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도시재생 앵커 건물 선정에 특혜 의혹”
  • 이상욱 영남본부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0.10.11 13:00
  • 호수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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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인 “거제관광호텔 선정 과정은 비정상적인 행정행위”
거제시 “수사 중이라 할 말 없다”

경남 거제시가 추진 중인 고현1지구 도시재생사업에서 앵커 건물 선정 과정이 지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거제시가 25년 된 지역 내 한 호텔 건물에 ‘마중물 사업’ 전체 사업비 292억원의 73%인 212억원을 집중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재생사업의 핵심 기능을 맡을 이 호텔 면적(2010㎡)은 전체 사업 면적(19만3140㎡)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거제시는 ‘신(新)·고현 이음으로 다시 날다’로 명명한 이 도시재생사업이 성공할 경우 상권과 원도심 활력을 회복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앵커 건물 선정 과정의 특혜 의혹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5년 된 호텔 건물을 앵커 건물로 선정한 것이 잘못됐을 경우, 자칫 시민 혈세를 낭비하고 공직자에 대한 시민의 신뢰를 잃는 악수(惡手)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한 거제 시민이 해당 사업과 관련해 변광용 거제시장을 고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국토교통부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해당 호텔 건물을 선정되게 하려고 계약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행정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김범준 거제정책연구소장은 9월21일 변 시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창원지검에 고발했다. 

김 소장은 고발장을 통해 “많은 거제 시민이 거제시를 상대로 언론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세간에서 제기되는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을 수차례 요구하거나, 행정정보공개 절차에 응해 행정정보를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음에도 거제시는 일관되게 이런 모든 의혹을 가짜뉴스로 치부하며 일체의 회답을 거부하고 있다”며 “거대한 행정관청인 거제시를 상대로 세간에서 제기되고 있는 각종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검찰 고발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경남 거제 고현1지구 도시재생사업 구역 항공사진. 파란색 동그라미 안 건물이 거제관광호텔 ©거제시
경남 거제 고현1지구 도시재생사업 구역 항공사진. 파란색 동그라미 안 건물은 거제관광호텔 ©거제시

“타 대상지 검토 없이 거제관광호텔과 계약”

김 소장은 “거제시는 일체의 다른 유사 대상지는 사전검토조차 하지 않고 오직 거제관광호텔 측하고만 사전협의를 통해 100억원으로 손실보상협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거제시가 앵커 건물을 선정하면서 활용이 가능한 여타 유사 대상지를 애초에 검토하지 않고 고현1지구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4월24일 거제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 속기록에 따르면, 거제시가 여타 부지에 대한 사전검토 없이 오직 거제관광호텔 측과 접촉한 정황이 엿보인다. 당시 거제시 관계자는 “저도 그 부근에 해남정비와 2개(건물) 정도 그런 부분(비교 분석)에 있어서 고민이 있어야 하는데, 전임자한테 물어보니 해남정비에는 타진하지 않은 게 맞았던 것 같다”고 발언했다. 최소한 다른 건물 두 곳 정도는 비교 분석해 평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의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여태까지 거제 시민들은 해남정비를 고현1지구 도시재생사업의 1순위 대상으로 거론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재생 유형 변경 의혹도 문제 삼았다. 김 소장은 “도시재생전략계획 수립 단계 때 산업기반형이던 고현1지구 도시재생사업 유형이 중심시가지형으로 변경됐다”며 “고현1지구 도시재생활성화지역 도면을 보면 현재 거제관광호텔 자리에 고현 도시재생 모듬공간 조성사업이 들어 있지 않았다. 처음에는 지금의 시외버스터미널 부지 등 다른 장소를 중요한 센터로 조성하려고 계획됐다. 중간에 계획이 변경돼 거제관광호텔이 중요 시설로 자리 잡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거제시가 도시재생 유형을 변경하면서 거제관광호텔에 앵커 건물 선정 특혜를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김 소장은 “도시 이면도로에 위치한 낡은 호텔이 원안에서 검토된 대로변 시외버스터미널 부지나 공청회·거제시의회가 거론한 해남정비 건물보다 상권 활성화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 시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변광용 거제시장 ⓒ거제시청 제공
변광용 거제시장 ⓒ거제시청 제공

