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흔들리는 국가회계, 감사원 제 역할 하고 있나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0.10.23 11:00
  • 호수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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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재무제표 연간 22조원 오류…국회 “신뢰 어렵다”
법적 근거 없이 회계법인에 매년 십수억 쓰며 의존

감사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일까. 헌법을 보면 된다. 헌법 제97조는 ‘국가의 세입·세출의 결산, 국가 및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검사와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감찰을 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하에 감사원을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은 ‘결산’을 가장 먼저 말한다. 한마디로 하면 나라 살림, 즉 ‘국가회계’를 제대로 감시하고 따지라는 얘기다.

‘국가회계’는 어떻게 다뤄야 할까. 국가회계법 제1조와 제4조는 각각 ‘국가회계를 투명하게 처리하고’ ‘국가회계는 신뢰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자료와 증빙에 의하여 공정하게 처리되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사실 너무 당연한 말이다. 회계에서 투명성과 신뢰성만큼 중요한 가치는 없다. 

현실은 어떨까.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가재무제표에서 매년 22조원이 넘는 규모의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 국가재무제표가 국회에 제출되기 시작한 2011년(회계연도 기준)부터 2019년까지 총 200조1000억원의 오류금액이 발생했다. 총 9회의 결산을 거쳤음에도 2015년 18조9000억원, 2016년 19조8000억원, 2017년 20조원, 2018년 23조원, 2019년 23조4000억원으로 오류금액은 매년 증가했다. 투명한 재정운영과 선진화된 재정관리를 위해 발생주의·복식부기 회계제도를 도입했지만, 정작 실태는 엉망인 셈이다.

국가재무제표는 매년 22조원이 넘는 규모의 오류가 발생해 “신뢰하기 힘든 수준”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입법조사처·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국가재무제표는 매년 22조원이 넘는 규모의 오류가 발생해 “신뢰하기 힘든 수준”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입법조사처·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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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국가재무제표 오류금액 200조

이에 대해 예산정책처는 “지속적인 오류가 발생하고 있어 재무제표를 신뢰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다양한 형태의 국가재정활동 집약체인 국가재무제표의 신뢰성이 무너지면 재정사업 결과 수치에 대한 의문은 물론이고 이를 바탕으로 한 이후의 각종 국가재정활동 소요예측이 정확성을 잃게 된다”고 했다. 국가재무제표의 신뢰성이 흔들리면 국가회계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재무제표의 오류는 크게 ‘감사원 수정사항’과 ‘전기오류수정손익’으로 나뉜다. 감사원 수정사항은 중앙관서와 국가재무제표에 대한 회계결산 검사 과정에서 발견해 수정한 것을 뜻한다. 이는 중앙관서 등이 만든 국가재무제표 수치에 대한 최초의 외부 수정이다. 전기오류수정손익은 전년도 이전의 회계오류 등에 대한 다음 연도 발견분을 말한다. 

대체 이런 오류는 왜 발생할까. 국유재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국토교통부, 국방부 등이 자산 누락, 이중 등재, 말소된 자산 등재, 기초적인 데이터 입력 오류 등 다양한 문제점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게 예산정책처의 설명이다. 정부의 해명도 비슷하다. ‘실수’라는 것이다. 

시사저널은 2년 전 이미 이 문제의 심각성을 보도한 바 있다(시사저널 제1518호 ‘[단독] 망가진 국가회계 시스템, 6년간 결산 오류 65조원’ 참조).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대안 마련에 미흡한 모습을 지적했는데 그사이 얼마나 바뀌었을지를 점검했다. 시사저널은 책임 있는 공식적인 입장을 듣기 위해 김경협·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협조를 얻었다. 두 의원실을 통해 국회 입법조사처와 예산정책처의 분석 자료도 입수했다. 그리고 시사저널은 각 기관이 밝힌 입장을 검증했다. 

