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려해상국립공원 구역 재조정, 통영 주민 생존권 달린 문제”
  • 이상욱 영남본부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0.10.25 14:00
  • 호수 161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강석주 경남 통영시장 “한려해상국립공원 3차 공원계획 변경안, 환경부의 편의적 발상에 불과”

10월19일 경남 통영시 사량면 주민 80여 명은 사량도 진촌항에서 50여 척의 어선에 나눠 타고 바다로 나갔다. 환경부의 ‘한려해상국립공원 3차 공원계획 변경안’(이하 3차 변경안)에 반대하는 해상시위를 벌이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환경부의 3차 변경안에 새로 편입된 사량면 딴독섬과 대호도를 돌아오기로 했다. 각 어선에는 ‘국립공원 지정은 어민생존권 말살’ ‘주민 의견 무시한 한려해상국립공원 구역 지정 결사반대’ 등이 적힌 깃발과 현수막이 매달렸고, 주민들은 사량면 특정 도서 국립공원 편입 철회를 외쳤다.

이 모습을 안타깝게 바로본 이가 있었다. 바로 강석주 통영시장이다. 강 시장은 지난해부터 한려해상국립공원 3차 공원계획은 “환경부의 편의적 발상에 불과하다”고 비판해 왔다. 그는 공원 구역의 실태를 담은 자체 용역 최종보고서를 지난 3월 환경부에 제출했다. 강 시장은 또 환경부 장관과 국립공원 이사장을 만나 생계유지를 요구한 지역민들의 염원을 전달했다.

그는 “제도 개선은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개선돼야 할 필수사항”이라며 3차 변경안을 재조정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지난해 9월 자체 용역 실시 이후 국회와 정부 기관을 문지방 닳도록 드나들며 주민 요구를 전달하고 있는 강 시장을 통영시청 시장실에서 만났다.

강석주 경남 통영시장 ©통영시
강석주 경남 통영시장 ©통영시

최근 환경부가 공개한 3차 변경안이 논란이다. 

“환경부는 통영시와 주민들이 요구한 한려해상국립공원 구역 중 육지 3.74㎢, 해상 15.67㎢ 해제 요구를 묵살했다. 오히려 욕지면·사량면·한산면 등 주변 특정 도서를 편입시키는 공원계획 변경안을 주민 공람·공고했다. 이로 인해 주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특정 도서를 편입시키면서 욕지면·사량면 등을 행정구역으로 관할하고 있는 통영시에 사전 의견을 묻지 않았고, 지역 주민들에게도 그 어떤 내용도 설명하지 않았다.”

1968년 지정된 한려해상국립공원은 경남 통영시·거제시·사천시·남해군 등 535㎢에 걸쳐 있다. 통영시는 한려해상국립공원 면적의 44%인 236㎢(육지 48㎢, 해상 188㎢)를 차지한다. 앞서 지난 3월 통영시는 환경부에 한려해상국립공원 구역에 속하더라도 주민이 살거나 농경지·어장이 있는 지역을 해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통영시 요청을 거의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욕지면 초도·좌사리도, 한산면 소구을비도·대구을비도, 사량면 딴독섬 등 16개 특정 도서와 주변 바다를 새로 국립공원 구역에 편입하는 변경안을 내놨다.

변경안에 대해 주민들은 ‘목숨 걸고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국립공원규제완화 통영 대책위원회’는 초창기 한산면과 산양읍 주민들만 참여했다. 이들은 여태까지 지역 주민의 해제 건의 등 의견을 대변해 왔다. 하지만 환경부가 이번 3차 변경안에 주민들의 해제 요청을 반영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특정 도서를 추가로 편입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산양읍·한산면·욕지면·사량면 등 4개 읍·면 주민들은 각자 대책위를 구성해 릴레이 집회를 열고 있다. 현재 변경안과 관련해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다.”

주민들의 생존권 요구인가. 

