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단풍의 참맛을 즐기려면 경남 함안으로!
  • 이상욱 영남본부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0.11.01 14:00
  • 호수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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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곡군립공원의 단풍비를 맞아보자”…경남 함안의 만추 관광 ‘베스트6’

가을이 깊어간다. 오색찬란한 단풍은 만추를 알린다. 덩달아 마음도 들썩인다. 어디라도 찾아 가을을 즐겨야겠는데, 요즘 상황에선 선뜻 나서기도 쉽지 않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면서도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여행지가 간절하다. 마침 ‘아라가야의 고장’ 경남 함안군이 준비 없이 떠나도 충분히 좋은 ‘가을 비대면 관광지 6선’을 추천했다. 6곳 모두 한결같이, 발걸음이 아깝지 않을 나름의 매력을 지닌 곳들이다. 

 

악양생태공원

함안군 대산면 남강변 26만5307㎡에 펼쳐진 악양생태공원. 이곳은 수십 종의 야생화부터 생태늪지, 1만㎡의 잔디광장까지 다양한 매력을 품고 있는 곳이다. 끝없이 이어진 제방 사이로 흐르는 남강 풍경과 아름다운 낙조는 그야말로 감탄을 자아낸다. 곳곳마다 매력이 다르지만, 이곳을 다 돌아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핑크뮬리 정원을 백미로 꼽는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가 발목을 잡았다. 관광객이 몰리는 걸 막으려고 핑크뮬리를 모두 베어버렸으니 아쉬울 따름이다. 치유의 숲길을 지나 메타세쿼이아 숲을 거닐면 일상에 찌든 마음이 절로 치유된다. 강변을 따라가다 보면 멀지 않은 곳에 정자가 나온다. 암벽 위의 작은 정자인 악양루는 유유히 흐르는 남강과 황금빛으로 물든 가을 들녘, 끝없이 이어진 제방 절경을 경험할 수 있는 뷰 포인트다. 

악양루는 유유히 흐르는 남강과 황금빛으로 물든 가을들녘, 끝없이 이어진 제방 절경을 경험할 수 있는 악양생태공원의 뷰 포인트다. ©함안군
악양루는 유유히 흐르는 남강과 황금빛으로 물든 가을 들녘, 끝없이 이어진 제방 절경을 경험할 수 있는 악양생태공원의 뷰 포인트다. ©함안군

단풍비 내리는 입곡군립공원

경남 창원에서 함안 방면으로 1004호 지방도를 타고 10여 분 달리다 보면 마치 한 폭의 풍경화 같은 저수지가 보인다. 수려한 자연풍광으로 사시사철 관광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입곡저수지’다. 그저 물 흐르는 대로 고인 모습이 자연호수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운이 좋으면 이른 아침에 피어오르는 물안개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 저수지를 가로지르는 입곡출렁다리가 여행의 재미를 더해 준다. 길이 96m에 이르는 이 다리는 육중한 로프가 양쪽으로 꽉 잡고 있어 미동도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힘주어 발을 구르면 출렁대는 짜릿함이 느껴진다. 

0.8km 길이의 산림욕장 오솔길이 굴참나무·단풍나무 숲 사이로 굽이굽이 뻗어나갔다. 단풍이 들면 이 길은 단풍놀이 명소가 된다. 특히 길을 따라 심어진 야생초들을 보면 봄에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천천히 거닐어볼 수 있도록 길 곳곳에 의자와 전망대 등 다양한 쉼터가 마련돼 있다. 사계절 멋진 입곡군립공원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무빙보트 ‘아라힐링카페’ 역시 놓칠 수 없는 재미다. 빙글빙글 돌며 입곡저수지 단풍의 곱디고운 붉은 빛에 잠시나마 젖어볼 수 있다.

관광객들은 입곡군립공원에서 단풍의 곱디고운 붉은 색에 잠시나마 젖어볼 수 있다. ©함안군
관광객들은 입곡군립공원에서 단풍의 곱디고운 붉은 빚에 잠시나마 젖어볼 수 있다. ©함안군

고려동(高麗洞) 유적지

함안에는 세상과 담쌓은 곳도 있다. 산인면 모곡리의 ‘고려동 유적지’다. 고려말 성균관 진사 이오 선생은 옛 왕조에 대한 충절을 지키려고 조선왕조가 들어서자 고려동을 만들어 은거했다. 이오 선생은 이곳에 담장을 쌓고 ‘고려동학’이라는 비석을 세웠다. 고려 유민의 거주지임을 만천하에 알리고 자급자족하며 살았다. 아들에게도 조선에서는 벼슬을 하지 말라고 일렀다. 유언을 받들어 후손들은 무려 19대 600여 년에 이르는 동안 이곳을 떠나지 않았고, 고려동이라는 이름으로 오늘까지 이어오고 있다.

마을 입구에는 이오 선생이 반해 지금의 고려동에 터를 잡게 됐다고 전해지는 자미화(배롱나무)가 붉게 피어 있다. 마을 안에는 후손들이 소중히 가꾼 고려동학비·고려동담장·고려종택·고려전답·자미단(紫薇壇)·자미정(紫薇亭)·율간정(栗澗亭)·복정(鰒亭) 등이 있다. 벼슬길을 마다한 채 후손 교육에 전념한 덕분에 이곳에서는 학덕과 절의로 이름난 인물이 많이 배출됐다. 