우선 이런 오류에 대한 공식 입장을 물었다. 기획재정부는 “관리할 자산이 많은 부처에서 담당자의 회계 처리 업무 숙지 미숙, 단순 실수 등에 의한 오류가 대부분”이라면서 “담당자 교육, 시스템 개선 등을 통해 오류 발생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감사원은 “국가재무제표 오류는 주로 국토부 토지, 건물 등 국유재산 정비 과정에서 상당한 규모로 매년 지속적으로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획재정부 등에 토지대장과 디브레인(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을 연계하고 국유재산실태조사를 체계적으로 수행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하도록 처분요구를 하는 등 전기오류수정손익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결산검사의 내실화를 위해 2018 회계연도부터 결산검사 전담부서를 지정해 연중 결산검사를 준비하는 한편, 결산검사 시에는 전담부서와 일선 감사부서 등으로 구성된 TF를 구성해 검사역량을 집중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기재부 설명처럼 이런 ‘실수’를 민간기업에서 이 정도 규모로 매년 저지른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기업에서 재무제표는 생명과 같다. 한 글자만 틀려도 상장사는 정정공시를 해야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식회계 의혹에 상장폐지 심사와 검찰 고발이라는 엄청난 후폭풍에 직면한 바 있다. 그런데 일개 기업도 아닌 국가에서 엄청난 규모의 회계 오류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지적만 하고 책임은 안 지겠다는 감사원

문제는 누구도 이 심각한 오류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9개년 동안 200조원이 넘는 오류가 발생한 핵심 이유로 감사원이 국가재무제표 적정성에 대한 감사의견을 내지 않는 것을 든다. 이은경 예산정책처 예산분석관은 “감사원에서 결산검사를 실시할 때의 검사 목적이 의견 표명이 아니라 왜곡표시 사항을 적발하는 데 있기 때문에 감사원의 결산검사를 거친 국가재무제표에서 또 다른 오류가 빈번하고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쉽게 말해 ‘지적만 하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장기적으로 국가재무제표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 필요시 의견표명 제도의 도입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당분간은 지금 제도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얘기다. 이유가 뭘까. 감사원은 “미국회계감사원 등 일부 외국 감사기구의 경우 행정부처에 대한 직접적인 처분요구 권한이 없어 결산검사 결과에 대한 의견표명을 하고 있으나 감사원은 ‘감사원법’에 따른 처분요구 권한을 가지고 있어 중대한 회계오류 등을 확인 즉시 시정조치하는 등으로 회계오류를 바로잡고 있다”고 밝혔다. 잘못을 즉시 바로잡고 있으니 의견표명은 불필요하다는 얘기다. 

감사원의 설명은 과연 세계적 기준에 부합할까. ‘선진국 클럽’이라 평가받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절반 이상은 감사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OECD가 2016년 발표한 ‘국가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형태’를 보면 OECD 회원국 중 56%의 국가는 감사원과 같은 독립된 감사기구에서 감사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감사의견은 형식적이지 않았다. 38%는 적정 의견을 냈지만, 15%는 부적정 의견, 3%는 감사의견 보류를 제시했다. 

이은경 예산정책처 분석관은 “감사원은 회계결산 검사만 수행해 재무제표가 ‘국가회계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중요하게 왜곡 표시됐는지 여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지 않아 감사의견을 표명할 정도의 감사 증거를 수집하지 않는다”면서 “그 결과 감사원의 회계결산 검사를 거친 국가재무제표에서 오류 발생이 빈번해 국가재무제표는 안정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노현정 입법조사처 조사관도 “연례적인 국가재무제표 오류 발생이 개선되지 못하는 이유로 감사원이 국가재무제표의 적정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지 않아 책임성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국가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원의 적정성 의견을 포함하도록 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심재영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국가재무제표의 활용성 제고방안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국가결산보고서에는 작성 책임자나 감사인에 대한 언급이 없고 국가결산체계의 절차만을 알려주고 있다”며 “작성 책임자나 감사인의 성명과 서명을 첨부함으로써 회계책임을 이행하고 있다는 강한 메시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간 회계법인 활용, 절차적 정당성 논란도

