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은 테러리스트” 말한 스가 요시히데, 日 차기 총리 확실시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0.09.02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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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언론 “7개 파벌 중 5개가 스가 지지"
이달 14일 투표·16일 총리 선출 전망
한·일 관계에 어떤 영향 끼칠지 주목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 ⓒ 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 ⓒ 연합뉴스

일본 차기 총리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당선될 것으로 보인다.

2일 일본 주요 언론은 차기 총리를 결정지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스가 관방장관이 당내 7개 파벌 중 5개 파벌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가 장관은 국회의원들이 행사하는 394표 가운데 70%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된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스가 장관을 지지하는 파벌 등의 표를 단순 합산할 경우 약 294표로, 75%의 득표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스가 장관이 284표(약 72%) 이상을 얻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는 국회의원 394표에 자민당 각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 지부 연합회 대표 141표를 더한 총 535표로 결정된다. 투표 종료 후 이틀 뒤인 오는 16일 임시국회를 거치면 차기 총리가 확정된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스가 장관은 국회의원 표만으로 전체 투표 수의 53∼55%를 확보한 셈이다. 투표일인 14일까지 돌발 이슈가 생기지 않는다면, 스가 장관이 차기 총리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이다. 아사히신문은 "스가 장관을 총재로 선출하려는 당내 흐름이 더욱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도 스가 장관의 우세를 점쳤다. 

이번 선거는 스가 장관과 1일 출마 선언을 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조회장,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의 3파전 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스가 장관은 이날 오후 자민당 총재 공식 출마 선언을 한다. 큰 틀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방향성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2012년 12월 제2차 아베 내각 출범 후 줄곧 관방장관으로 재직하며 정부 대변인을 맡아 왔다. 장기간 '아베의 입' 역할을 했기에 '신중한 수비형'이란 평가도 많지만, 유독 한·일 관계에서 만큼은 강경 태도를 보여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로 언급한 것이다. 2013년 11월19일 스가 장관은 안중근 표지석 설치를 위한 한국과 중국의 움직임에 대해 "우리나라(일본)는 안중근에 관해서는, 범죄자라는 것을 한국 정부에 그동안 전해왔다"며 표지석이 "한일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후 중국에 안중근 기념관이 개관하자 "우리나라의 초대 총리를 살해, 사형 판결을 받은 테러리스트"라고 평가절하했다. 

2018년 8월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피해자의 입장에서 해결할 것을 촉구하는 보고서를 발표했을 때는 "일본 정부의 설명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 극히 유감"이라고 반응했다. 최근 들어서는 일제 강점기 징용 문제를 다룬 한국의 사법 절차가 "국제법 위반"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 강제 매각 움직임에 대해선 보복 조치를 시사하기도 했다.

다만, 과거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만류하거나 일부 정치인이 한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할 때 주의를 준 점 등을 고려하면 총리가 된 이후 한·일 관계 개선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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