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활용 어려움’ 페트병의 비중은 실제 얼마나 될까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0.10.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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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재활용 어려움’ 등급 32% 조사 발표…실제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
“내년부터 용기에 재활용 등급 표기”…초강수에도 업계 개선 가능성 회의적

“국내 생산되는 페트병 중 실제 ‘재활용 어려움’ 등급에 해당하는 비중이 족히 90%는 될 것이다.”

9월27일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은 6000여 개 업체가 제조·생산하는 포장재 2만7000건을 대상으로 9개월간 재활용 용이성을 평가한 결과를 발표했다. ‘최우수’ ‘우수’ ‘보통’ ‘어려움’ 등 4개 등급으로 평가한 결과, 최우수 또는 우수는 48%, 보통은 20%, 어려움은 32%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평가 결과와 함께 ‘재활용 어려움’ 등급 페트병 출고량이 크게 줄어드는 추세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시중에 재활용 어려운 페트병이 차지하는 비율은 환경부 평가 결과보다 훨씬 높으며, 실제 전체 90%에 이를 것”이라며 “향후 개선 가능성도 매우 회의적인 상황”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시각차가 나타나는 이유는 뭘까.

페트병 재활용 처리 과정 ⓒ시사저널 최준필
페트병 재활용 처리 과정 ⓒ시사저널 최준필

평가 대상 제외된 중소 업체 수천 곳

‘재활용 어려움’이라는 건 페트병에 라벨을 접착제로 붙여 분리를 어렵게 만들거나, 병에 색을 넣어 만드는 것을 일컫는다. 환경부는 이번 조사에서 1년 생산량이 5톤 이상(500ml 생수병 기준 30만 개)인 업체만 대상으로 평가했다.

이에 업계에선 해당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 중소업체 수천여 곳까지 모두 더하면 ‘재활용 어려움’ 비중은 훨씬 늘어날 거라 주장하고 있다. 한 재활용처리업체 관계자는 “환경부가 일정 기준을 두고 큰 규모 업체 위주로 평가했는데, 영세업체까지 합하면 시중에 나온 대부분의 페트병 등 포장재들이 재활용 어려움 등급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또 하나 문제는 환경부가 정한 ‘재활용 보통’ 등급 역시 유럽 등 선진국에선 ‘재활용 불가’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업체 관계자는 “페트병과 라벨 부착에 사용한 접착제가 바람으로 분리가 되지 않아 가성소다 섞은 물로 녹여야 하는 경우 ‘보통’ 등급, 이 물에도 잘 녹지 않으면 ‘어려움’ 등급이다. 그런데 외국에선 이 가성소다를 섞은 온수 자체가 재활용시 페트품질을 떨어뜨려 최대한 줄이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선진국 기준으로 보면, 국내 ‘재활용 보통’ 등급을 받은 포장재들 모두 재활용이 불가한 상품이란 것이다. 그럼에도 국내 대기업 가운데, ‘재활용 어려움’ 페트병을 ‘보통’ 수준으로 바꾼 후 ‘친환경 패키지’로 홍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페트병 재활용 처리 과정ⓒ시사저널 최준필
페트병 재활용 처리 과정ⓒ시사저널 최준필

재활용 분담금 20% 할증, 효과 있을까

환경부는 재활용에 대한 업체들의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내년부터 ‘재활용 어려움’ 제품엔 재활용 분담금을 20% 할증하고 재활용 등급을 용기에 의무적으로 명시하는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반대로 재활용 최우수 등급의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엔 인센티브 50%를 제공할 예정이다. 심각해지는 쓰레기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환경부가 나름의 초강수를 둔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업계 일부에선 이러한 조치에 따른 개선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우선 연간 생산량 5톤 이하인 업체들은 이 같은 패널티 대상에서 제외된다. ‘재활용 어려움’ 제품 생산업체에 부담되는 재활용 분담금 20% 할증 역시 큰 유인이 되지 못하는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정도 할증하면 페트병 1병에 0.2원 정도 더 추가되는 수준이다. 기업들에게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오히려 재활용 등급을 높이기 위해 페트병 생산공정과 시설을 일부 변경해야 하는 데 따른 부담이 더 클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환경부는 “실제 재활용 등급을 매기고 이에 대한 인센티브 및 할증을 제공하겠다고 한 후 업체들이 상당 부분 개선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20%라는 재활용 분담금 역시 업체로서는 안 내도 되는 돈을 더 내는 것이기 때문에 부담이 없진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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