고려 유민의 거주지인 고려동 유적지. ©함안군
고려 유민의 거주지인 고려동 유적지 ©함안군

무진정(無盡亭)

함안군청에서 국도 79호선을 따라 진동 방면으로 가다 보면 버드나무와 고목에 둘러싸인 작은 연못이 나타난다. 연못과 섬, 홍예교를 한눈에 내려다보며 푸른 암석 위에 앉은 정자가 바로 무진정이다. 무진정은 조선 중종 2년(1507년) 사헌부 집의 겸 춘추관 편수관을 지낸 무진 조삼 선생이 후학을 기르며 여생을 보낸 곳이다.

앞면 3칸·옆면 2칸의 건물로 지붕은 여덟 팔자 모양과 비슷한 팔작지붕이다. 앞면 가운데 칸은 온돌방이 아니라 마루방으로 꾸며져 있다. 정자 바닥은 모두 바닥에서 띄워 올린 누마루 형식이다. 기둥 위에 아무런 장식이나 조각물이 없다. 그야말로 단순하고 소박한 조선 전기의 정자 양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무진정은 사계절 언제나 기품과 풍치를 느끼기에 제격이다. 특히 가을에는 뒷산인 성산산성의 단풍과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 황홀하다.

선조 20년(1587년) 함안군수 정구는 이곳에서 매해 음력 사월초파일마다 마을 사람들을 모아 낙화놀이를 열기도 했다. 액운을 태우고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식이었다. 참나무 숯가루를 한지에 싸고 댕기머리처럼 엮어 줄에 매단 뒤 불을 붙이면, 무진정 연못 위로 불꽃이 꽃가루처럼 흐드러지게 흩날린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민족문화 말살 정책에 따라 중단된 낙화놀이는 1985년부터 복원됐다.

연못과 섬, 홍예교를 한눈에 내려다보며 푸른 암석 위에 앉은 무진정. ©함안군
연못과 섬, 홍예교를 한눈에 내려다보며 푸른 암석 위에 앉은 무진정 ©함안군

명품 자연생태 숲길-여항산 둘레길

함안 여항산은 낙남정맥(洛南正脈)의 최고봉으로 수려한 경치를 자랑한다. 이곳에는 새소리와 바람소리, 짙은 숲향 가득한 자연생태 숲길이 있다. 봉화산 임도에서 시작해 좌촌 주차장까지 걸어가는 전체 14km 코스여서 보통 어른 걸음으로 5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단풍길, 소나무 숲길, 별내길, 치유의 길 등 여항산이 자랑하는 다양한 매력을 품고 있는 길이다. 
 
총거리가 10여 km를 넘어 다소 긴 편이긴 하나 계곡의 맑은 물과 산허리를 감싸는 운무, 산 중턱의 원효암과 칠성각·의상대·서리봉·피바위 등 여항산의 명물을 따라가다 보면 풍경이 자연스레 이어진다. 붉게 물든 단풍도 함께 즐길 수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봉성저수지도 멋지다. 가을 햇빛의 윤슬이 잔잔하게 빛나는 저수지 둘레길은 가을의 고즈넉함과 제법 잘 어울린다. 중간중간 풍경을 보며 쉴 수 있는 공간들이 잘 마련돼 있어 가족 단위 가벼운 산책에도 적합하다. 

여항산 둘레길은 단풍길, 소나무 숲길, 별내길, 치유의 길 등 여항산이 자랑하는 다양한 매력들을 품고 있다. ©함안군
여항산 둘레길은 단풍길, 소나무 숲길, 별내길, 치유의 길 등 여항산이 자랑하는 다양한 매력을 품고 있다. ©함안군
산책로와 지압보도, 연못, 열린문화마당, 팔각정 등 다양한 테마를 즐기기에 제격인 함주공원. ©함안군
산책로와 지압보도, 연못, 열린문화마당, 팔각정 등 다양한 테마를 즐기기에 제격인 함주공원. ©함안군

함주공원

가야읍의 함주공원은 시간을 내 천천히 둘러볼 만한 곳이다. 이곳은 소소한 가을의 운치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다양한 종류의 수목과 화초류가 보는 이를 유혹한다. 2만4349㎡의 잔디가 식재된 이곳에는 산책로와 지압보도, 연못, 열린문화마당, 팔각정 등이 있다. 아름다운 풍경은 물론 인증샷을 찍기 좋은 포토 스폿이 많으니 주위를 둘러보며 걸으면 좋다. 단순히 도심을 둘러싼 큰 공원을 걷는 것뿐 아니라 이렇게 다양한 테마를 즐긴다는 것이 함주공원의 가장 큰 장점이다.

함주공원에는 드넓은 다목적 잔디구장도 있다.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기 좋으며, 숲향이 물씬한 나무 그늘은 사색과 독서를 즐기기에 최고의 장소다. 주변에는 함안체육관, 함안문화예술회관 등이 들어서 있다. 가벼운 운동이나 수영과 헬스, 수준 높은 공연 관람으로 하루를 보내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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