또 다른 문제도 있다. 감사원은 현재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 회계법인 소속 인력을 결산검사 업무에 투입하고 있다. 여기에 소요되는 예산만 매년 십수억원이다. 국가재정법과 국가회계법, 감사원법 어디에도 감사원이 본연의 역할인 감사 업무를 공공부처가 아닌 민간 영역에 맡겨도 된다고 한 부분은 없다. 감사원법 제50조의2(감사사무의 대행)는 ‘감사원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감사원 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일부 감사대상 기관에 대한 감사사무 중 일부를 각 중앙관서, 지방자치단체 및 정부투자기관의 장에게 대행하게 하고 그 결과를 제출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어디에도 ‘민간’은 없다. 

현재 국가결산심사를 수행하는 인력은 감사원 자체 인력보다 외부 회계법인 인력이 더 많다. 감사원은 2018, 2019 회계연도에 각각 52명과 53명의 자체 인력을 투입했는데, 외부 회계법인 인력은 각각 89명과 83명을 투입했다. 이를 위해 감사원은 두 해에 각각 12억원이 넘는 예산을 썼다. 이렇게 지난 5년간 외부 회계법인 용역비로만 80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사용됐다. 

감사원의 입장은 뭘까. 감사원은 “기본적으로 결산검사는 감사원 책임하에 실시하고 있으며 검사보조 용역 규모도 매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단기간 내 감사인력을 확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재무제표 검사 품질 제고를 위해 제한된 범위 내에서 불가피하게 외부 회계법인을 활용하는 점을 양해해 달라”고 했다. 

회계법인을 활용하는 것과 관련해 ‘법적 검토를 받은 적이 있나’라는 질의에 감사원은 “외부 회계법인은 감사원의 지휘를 받아 일부 검사 보조용역을 수행하고 있다”며 법적 검토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어떨까. 입법조사처는 “자체 인력을 활용하지 않고 민간 회계법인을 활용하는 재무제표 검사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다”고 했다. 노현정 입법조사관은 “재무제표 검사의 추진 방식과 관련해 회계법인 인력을 보조원으로 사용하는 현 방식에 대한 효과성 분석이 필요하다”면서 “업무 성과와는 별개로 국가회계 업무를 민간이 수행하는 것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의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노 조사관은 “장기적으로 회계정보 분석을 통한 감사원의 역량 강화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감사원이 현실적으로 짧은 검사기간과 전문인력 충원 미비 등으로 정말 불가피하게 외부 회계법인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절차적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동완 단국대 교수는 ‘발생주의 정부회계제도의 토착화’ 논문에서 “회계법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감사 기준에 준하는 검사 기준으로 정비해 내부통제를 시행하고 감사의견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은 1997년 ‘재무책임관법’에 각 부처의 감찰관이 민간 회계법인을 선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미국 감사원(GAO)은 1998년부터 발생주의 회계제도 도입과 더불어 정부통합재무제표 감사를 실시하면서 이에 대한 감사는 각 부처의 감찰관이나 감찰관과 계약을 맺은 민간 회계법인이 수행하도록 하고 GAO는 그 결과를 제출받아 검토한 후 감사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김경협 의원은 “투명성과 신뢰성이라는 회계의 핵심 가치를 계속 잃어간다면 결국엔 국가재무제표는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게 될 것”이라면서 “‘회계가 바로 서야 경제가 바로 선다’는 말이 있듯, 감사원과 기재부는 국가재무제표 오류 개선을 위해 안일한 태도를 버리고 모든 역량을 기울이는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성국 의원은 “감사원은 국가재무제표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 회계결산 검사의 정교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홍 의원은 “오류가 매년 반복되는 주된 원인은 확인에 그칠 뿐 지적에 따른 유의한 처분이 동반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처분 강화와 함께 매년 반복 지적되고 있는 오류 유형에 대해서는 감사 전에 사전검토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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