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시대’ 공식화 앞둔 삼성…4050 총수 등장에 젊어지는 재계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0.10.2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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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그룹 모두 ‘체제 전환’…이재용 부회장 조만간 회장 선임 예상
LG·롯데·한진 등에 이어 한화·신세계·CJ 등도 승계작업 속도
2014년 5월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쓰러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0월25일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별세하면서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승계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 2010년 1월 이건희 회장이 이재용 부회장과 미국 라스베이거스 가전전시회(CES 2010)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2014년 5월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쓰러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0월25일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별세하면서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승계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 2010년 1월 이건희 회장이 이재용 부회장과 미국 라스베이거스 가전전시회(CES 2010)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로 '이재용 시대'가 본격화 할 전망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회장에 오르면, 국내 4대 그룹은 모두 40·50대 젊은 총수가 경영 전면에 등장하게 된다. 창업주와 그 자녀 세대가 경영하던 '1·2세 시대'를 마무리하고 '3·4세 체제' 전환에 속도를 내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그에 따른 재계의 변화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0·50대 총수 전면에 나선 4대 그룹

26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재용(52) 부회장은 2018년 공정위의 기업집단 동일인으로 지정돼 공식적인 삼성 총수에 올랐다. 2012년 44세로 부회장 직에 오른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2014년 부터 투병에 들어가면서 6년 넘게 그룹을 대표하는 총괄 업무를 해왔다. 공식적인 직함은 부회장이지만, 오랜 기간 사실상 회장직을 수행해 왔다는 것이 재계의 평가다. 국내와 더불어 글로벌 경영에 직접 뛰어 들어 일선을 지휘해 온 이 부회장은 이 회장의 장례 절차가 마무리 되면 머지 않아 회장직에 선임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부회장까지 회장에 오르게 되면 국내 4대 그룹은 모두 40·50대의 젊은 총수가 기업을 견인하게 된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정몽구 회장에서 장남인 정의선(50) 신임 회장을 선임했고, 4대 그룹 수장 가운데 가장 젋은 구광모(42) LG그룹 회장도 2018년 구본무 회장 타계 이후 총수 자리를 꿰찼다. 올해 82세인 정몽구 회장은 지난 7월 대장게실염으로 입원했다가 현재 건강을 회복했지만, 세대 교체와 혁신을 앞당기기 위해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

창업주 2세대인 최태원(59) SK 회장은 부친인 최종현 회장이 1998년 사망하면서 30대 후반의 비교적 이른 나이에 회장직에 올랐다. 최 회장은 그룹 회장직에 오른 뒤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보여왔고, 최근에는 국내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인 10조3000억원을 투자해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 사업부를 인수하는 '통 큰' 베팅을 하는데 적극적인 지원사격을 했다.   

젊은 총수들은 향후 신사업과 미래 먹거리 등에 대해 적극적인 사업 협력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회장은 최근까지 이 부회장과 구 회장, 최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들을 직접 만나 전기차·배터리 사업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하며 미래 주력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논의를 이어왔다. 지난 7월 이 부회장과 정 회장은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만남을 갖고 차세대 친환경차와 미래 신성장 제품 및 기술 등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광폭 행보를 보여왔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회장에 오르면 반도체 산업에도 대규모 지형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 회장이 최근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뒤흔든 결정을 내렸던 만큼, 삼성도 이재용 체제가 본 궤도에 오르면 대형 M&A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오른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 연합뉴스
오른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 연합뉴스

세대 교체 속도내는 재계 

4대 그룹에 이어 국내 기업의 세대 교체 바람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1~2년 전부터 선대 경영인이 갑작스레 타계하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승계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해 4월 지병이 악화돼 갑작스레 세상을 등졌다. 이후 장남인 조원태 회장(45)이 한진그룹의 총수에 올랐다.  

이어 올해 1월에는 롯데 창업주인 신격호 전 명예회장이 별세했다. 신 전 회장은 1967년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호텔, 쇼핑, 석유화학업으로까지 업종을 확장한 1세대 기업인이다. 신 전 명예회장이 별세한 이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권을 이어받았다. 신 회장은 승계 과정에서 경영권을 둘러싸고 형제와 마찰을 빚어 법정 다툼으로까지 확산하기도 했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벌어지는 총수 일가의 갈등을 최소화 하기 위해 미리 이를 정리하려는 재계의 움직임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현재 3·4세 체제로 전환을 꾀하는 기업은 한화, 신세계, GS그룹, CJ그룹, LS, 코오롱, 현대중공업 등이 있다. 김승연(68) 한화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37) 한화솔루션 사장이 최근 취임하면서 경영 전면에 나서며 3세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재계에서는 김동관 사장이 화학·방산 계열사를,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가 금융 계열사를 맡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GS그룹은 허창수 회장의 외아들인 허윤홍 GS건설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4세 경영을 시작했다. 2018년 말에는 GS칼텍스 허동수 회장의 장남인 허세홍 대표가 사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신세계 그룹은 이명희 회장이 최근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일부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에게 증여하면서 이들 남매에 대한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하고 계열 분리에 속도를 내는 상황이다.  

이 회장은 정 부회장에게 이마트 지분 8.22%, 정 사장에게 신세계 지분 8.22%를 각각 증여했다. 증여 이후 정 부회장의 이마트 지분은 18.55%, 정 사장의 신세계 지분은 18.56%로 높아졌다. 두 회사의 최대주주는 이 회장에서 정 부회장과 정 사장으로 각각 바뀌었다. 이 회장은 각 사의 지분 10%를 보유하면서 여전히 그룹 총수의 역할을 하지만, 최대주주 변경을 통해 두 남매의 경영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38) 부사장이 그룹 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 지주사 경영지원실장 등을 겸임하며 그룹 신사업을 이끌고 있다. 코오롱그룹은 이웅열 전 회장이 2018년 말 은퇴를 선언하며 현재 4세 경영 체제로 옮겨가고 있다. 이 전 회장이 은퇴하며 장남인 이규호(36) 상무가 전무로 승진하고 코오롱인더스트리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임명됐다.

CJ그룹 역시 최근 올리브영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를 공식화하면서 이재현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30) CJ제일제당 부장으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신호탄을 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LS그룹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구자열 LS그룹 회장의 장남인 구동휘(38) LS 전무 등 3세들이 모두 승진하면서 기업 경영에 대한 보폭을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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