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취재기자 사진 올린 추 장관의 의도는?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0.10.1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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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좌표 찍기’ 논란에 시민단체 고발·기자협회 공식 사과 요구
“언론도 자중·자성 필요” 목소리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0월14일 점심시간 무렵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0월14일 점심시간 무렵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0월15일 SNS에 본인 집 앞에서 대기하던 취재진의 얼굴을 모자이크도 없이 게시한 것과 관련 논란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시민단체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는 10월16일 추 장관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법세련은 “추악한 인격 살인이자 명백한 언론 탄압”이라며 “기자가 집 앞에서 취재를 한다는 이유로 얼굴이 그대로 드러난 사진을 게재하고 비난을 가한 것은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기자협회도 추 장관에게 공식 반발했다. 한국기자협회와 사진기자협회는 같은 날 성명서를 내고 “이른바 언론인 ‘좌표 찍기’를 통해 국민의 알 권리와 헌법 제21조 1항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며 “달면 삼키고 쓰면 뱉고, 가당치도 않은 말을 억지로 끌어다 대어 자기 주장의 조건에 맞도록 이용하며 참된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을 향해 취하는 추 장관의 언론관에 실망을 금치 못한다”고 했다. 두 협회는 “추 장관은 정당한 언론의 취재를 제한하지 말고 편협한 언론관을 바로 잡아라”며 이번 논란에 대한 공개 사과와 SNS 글 삭제를 요구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0월15일 SNS에 본인 집 앞에서 대기하던 기자를 사진으로 찍어 올렸다. 처음 올렸을 때 추 장관은 기자 얼굴을 모자이크 없이 그대로 노출했으나, 몇시간 뒤 수정했다. ⓒSNS 캡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0월15일 SNS에 본인 집 앞에서 대기하던 기자를 사진으로 찍어 올렸다. 처음 올렸을 때 추 장관은 기자 얼굴을 모자이크 없이 그대로 노출했으나, 몇시간 뒤 수정했다. ⓒSNS 캡쳐

“추 장관, 부당하게 괴롭힘 당한다는 피해의식 큰 듯” 

일각에선 언론을 ‘공개 저격’하고 나선 추 장관의 SNS 글에 의도가 담겼다고 해석한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추 장관은 (자녀 문제와 관련해) 부당하게 너무 오랫동안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피해의식이 큰 것 같고, 상당히 예민한 반응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 같다”며 “특히 전임자인 조국 전 장관이 최근 SNS에 ‘이제서야 봤다’며 자신에 대한 보도와 관련 고소·고발을 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한데, 추 장관이 그런 보도를 접하며 본인의 상황도 그와 다르지 않다라고 감정이입, 오버랩을 한 뒤 언론에 선제적으로 강경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작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최 평론가는 “언론의 자중·자성도 필요한 상황이고, 서로 한발 물러서서 진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본질보다 껍데기가 더 커져서 기 싸움을 하는 게 마치 흥밋거리가 돼 버린 상황에서 그 다음에 피로해지는 것은 국민”이라며 “다시 사태의 본질로 돌아와 차분하게 짚어보는 상호 간의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장관이라는 공인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취재를 사생활 침해로 보는 건 온당하지 않고, 불편했다고 해서 SNS에 기자 사진까지 공개하고 얼굴까지 노출한 건 너무 독단적 행동”이라며 “개인으로서는 좀 불편하고 상당히 짜증스러울 수 있겠지만, 언론의 입장에선 그런 긴장이나 불편함을 무릅쓰고라도 취재할 필요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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