감정평가 결과와 관계없이 보상가 사전 결정…위법

김 소장은 또 거제시가 감정평가 결과와 관계없이 기존 손실보상협의 계약에 따라 보상한 것 역시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1일 거제시의 고현동 도시재생사업 편입토지 등 보상계획 열람 공고에 따르면,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68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28조의 규정에 의거 3인의 감정평가업자가 평가한 금액을 산술 평균해 보상가격 결정함’이라고 규정돼 있다. 

김 소장은 “거제시는 시의회 답변 과정을 통해 감정가로 지급하겠다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감정평가 금액의 산술 평균인 127억원을 보상가격으로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사전 약속한 100억원에 거제관광호텔 의견을 추가 수용해 102억원을 지급한 것은 명시적으로 관련 법령을 위반한 것”이라며 “손실보상협의 계약서에 정한 금액으로 지급할 거면 왜 감정평가를 했는지 의문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거제시가 보상 계획 공고 이전에 이미 호텔 측과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에 대해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거제 시민 청와대 국민청원 “불공정한 도시재생사업 중단 촉구”

지금 지역사회에서는 거제시와 거제관광호텔의 관계에 대한 소문이 무성하다. 김 소장은 변 시장과 거제관광호텔의 김아무개(55) 대표이사가 ‘특수관계’라고 지목했다. 김 소장은 고발장에서 “변 시장은 자신이 출마한 총선과 지방선거 등 몇 차례 선거 때 거제신문사 편집국장을 역임했다는 경력을 주요 이력으로 기술하고 있으며, 변 시장이 편집국장을 역임할 당시(2008~11년) 언론사 사주가 김 대표이사다. 김 대표이사는 현재까지도 거제신문사 사주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이사는 현재 민주평통 거제시 협의회장을 맡고 있는데, 이 사무실은 시청 청사에 위치해 있다. 김 소장은 “김 대표이사는 변 시장이 취임 이후 일부 언론사와 관계가 불편해지자 사석에서 공공연히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변)광용이를 옹호해 주고 도와줘야 하지 않겠냐’는 식의 발언을 해 왔다”고 주장했다. 

거제시는 고현1지구 도시재생사업 앵커 건물 선정 과정의 특혜 의혹 고발과 관련한 10월5일 시사저널 취재에 “검찰 수사 중이라 할 말이 없다”며 명확한 답변을 회피했다. 김 대표이사는 최근 거제시의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거제시 관계자가 먼저 호텔 매매 의사가 있는지 타진해 왔다. 인근 해남정비 부지로 도시재생을 할 경우 그 효과가 더 커질 것이라고 역제안했으나, 거제시 관계자는 해남정비를 매입하면 사업승인이 나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했다”며 “거제시가 사업지 적합 여부와 안전 등 사전 검토를 하겠다며 2차례 실사한 후 (2019년) 7월말쯤 조건부 매매계약과 손실보상협의 계약서에 날인했다”고 해명했다. 

거제시는 올해부터 2024년까지 국비와 지방비 등 총 292억원을 들여 거제관광호텔 증축 리모델링 등 ‘마중물 사업’을 추진한다. 도심 중심 기능을 강화하고 원도심 중심 상권 활성화를 꾀한다는 게 골자다. 논란의 중심인 거제관광호텔에는 상생협력상가, 거제시 도시재생지원센터, 경로당, 옥상 정원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특혜 의혹이 불거지다 보니 거제 시민들의 불만은 도시재생사업 자체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거제 시민들은 앵커 건물 선정 등에 의문을 제기하며 고현1지구 도시재생사업과 관련한 청와대 국민청원도 제기한 상태다. 지난 7월30일 올라온 국민청원에는 ‘다른 건물도 있는데 특정 호텔하고만 일대일 단독으로 접촉했다고 합니다’라며 불공정한 도시재생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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