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교육 양극화 심화시킨 코로나19
  • 김윤태 고려대 교수․사회학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8.14 17:00
  • 호수 160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를 뒤흔든 코로나바이러스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교육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학교에서 원격수업을 도입한 이후 간헐적 등교수업을 운영했지만, 학교와 교사에 따른 학업 성과의 차이가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늘어난다. 부모의 경제력에 따른 사교육 기회가 교육 격차를 악화시킬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8월4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박백범 차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2021학년도 대입 관리 방향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8월4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박백범 차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2021학년도 대입 관리 방향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사회는 겉으로 보기에 교육 기회의 평등이 보장된 것 같지만 실제로는 매우 불평등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1960년대에 초등교육 취학률 100%를 달성한 이후 2000년에는 중·고등학교 취학률 100%에 도달했고, 최근에는 학령인구의 약 85%가 2년제 이상 대학에 진학한다. 그러나 학생의 거주지나 학교의 소재지에 따라 학교 시설, 교육 내용, 학원 교육 기회에서 커다란 차이가 존재한다. 서울이 지방보다 월등하게 좋고, 강남 8학군의 교육 수준이 가장 높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유명한 저서인 《재생산》에서 교육 관계에서 나타나는 ‘상징폭력’과 이를 은폐하는 사회적 조건을 설명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가 학교의 독립성과 중립성이라는 환상을 만들지만, 사실상 기존 질서의 ‘재생산’이라는 원리를 따른다고 주장했다. 사회의 특권계급은 학생 선발권을 교육기관에 위임해 세대 간 권력 세습 기능을 완벽하게 중립적 권위에 양도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그러나 학교는 기존 질서를 전보다 더 철저하게 해 계급의 재생산에 기여한다.

한국 사회는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여전히 학벌과 계급이 결합된 강고한 위계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치열한 입시 경쟁은 능력주의의 원리에 따라 결과를 만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계급 재생산 기능을 수행한다. 부유층과 중산층 자녀들은 고액 학원비를 지출하며 국제중, 특목고, 자사고를 거쳐 자신들만의 교육자본과 사회자본을 획득한다. 또한 부모의 돈과 인맥에 따라 해외연수와 인턴의 경험을 가질 수 있으며 학생생활기록부를 반영한 대학 수시전형에서 우월한 경쟁력을 가졌다. 결과적으로 부모의 경제력이 클수록 자녀가 ‘일류 대학’이나 4년제 대학에 진학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하위 계층에 속한 학생의 확률은 낮다.

‘아빠의 경제력과 엄마의 정보력’에 따라 자녀의 특목고와 명문 대학 진학이 결정된다는 말이 널리 퍼져 있다. ‘할아버지의 경제력’까지 추가된 지 오래다. 대학 졸업 이후에도 부모의 연줄에 따라 노동시장의 진출에 또 다른 불평등이 발생한다. 대학원 입학, 기업 인턴, 신입 직원 채용에도 부모의 인맥을 통한 추천이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2019년 조국 서울대 교수 자녀의 특목고와 명문 대학, 의학전문대학원과 대학원 입학, 법무법인 인턴 논란에서 보듯이 교육 불평등과 공정성은 사회적으로 뜨거운 이슈다. 교육 기회의 불평등은 사회가 제도적으로 자행하는 상징폭력 행위로서 개인의 존엄과 잠재력을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많은 학자는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아니라 세습의 도구가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김누리 중앙대 교수가 대학자격고사화(입시제도 폐지), 대학 평준화, 대학 무상 교육, 국공립대학 네트워크를 제안한 이후 교육 개혁에 관한 논쟁이 한층 뜨거워졌다.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가 내건 자사고·외고·국제고 등 특권학교 폐지를 통한 고교 서열화 해체와 국립대학 네트워크화, 사립대 공영화를 통한 대학 서열 체제 완화 공약 이행을 지켜보고 있다. 부모의 돈과 지위에 따라 자식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사회에는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헬조선’을 저주하는 젊은 세대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는 교육 개혁이 시급하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