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 도피했던 김봉현·이종필, 檢 조력 받았나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0.10.2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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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 2차 옥중서신 통해 ‘검찰 내 조력’ 언급
향응 검사 특정하고 검찰 ‘짜맞추기식 수사’ 주장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전주(錢主)이자 정관계 로비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4월26일 오후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지난 4월26일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라임 사태'가 정·관계 로비 의혹을 넘어 '검찰 게이트'로 확산하고 있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2차 옥중 서신을 통해 자신과 라임 관계자들의 수개월에 걸친 도피 행각에 검찰의 조력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을 상대로 한 로비와 라임 수사 관계자들에 대한 향응이 있었던 점을 재차 강조한 김 전 회장은 이번 폭로에서도 검찰 내부를 정조준했다. 대검찰청 국정감사를 하루 앞두고 또 다른 의혹이 터져나오면서 벼랑 끝에 몰린 윤 총장이 이를 어떻게 방어할 지 이목이 집중된다.


5개월 간 도피했던 라임 핵심 인물들

김 전 회장은 21일 14페이지에 달하는 2차 옥중 입장문을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그는 편지에서 라임 사태 핵심 인물인 자신과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의 도피에 검찰의 조력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자신들이 수 개월에 걸쳐 잠적할 수 있었던 것은 수사기관인 검찰 내부의 조력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주장이다. 

앞서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사장은 올해 4월23일 서울 모처에 함께 은신해 있던 중 경찰에 체포됐다. 김 전 회장은 지난 1월 라임 사건이 아닌 수원여객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뒤 도주했고, 이 전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법원의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잠적했다. 체포 후 5개월 넘게 신병 확보에 실패했던 라임 사태 공범들이 서울 모처에서 함께 은신했던 사실이 알려지자 '제3의 인물' 또는 단체가 이들의 도피를 도와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특히 김 전 회장은 가짜 신분증을 들고 은신처 밖에서 지인들을 만나는 등 외부 활동을 했지만 잠적 넉 달이 돼서야 체포됐다.  

김 전 회장은 2차 입장문에서 "최초 이종필 부사장 도피 당시 때부터 검찰 관계자들로부터 도피 권유와 검찰 수사팀의 추적 방법·휴대폰 사용 방법 등 조력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피를 권유한 자들로부터 "'일도 이부 삼빽'이라는 '일단 도망가고 이번 부인하고 삼번 부인하라'는 듣도 보도 못한 검찰 용어를 들었다"고 전했다. 

또 "라임 수사 관련 사항들이 검찰 관계자를 통해 생생하게 내 앞에서 전화로 생중계 됐다"고 언급했다. 김 전 회장은 자신들에게 도피를 조언한 인물들이 검사인지 검찰 수사관인지 아니면 양쪽 모두인지 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다. 

김 전 회장이 검사 로비에 이어 검찰 관계자들의 도피 조력 의혹까지 제기하면서 검찰 내부를 향한 수사 확대는 불가피 할 전망이다. 라임 관계자들의 검사 향응·접대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전담수사팀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로비 검사들은 '대우조선해양 수사팀'

김 전 회장은 1차 폭로 당시 검찰 로비 중심에 전직 검사 출신인 A변호사를 언급하며, 그와 함께 검사 3명에게 룸살롱에서 1000만원 상당의 접대를 했다고 밝혔다. 이번 폭로에서 김 전 회장은 이들이 "예전 대우조선해양 수사팀에서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이라고 특정하며 이를 법무부 조사에서도 모두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이 향응 검사들에 대한 범위를 좁힌 것은 자신의 주장에 신빙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회장이 언급한 '대우조선해양 수사팀'은  검찰 반부패범죄특별수사단을 지칭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검 중앙수사부(중수부)가 폐지된 후 2년여 만에 임시기구 형태로 부활했던 반부패수사단은 지난 2016년 첫 수사로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와 경영진 비리 등을 파헤쳤다. 

김 전 회장은 "조사 받을 당시 2명은 이미 특정해줬고, 1명은 사진으로는 80% 정도의 확신이어서 특정짓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참석자리에서 검사들을 소개받을 때 "쟤는 사람 잡을 때 눈도 안감고 산채로 포를 뜬다"고 들었다며 향응 자리에서 나온 구체적인 대화 내용도 부연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A변호사-검찰-윤석열 연결고리 있나

김 전 회장은 A변호사가 검사로 재직하던 2007년 자신의 사건과 관련해 처음 알게됐으며, 2019년 3월 수원여객 사건 변호인을 찾으면서 재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원여객 사건으로 A변호사를 선임하면서 거의 매일 만났고, 호텔과 골프장 회원권 등을 선물하며 특수부장 출신 A변호사를 지극하게 모셨다"고 말했다. 

