시스템을 제거하면서 혁신했다. 공작기계 구동 장치는 서브 모터와 유압액추에이터가 사용되고 있다. 공작물을 고속으로 회전시켜 절삭하는 선반 특성상 절삭 중 강력한 고정력 유지를 위해 척·터렛 등의 장치에 유압을 계속 공급해야 한다. 유압 공급 장치는 유압탱크·밸브류·유압호스 등으로 구성돼 있어 설치가 복잡하다. 가동할 때 오일이 새거나 오염되면서 구동 장치의 수명이 단축되는 등 효율 저하 문제도 생긴다. 또 유압 맥동 현상으로 인해 유압력의 정밀한 제어가 어려워 다양한 공작물을 생산하기 쉽지 않다. 

전기구동 선반은 기존 스핀들 모터의 동력을 이용해 공작물의 클램핑과 회전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기계 방식 구성으로 공구의 분할 각도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고, 락킹력(Locking force)을 유지할 수 있다. 칸워크홀딩㈜은 그게 가능한 기술을 개발했다. 칸워크홀딩㈜은 CNC 선반에서 유압 시스템을 완전히 제거했다. 전기식으로 전환하면서 작업자가 실시간으로 장비를 제어할 수 있고 모니터링도 가능해졌다. 구 대표이사는 “이 기술은 일본과 독일이 현재 적용하고 있는 전동 실린더나 서브 모터조차 필요 없다”며 “일본과 독일보다 1세대 앞선 선진 기술이자 세계시장을 선도할 표준기술”이라고 자신했다. 

전기식 CNC 선반 기술 개발 과정에서 의외의 수확이 생겼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서 소재·부품 국산화 기업으로 주목받은 것이다. 우리나라 공작기계 산업은 CNC·모터·베어링·볼스크루 등 공작기계를 구성하는 핵심 부품의 3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 가운데 CNC와 모터는 85% 이상을 일본 FANUC에서 수입해 왔다. 칸워크홀딩㈜은 전동 스마트 시스템 기술을 개발하면서 일본의 CNC와 모터를 사용하지 않는 공작기계를 만든 것이다. 그는 “CNC를 국내 CNC 기반에서 개발했다”며 “일본 수출규제를 무력화하는 성과를 거둔 셈”이라고 자평했다. 

기술 장벽과 개발 인력이 고민거리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체 역량에 의존해 연구개발 단계부터 사업화 단계까지 개발해 온 ‘폐쇄형 혁신 모델’을 벗어던지고 외부의 지식·기술·경험을 받아들이는 ‘개방형 혁신’ 전략을 구사했다. 구 대표이사는 “2015년부터 동아대학교, 정부출연연구소인 한국기계연구원 등과 산학연 공동연구 개발을 통해 기술적인 면과 인력 문제를 해결했다”고 했다. 

구본생 칸워크홀딩(주) 대표이사가 한국전기연구원과 경남도 관계자 앞에서 자사 생산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칸워크홀딩(주)
칸워크홀딩㈜의 구본생 대표이사가 한국전기연구원과 경남도 관계자 앞에서 자사 생산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칸워크홀딩(주)

현대 위아에 첫 신기술 탑재…9월 시제기 생산

지난 2015년부터 개발에 들어가 수십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신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칸워크홀딩㈜은 우리나라와 해외 특히 중국·인도·미국·유럽 국가에 20여 건의 특허와 지식재산권을 등록했다. 구 대표이사는 “개발하면서 시제품 샘플로 만든 장비가 수십 대 된다. 기계연구원에서 성능 시험과 테스트를 했다. 결과가 안 나오는 바람에 설계를 밥 먹듯이 변경했다”고 했다. 신기술 개발 소식에 일본 기업의 기술 제휴 권유도 이어졌다. 

신기술을 개발하자마자 투자 제의를 받았다. 아직 완제품이 나오지 않았는데도 중국 공작기계 업체로부터 투자를 받는 등 투자자가 줄을 선 것이다. 다른 기업들에는 여럿 붙는 투자 조건이 칸워크홀딩㈜에는 따로 붙지 않았다. 단지 딴생각 말고 상용화에만 매진해 달란 얘기만 들었다.

칸워크홀딩㈜은 현재 제품 상용화도 순항 중이다. 구 대표이사는 “현대 위아가 신기술을 탑재한 공작기계 모델을 한 대 만들었다. 오는 9월부터 시제기가 나오면 시판할 수 있다. 대만 공작기계 업체인 페어프렌드그룹(FFG)도 오는 10월부터 중국 정주 공장에서 우리 회사 신기술을 탑재한 공작기계를 생산한다”면서 “지금은 신기술을 CNC 선반에만 탑재하지만, 향후 파급될 연관 기술이 굉장히 많다. CNC 선반의 세계시장 규모가 21조원에 이르는 만큼,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 전략을 펼칠 계획”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구 대표이사는 인터뷰 말미에서 “우리나라 기업은 추격 기술이 아닌 선도 기술로서 글로벌 공급망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현재 소부장 경쟁력강화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중소기업이 개발한 상용화 기술 제품이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도 파급되기 위해선 수요기업(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신기술 제품을 채택해 적용하고자 하는 의지가 중요하다”며 “정부는 수요기업이 안심하고 중소기업 기술 제품을 채택할 수 있도록 품질을 담보할 수 있는 실증보급 사업, 신뢰성 보증보험 등의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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