“그렇다. 1968년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산양읍과 한산면은 각종 규제와 인·허가 제한을 받았다. 공원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처럼 지역 개발사업에서 제외돼 온 산양읍 등은 인구가 급격히 감소했다. 지역 인프라도 덩달아 낙후되면서 주민들의 삶은 종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해졌다. 이번에 한려해상국립공원 해제를 건의한 지역은 논과 밭, 대지가 대부분이다. 다시 말해 농사를 지어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지역 주민들의 소박한 요구였다. 또 산양읍 등 4개 읍·면 주민들은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한려해상국립공원 구역이 재조정되지 않고 변경안대로 특정 도서와 주변 바다가 편입될 경우 주민들의 생존권이 심하게 위협받을 것은 자명하다.”

통영시는 주민 건의를 담은 구역변경 관련 보고서를 작성했다. 

“통영시는 한려해상국립공원(통영·한산지구) 구역조정 타당성 검토 용역을 자체적으로 추진했다. 이때 자체 현장조사를 환경부의 한려해상국립공원 구역조정 관련 현장조사와 병행해 수차례 실시했다. 해당 읍면 이해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주민설명회를 열고 주민 의견도 수렴했다. 그 결과 최소 생계유지를 위한 주민의 농경지와 마을 공동 어장, 마을 거주지역 등을 공원에서 해제할 것을 골자로 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해제 요청 면적은 육지 3.74㎢, 해상 15만6179㎢ 등 총 19만4119㎢다.”

강석주 경남 통영시장이 10월 6일 통영시청 브리핑룸에서 한려해상국립공원 3차 공원계획 변경안에 따른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부의 절차적 부당성 등을 지적하고 있다. ©통영시
강석주 경남 통영시장이 10월6일 통영시청 브리핑룸에서 한려해상국립공원 3차 공원계획 변경안에 따른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부의 절차적 부당성 등을 지적하고 있다. ©통영시

환경부의 총량제와 생태기반평가에 기인하는가.

“환경부의 제3차 국립공원 타당성 조사 기준 매뉴얼에는 ‘국립공원 구역의 해제는 최소화하고, 해제된 면적 이상 보전 가치가 높은 주변 지역 편입으로 최소한 총량제 이상을 유지’ ‘편입과 해제 대상 지역은 생태기반평가, 편입 적합성·해제 적합성 평가를 통해 선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통영시의 해제 요청 지역은 대부분 경작 중인 농지와 이미 개발이 이루어져 국립공원으로서 가치가 없는 지역이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한려해상국립공원 구역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번 환경부의 생태기반평가 결과를 수긍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환경부는 법에도 없는 총량제를 운운하며 해제를 위한 대체 편입 지역인 국·공유지를 지자체에 편입 검토하라고 했다. 통영시는 편입할 국·공유지 면적이 부족하다. 환경부의 총량제 원칙을 지키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탓에 해상부 면적을 대체 편입해 달라고 줄곧 요구했다.”

주민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시장이 동분서주 움직였는데. 

“환경부의 3차 변경안 주민 공람·공고 이후 통영시는 지역 주민들과 대책회의를 열었다. 통영시 입장과 대책에 대해 논의했다. 10월6일 환경부 장관과 국립공원 이사장에게 한려해상국립공원 구역 재조정 건의문을 전달했다. 이어 10월12일에는 직접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방문해 주민들의 최소 생계유지를 위한 한려해상국립공원 구역 해제를 강력히 요청하면서 재조정 건의서도 건넸다. 향후 환경부 차관을 만나 실무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통영 발전의 걸림돌이 된다고 보는가.

“사실 한려해상국립공원 지정에 따른 불합리한 규제는 주민 생활권을 침해하는 등 지역 발전에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최근 조선업 장기 불황으로 지역 경제가 크게 위축되고 도시 활력도 떨어지고 있다. 이번 한려해상국립공원 구역 재조정은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개선돼야 할 필수사항이다. 지역 주민들의 고통 해소와 침체된 지역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꼭 해제돼야 한다.”

해결책은 무엇인가.

“환경부는 생태기반평가 결과를 공개하는 동시에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총량제를 폐지해야 한다. 최소한의 주민 생존권을 보장하면서 환경을 보존하는 최적의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향후 계획은.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공청회는 연기된 상태다. 공청회는 행정절차상 필요조건이다. 통영시는 환경부의 향후 일정과 공청회부터 투명한 행정절차를 요구했다. 고성 등 인근 지자체, 지역 주민들과 함께 3차 변경안의 부당성과 절차상 문제 등을 알리면서 대처해 나가겠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