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진 전 의원 확진에 술렁이는 여의도
  • 이혜영 객원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8.19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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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광주 행사 최소화…“차명진은 호적 팠다” 선 긋기
민주, 이낙연 음성 판정에 한숨 돌리며 각종 일정 연기
용혜인, 청문회 도중 코로나19 검사 대상 통보
보수단체가 주도한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던 차명진 전 의원이 19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 연합뉴스
보수단체가 주도한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던 차명진 전 의원이 19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 연합뉴스

보수단체가 주도한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던 차명진 전 의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정치권 인사 가운데 첫 확진자가 나오고, 확진자와 접촉한 현역 의원들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여의도 정가는 긴장 속에 파장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19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차 전 의원은 전날 오전 주소지 인근인 경기도 가평 청평면보건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후 이날 새벽 4시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차 전 의원은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후 검사를 받고 자가 격리 중이었다.

그는 코로나19 검사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청평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았다. 주변 사람들 괜한 걱정도 하기에 할 수 없이 검사 받았다"는 내용을 올리기도 했다.

차 전 의원은 현재 세월호 유가족을 향해 막말을 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전날 인천지법 부천지원에서 첫 재판이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19 검사 후 격리 중이라며 재판에 불출석했다.

차 전 의원은 원외 인사지만 미래통합당 관계자들과 밀접 접촉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통합당 내에선 당혹스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차 전 의원과 가까운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전날 국회 의원회관을 방문했다는 소문도 돌면서 의원과 보좌진들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통합당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이날 광주 방문행사 참석 인원을 최소화하고, 오는 26∼27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예정했던 '정기국회 대비 의원 연찬회'도 잠정 연기했다. 또 차 전 의원 등의 사례가 당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선 긋기에 나섰다. 

김은혜 대변인은 "차 전 의원은 당에서 이미 호적을 판 인사"라며 "전 목사나 광화문 집회를 우리 당과 계속 엮으려 하는 것은 정치 공세"라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차 전 의원이 '세월호 텐트' 막말로 제명되기 전까지 당협위원장을 지냈고, 통합당 후보로 총선 레이스를 완주한 이력이 있는만큼 난감해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차 전 의원과 함께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던 인사들도 속속 검사를 진행 중이다. 민경욱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인천 연수구 보건소에서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문자메시지를 올렸다. 집회에 참석했던 김진태 전 의원은 검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가 여의도 정가를 향해 다가오면서 국회는 이날부터 연이틀 예정된 정보위원회 유관기관 업무보고를 24∼25일로 미뤘다. 기획재정위원회는 김대지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이 여의치 않아 방역대책 속에 예정대로 진행했지만, 여기서도 코로나19 돌발 변수가 나왔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이날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 도중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을 통보받고 자리를 이탈했다. 용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 저녁 TBS 라디오에 출연했고, 기재위가 개의한 후인 오늘 오전 10시30분께 TBS로부터 연락을 받고 회의 중 이석하게 됐다"고 밝혔다. 용 의원은 앞서 TBS 라디오에 출연한 A씨가 전날 오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CBS 라디오에도 출연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검사 대상에 올랐다. 

용 의원은 "자가격리 대상자는 아니지만, 확진자와 직·간접 접촉 가능성이 있다면 A씨 검사 결과가 확인될 때까지 일정을 중단하는 것이 맞는다고 판단했다"며 "기재위 회의 장소를 이석해 A씨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29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29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오후 이낙연 당 대표 후보가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해 검사를 받게 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혼란을 겪었다. 이 후보가 음성 판정을 받으면서 한시름 놓게 됐지만, 추가 검사자가 나올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팽배한 상태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예정된 최고위원회의를 오후로 연기하고, 각종 의원 모임도 미뤘다.

민주당 8·29 전당대회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선거운동도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 전대 당일 행사는 온라인으로 대체됐다. 이 후보가 음성 판정을 받긴 했지만 잠복기 등을 고려하면 아직 위험이 사라졌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만큼 이날과 20일 계획된 TV토론회 등 선거운동 일정도 '올스톱'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은 광화문 집회와 현 코로나 확산세를 결부시키며 보수 진영 책임론을 거듭 부각하려는 모습이다. 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전광훈 목사가 참여한 광복절 집회 이후 코로나19가 재확산한 여파가 여기까지 미친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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