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 출소 후 보호시설 격리 ‘불가능’
  • 서지민 객원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9.1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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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보호수용법, 소급 적용 안 돼”
‘보호수용법’ 19대 국회부터 발의됐지만, 이중처벌 논란 등으로 통과 안 돼
조두순 ⓒ MBC 《PD수첩》 캡처
조두순 ⓒ MBC 《PD수첩》 캡처

오는 12월 만기 출소하는 조두순(68)의 보호수용시설 격리 조치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소한 성범죄자를 보호시설에 격리할 수 있도록 하는 ‘보호수용법’이 지금 제정된다고 해도 소급 적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5일 법무부는 윤화섭 안산시장의 ‘보호수용법’ 제정 긴급 요청 서한에 대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전날 윤 시장은 조두순이 출소하기 전 ‘보호수용법’을 제정해 달라는 요청을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서한 형식으로 보냈다. 

법무부 관계자는 “기존에 국회에 제출된 보호수용법안에는 조두순 등 과거에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소급해서 적용하는 규정이 없다”면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보안처분이라고 해도 실질적으로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기 때문에 ‘형벌 불소급의 원칙’에 따라 범죄 당시의 법 적용이 옳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두순이 출소하는 오는 12월 전까지 ‘보호수용법’이 제정돼 국회를 통과한다고 해도 조두순에게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윤화섭 안산시장은 9월14일 법무부에 조두순이 출소하기 전 ‘보호수용법’을 제정해달라는 요청 서한을 보냈다. ⓒ 연합뉴스
윤화섭 안산시장은 9월14일 법무부에 조두순이 출소하기 전 ‘보호수용법’을 제정해달라는 요청 서한을 보냈다. ⓒ 연합뉴스

보호수용법은 19대 국회 때인 2014년 9월3일 법무부가 입법 예고하고, 2015년 4월9일 정부안으로 처음 제출됐다. 법안은 흉악 범죄자가 출소한 후 교정기관과 별도인 보호수용시설에 일정 기간 격리하는 내용을 담았다. 아동 성폭력범, 3회 이상 상습 성폭력범, 연쇄살인범 등이 대상으로 검찰이 재범 위험성을 판단해 법원에 보호수용을 청구하면 법원이 판결한다. 당시 법무부가 밝힌 법안 제정 이유는 성범죄자가 출소 후 격리된 장소에서 관리·감독 아래 사회 친화적인 처우를 받으며 건전한 사회 복귀를 촉진하기 위해서다. 

보호수용법은 입법 예고 당시 국가인권위원회의 반대에 부딪혔다. 인권위는 해당 법안이 재범 위험성을 판단하는 구체적 기준이 없고, 이중 처벌의 문제가 있으므로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19대 국회가 끝나고 법안은 자동 폐기됐고, 20대 국회에서 다시 정부가 법안 제출을 준비했지만, 인권위와 기획재정부 등의 반대로 포기했다. 국회에서는 윤상직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해당 법안을 발의해 법제사법위원회에 안건이 상정됐지만 결국 통과되지는 못했다. 

당시 법사위는 “제도의 도입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 찬반 의견 등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보호수용 시설 설치 및 관리에 상당한 재원이 소요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보호수용법안이 논의되는 가장 큰 이유는 현재의 사법 테두리 안에서 과거 적은 형량을 선고받은 흉악 범죄자들의 격리 조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조두순 역시 2008년 범죄를 저질렀을 때 이미 성폭력 및 상해치사 등의 성범죄 재범 전과가 있었음에도 최종적으로 12년을 선고 받았다.

출소 이후 별다른 격리 조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조두순이 안산시로 돌아온다는 소식에 안산시민들의 민원은 폭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 시장은 전날 CBS 김현정 뉴스쇼에 출연해 “민원 콜센터에 ‘불안해서 어떻게 사느냐’ ‘조두순 집이 어딘가’ 등 조두순 관련 민원만 3600통 정도 와 있다”고 전했다. 

안산시는 시민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자체적으로 조두순이 머물 예정인 집 주변 64곳에 211대의 방범용 CCTV를 연말까지 설치할 예정이다. 또 전자발찌 착용자를 관리하는 위치추적 관제센터와 안산시가 CCTV 영상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다음 달까지 구축한다.

앞서 조두순은 2008년 12월 경기도 안산에서 등교하던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12년 형을 받았다. 피해자인 초등생은 생식기 80%가 파열되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한 때 '나영이 사건'으로 알려졌으나 피해자를 사건의 중심에 세운다는 비판이 있어, 이 때부터 가해자 명칭으로 고쳐 부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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