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재산분석] 김홍걸, 정부서 ‘갭투자’ 막은 사이에 ‘갭증여’ 의혹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0.09.21 12:00
  • 호수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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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걸 아파트, 자녀 증여되면서 올린 전세보증금 세금 충당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무소속(9월18일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 의원이 보유한 재산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 동교동 김 전 대통령 사저 외 강남에만 아파트 2채를 보유한 사실이 확인된 것은 물론, 이와는 별도로 아파트 분양권과 상가 절반이 누락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허위 신고 논란으로 번진 것이다. 게다가 “처분하겠다”고 했던 배우자 명의의 서울 강남구 일원동 아파트 ‘래미안 루첸하임’을 차남에게 증여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증여 일자는 취득세율 인상 등이 담긴 ‘7·10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나흘 후인 7월14일이다. 법 시행 직전 서둘러 증여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김홍걸 무소속 의원(왼쪽)이 차남에게 증여한 강남구 일원동 래미안 개포 루체하임 단지 ⓒ시사저널 박정훈·이종현

차남에게 증여된 래미안 루첸하임은 2018년 11월 입주한 아파트로 현재 시세는 18억2500만원(KB국민은행 조사), 호가는 20억원이 넘는다. 김홍걸 의원실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김 의원의 배우자 임아무개씨가 미계약분 추첨으로 당첨돼 9억7900만원에 매입했다. 민주당 지지자들도 당 지도부가 다주택자 의원들을 상대로 집 한 채를 제외한 나머지 주택을 처분하라고 요청했는데도 김 의원이 이에 응하지 않은 채 오히려 자녀에게 증여한 점을 비판하고 있다.

또 하나의 궁금증은 예금이 2550만원(8월28일 공개된 국회의원 재산 신고 내역)뿐인 27세의 차남이 무슨 돈으로 증여세를 내고 이 집의 명의를 넘겨받았느냐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김 의원실 관계자는 “6억원이 조금 넘는 증여세는 차남이 정상적으로 납부했다”고만 밝힐 뿐, 구체적인 세금 납부 방법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김 의원 차남이 증여세를 내는 방법은 몇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우선 김 의원 부부가 모든 증여세를 대신 내주는 경우다. 어떤 식으로든 모든 납세 책임은 증여받은 김 의원의 차남에게 있다. 그런데 만약 아파트를 넘겨받은 차남이 세금 낼 돈이 없어 부모가 현금을 줬다면 그 금액만큼 증여세가 추가로 부과된다. 갖고 있는 현금이 많지 않았던 김 의원의 차남은 전세를 끼고 증여받은 후 전세금을 올려 증여세 일부를 충당하는 방식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차남 김씨는 기존 6억5000만원이었던 전세보증금을 새롭게 계약하면서 10억5000만원으로 올렸다.

전셋값이 단숨에 4억원이나 치솟은 것은 또 다른 논란을 만들고 있다. 정부·여당은 최근 집주인이 기존 세입자와 계약을 갱신할 때 임대료를 기존보다 5% 이상 올릴 수 없게 하는 내용의 ‘전·월세 상한제법’을 통과시켰는데, 김 의원 측의 이러한 계약은 정부정책에 반하는 행동이다. 김 의원은 해당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으면서도 정작 이 아파트 전셋값은 크게 올렸다. 

이렇게 올려 받은 4억원의 추가 보증금은 김 의원 차남이 증여세를 내는 데 사용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구체적인 증여세 납부 방법을 묻는 질문에 김 의원실 관계자는 자세한 설명은 피하면서도 “상식적으로 계산해 보면 전세금 4억원을 올려 받았지 않았나. 거기서도 돈이 나왔을 거고 부모로부터 현금을 받았다면 그에 대한 증여세도 충당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확히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김 의원 차남은 부담부 증여 방식으로 아파트를 넘겨받은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김 의원의 재산 증여가 정부가 금지하고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는 ‘갭투자’ 방식과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갭투자란 전세를 끼고 집을 산 뒤 매매 값이 오르면 매매이익을 거두는 방식이다. 부담해야 할 자기자본이 적기 때문에 그동안 저금리 시대 유망한 부동산 투자법으로 주목받아왔다. 최근 주택시장에 광풍이 일자 정부가 서둘러 갭투자를 막고 나선 것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해서였다.

세법상 위법은 아니어도 국민정서법에는 저촉

김 의원 아들의 재산 취득 형식은 투입된 자기자본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갭투자’와 비슷하다. 정상적인 부동산 거래는 증여받는 사람이 자신의 돈으로 증여세를 내야 한다. 그런데 이번의 경우 김 의원 자녀는 보유한 현금이 아닌 올린 전세금으로 증여세를 냈다. 부동산을 넘겨받으면서 들어간 자기 돈이 없는 셈이다. 물론 늘어난 전세보증금만큼 부채가 늘어났다고 할 수는 있지만, 해당 아파트가 강남 요지에 위치한 아파트라는 점에서 늘어난 부채는 앞으로 오를 매매 값으로 충분히 충당할 수 있다. 한 세무 전문가는 “부담부 증여까지 과세 당국이 단속하지는 않고 있어 방식 자체를 위법이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정책을 추진하는 집권여당의 국회의원이 ‘갭증여’ 방식을 썼다는 것은 국민정서법상 이해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세 차익을 이용해 증여세를 감당하는 방식이 추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회계사)는 “부담부 증여에서 중요한 것은 아들에게 넘어간 채무가 ‘진실한’ 채무인지 여부”라면서 “이 경우라면 전세금 10억원의 채무를 차남이 자신의 나이와 소득에 비춘 경제적 능력에 비춰 감당할 능력이 되느냐는 것이다. 이에 근거해서 본다면, 세무 당국에서 다른 판단도 내릴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꼼수 증여, 갭투자 등은 모두 정부·여당이 팔을 걷어붙이고 규제에 나서는 사안들이다. 이러한 정부 방침에 역행하는 데다 강남 다주택, 재산 허위 신고 논란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김 의원을 둘러싸고 ‘갭증여’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9월15일 아들 증여 문제를 포함해 재산 신고 논란과 관련해 김 의원에 대한 고발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도 ‘갭투자’ 구설에 

유력 대선주자인 이낙연 민주당 대표도 ‘갭투자’ 의혹이 불거졌다. 이 대표는 총선 출마 지역구인 서울 종로구로 거주지를 옮기기 위해 갖고 있던 서초구 잠원동 A아파트를 19억5000만원에 팔았다. 이 돈으로 이 대표는 종로구 B아파트에 보증금 9억원을 내고 전세로 들어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대표는 무주택자였다. 그랬던 이 대표는 석 달 만에 바로 옆 C아파트를 17억5000만원에 매입하면서 전세보증금으로 12억5000만원을 받았다. C아파트를 사면서 들어간 돈은 5억원에 불과했던 것이다. 정부가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는 갭투자를 여당 대표이자 차기 유력 대선주자가 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 측은 “전세 만료 시기가 임박한 집을 매입한 것이고 실거주 목적이라 갭투자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김홍걸 의원처럼 다주택자가 주택을 매각하지 않고 ‘꼼수’ 증여했다는 논란은 더 있다. 현재는 무소속이지만 여당 출신인 박병석 국회의장은 서울 강남 아파트를 포함해 다주택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5월 대전 서구의 아파트 한 채를 처분했다고 반박했지만, 매각이 아니라 아들에게 증여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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