A변호사로부터 윤 총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발언도 여러 차례 들었다고 증언했다. 김 전 회장은 "A변호사가 윤 총장과 같이 살고 있는 서초동 아파트 사우나에서 만나 윤 총장으로부터 '네가 청문회 준비 경험이 있으니 우리 청문회 준비팀을 도와줘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했다"면서 "제 차 안에서 총장 청문회 준비팀 검사와 통화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청와대 모 수사관이 사망했을 당시 "'총장 모시고 상가집 다녀왔다'는 말을 듣고 윤 총장과 A변호사가 가까운 사이임을 알게 됐고 이후 더욱 신뢰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청담동 술집에서 접대했던 검사가 라임수사팀 책임자로 않아 있는 모습을 보게 되면서 어떻게 그들의 말을 듣지 않거나 거부할 수 있었겠나"라며 "그래서 A변호사의 말을 믿고 수사팀이 원하는 대로 모든 협조를 다해줬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제기한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전날 A 변호사의 사무실인 서울 서대문구의 한 법무법인을 압수수색하고 현재 컴퓨터 등에 담긴 자료 등을 분석 중이다. A 변호사는 현직 검사 술 접대와 라임 수사 관련 검찰 청탁 등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윤 총장 최측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도 언급했다. 김 전 회장은 당시 수원지검장이었던 윤 부원장의 측근에게 2019년 12월 수원여객 사건 영장청구를 무마하기 위해 돈을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수원지검장 부탁으로 친형(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을 보호한다는 지인에게 5000만원을 전달했다"며 "한동안 영장 발부가 안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김 전 회장은 앞선 입장문에서 거론한 윤 총장의 '전체주의' 발언을 재차 꺼내들었다. 그는 "5년 전 여당 의원과 관련해 (로비) 금액이 너무 적다며 사건 진행을 안 한다던 검사가 총장의 (전체주의) 발표 직후 다시 불러 '다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며 "'총장 발표 때문에 그러냐'고 묻자 '맞다'며 도와달라고 했다"고 했다.


검찰의 '짜맞추기 수사' 주장

김 전 회장은 자신의 수첩을 확보한 검찰이 여당 의원 측과 접촉한 기록을 보면서 일정 등이 맞지 않으면 억지로 끼워 맞추는 형태로 수사를 진행했다고 폭로했다. 김 전 회장은 검찰이 휴대폰 위치 기록이나 카드사용 내역, 차량 출입기록 등을 자신에게 알려준 뒤 "이날이 맞죠. 이 위치가 맞죠. 이 사용내역이 맞죠"하면서 거의 모든 수사를 짜맞추는 형태로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또 자신의 친구였던 전 청와대 행정관의 항소심 재판에 증인으로 나가겠다고 했지만 검찰에서 이를 막았다고 했다.  

이와 함께 김 전 회장이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돈을 건넸다고 법정 증언을 한 후 수사 검사가 직접적으로 만족을 표하기도 했다고 적었다. 그는 강 전 수석에 대한 증언 후 검사가 자신을 향해 "아주 환하게 웃으며 증언을 잘했다고 칭찬했다"고 밝혔다. 자신이 "(강 전 수석에 대한 증언으로) 검사님, 총장님이랑 힘 좀 실리셨겠다"고 하자 해당 검사가 "'그렇다. 그런데 우리가(검찰이) 수사를 뭉갰다, 대검에 보고도 안했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들을 한다'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로비 상대로 지목된 여권 관계자들에 대해선 "라임 사건과 관계 없이 2016년 경에 만났던 것이며, 라임 사태 이후에는 이 전 부사장,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와 함께 정식 절차를 거쳐 의원회관을 방문했다"며 "이같은 사실 역시 검찰에 모두 진술했다"고 말했다.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21일 변호인을 통해 2차 '옥중 입장문'을 공개했다. ⓒ 연합뉴스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21일 변호인을 통해 2차 '옥중 입장문'을 공개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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