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는 코로나 쇼크를 얼마나 회복했을까 [최준영의 경제 바로읽기]
  •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9.13 10:00
  • 호수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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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 교체·현금 확보·리스크 축소 준비할 때

지난해 말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 사태가 1년 가까이 진행 중이다. 한동안 안정세를 유지하던 한국은 7월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신규 확진자는 8월부터 폭발적으로 늘어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발령되기도 했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우리 사회는 점점 지쳐가고 있다. 

반면에 자산시장은 3월 저점을 찍고 8월말까지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각국 정부가 쏟아내는 유동성에 힘입어 주식과 부동산, 금 등 거의 모든 자산이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9월 들어 미국 주식시장이 흔들렸다. 애플과 테슬라 등 기술주를 중심으로 하락세를 보이면서 이제 실물경제에 이어 자산시장마저 붕괴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 자산시장은 흔들리는 모습이지만, 코로나 사태로 휘청이던 실물경제는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AP연합
최근 미국 자산시장은 흔들리는 모습이지만, 코로나 사태로 휘청이던 실물경제는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AP연합

자산시장의 불안함과 달리 실물경제는 완연한 회복세다. 여전히 코로나19로 인한 여러 문제가 있지만 올 상반기의 충격에서 벗어나 이제 적응하는 단계로 변화하고 있다. 미국의 산업생산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올해 하락은 1970년대 이후 역대 세 번째로 크다. 일반적으로 이런 큰 폭의 하락은 2년여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이번엔 매우 짧고 깊게 나타났다. 하락세가 급격했던 만큼 회복도 급격하게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은 미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와 신규 주문-재고 등의 지표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산업생산뿐만 아니라 미국 내 물동량 역시 빠르게 회복 중이다. 

유럽의 독일과 아시아의 중국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8월 이후 제조업 PMI는 평균 이상의 모습이다. 평균적으로 보면 여전히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하진 못했지만 회복 속도는 과거 침체기와 비교할 때 훨씬 빠르다. 공급 확대로 인해 부산과 미국의 로스앤젤레스(LA)를 연결하는 컨테이너선 운임은 8월 한 달 동안에만 30% 가까운 상승세를 기록했다. 세계 주요 공항의 항공 화물량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산업생산의 지표로 활용되는 원자재인 구리도 분명한 회복세다. 

 

예상하지 못한 세계경기의 빠른 회복세

예상하지 못한 빠른 회복세의 가장 큰 이유는 공급망 내부가 붕괴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일반적인 경기순환 사이클에선 침체가 지속되면 취약한 업체들의 부도가 발생하고 실업 및 자산 가격 하락 등이 같이 나타난다. 하지만 올해는 이런 상황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각국 정부가 금융·재정정책을 통해 공급하고 있는 유동성 덕택이다. 은행은 보수적 태도로 대출을 빠르게 감소시켰지만 중앙은행과 정부의 유동성 공급은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수준이었다. 그래서 생산능력과 공급망은 유지될 수 있었다. 

수요는 아직 국가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외식업 기준으로 살펴보면 중국은 2월을 저점으로 점차 회복되기 시작해 8월엔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해외여행을 제외한 대부분이 정상으로 돌아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은 코로나 사태 이전의 70~8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미국의 8월 실업률은 7월의 10.2%에서 8.4%로 하락했다. 노동시장 참가율은 61.4%에서 61.7%로 높아졌고, 고용률도 55.1%에서 56.1%로 상승했다. 주당 노동시간은 34.6시간으로 전달에 비해 0.1시간 증가했고, 시간당 임금도 29.47달러로 0.37% 상승했다. 점차 수요가 회복될 조건을 갖춰나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구글이 제공하는 통근 및 교통 수요는 코로나 사태 이전의 7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식당 예약률도 60%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완전한 회복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정부 지원금 등을 통해 일반 상품에 대한 수요는 상당히 회복됐다. 이런 흐름이 제조업의 강력한 회복세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대다수 선진국의 주요 산업부문인 서비스업은 여전히 제한적으로 가동 중이라 공급에 비해 수요는 회복이 늦어지고 있다. 수요의 회복에 따라 공급이 뒤따라가는 일반적 형태와 다른 모습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고, 겨울철에 다시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지 모르지만 일반 제조업 부문은 변화된 환경에 상당히 적응했고 정상을 되찾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실물부문의 회복은 자산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3월 이후 주식시장은 비대면 및 디지털 기업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상승세를 가져왔지만 전통적인 제조업 부문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자연히 가치주에 대한 평가절하 및 성장주에 대한 확신이 시장 분위기를 장악해 왔다. 9월초부터 이런 흐름에 변화가 나타나는데, 이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실물경기 회복세와 더불어 기술주 중심의 과도한 상승세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자산시장 급격히 무너질 가능성 적어

평소 상황이라면 과도한 유동성 공급, 여기에 편승한 투기심리 확대, 실적과 관계없는 높은 가격 등으로 인해 주식을 비롯한 자산가격이 폭락하는 가격 붕괴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실물경기 회복이 이어지면서 종목은 교체되지만 시장의 강세는 유지될 수 있다. 물론 현재의 시장 심리에는 2000년대 초반 IT 버블 시기와 비슷한 정도의 과도한 투기심리가 팽배해 있다. 위험자산에 대한 투기적 포지션도 상당한 규모로 누적되어 있어 작은 변화에도 큰 변동성을 나타낼 가능성은 매우 크다. 그러나 자산시장이 전체적으로 급락하거나 붕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선진국 중앙은행이 힘겹게 반등과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경기를 확실하게 되살리기 위해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임을 계속 밝히고 있다. 그러므로 자산시장의 급격한 하락이나 붕괴는 최소한 내년까지는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코로나 사태는 세계경제에 큰 충격을 줬다. 반면에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한 자산시장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급격한 회복과 급등세를 보여줬다. 멈춰 있던 경기순환 사이클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반대로 과도한 상승에 따른 자산시장의 피로감도 상당한 수준이다. 모순된 상황이 동시에 발생하는 지금은 투자자들이 적절한 이익 실현, 종목 교체,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현금 확보, 리스크 축소 등을 준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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