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조두순과 같은 도시에 산다는 게 너무 무섭다”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0.11.04 14:00
  • 호수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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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 아내 거주지 어디냐 설왕설래 이어져

지난 10월28일 경기도 안산시 중앙역 사거리에는 단풍잎이 흩날렸다. 나뭇잎이 떨어지고 가지만 남게 될 12월13일. 조두순이 이곳으로 돌아온다. 조두순은 “출소 후 안산에 있는 아내 집에 돌아가 조용히 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저널은 10월28일 안산 현장 취재를 통해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안산 시민들은 하나같이 ‘무섭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모차를 끌고 산책 중이던 주부는 “요즘 동네 사람들끼리 모였다 하면 조두순 이야기”라며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조두순과 같은 도시에 산다는 것 자체가 너무 무섭다”고 말했다. 심경이 복잡한 시민도 있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이렇게 말했다. “조두순이 안 오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마음이긴 해요. 하지만 그 사람도 어쨌든 죗값을 치렀고, 다시 세상에 나오는 거잖아요. 주거의 자유가 있고, 오는 걸 어떻게 막을 수도 없는 거잖아요.”

조두순의 존재는 초등학생들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낮 12시30분경, 안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여학생들이 하교하고 있었다. 이들에게 “조두순이 누군지 알아요”라고 묻자 일행 중 한 명은 “엄마가 알려줬어요. ‘조두순 때문에 이사 가야 할 것 같다’고 그러시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조두순을 유튜브로 처음 알았어요. 조두순이 누구냐고 물어보니까 엄마가 깜짝 놀랐어요”라고 했다. 아이를 데리고 하교 중인 학부모에게 조두순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모른다”며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조두순 출소를 한 달여 앞둔 10월28일, 경기도 안산시 도시정보센터 관제요원들이 CCTV를 살펴보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조두순 출소를 한 달여 앞둔 10월28일, 경기도 안산시 도시정보센터 관제요원들이 CCTV를 살펴보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초등학생들도 아는 이름 ‘조두순’

안산시는 나름의 대비책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연말까지 안전 취약지역 64곳에 CCTV 211대를 설치하기로 했다. 경찰도 CCTV 71대를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완료되면 안산시 내 방범용 CCTV는 기존 3477대에서 3759대로 늘어난다.

기자는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CCTV가 설치된 곳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안산시는 이 외에도 보안등 밝기 개선, 범죄예방환경설계 도입, 비상벨 설치, 무도실무관 6명 24시간 순찰 투입 등을 추진 중이다.

그런데도 안산 시민들의 불안감을 씻어내기엔 역부족인 듯했다. 특히 조두순의 아내가 사는 동네와 관련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안산 지역 맘카페에서는 조두순 아내가 사는 동네를 둘러싸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안산 A동에 산다’ ‘B역 뒤편 C아파트로 이사했다’ ‘D동에 있다’ 등 여러 동네가 거론됐다.

기자는 수소문 끝에 조두순 아내가 살고 있다는 안산시 한 동네를 찾았다. 이 동네에는 신축 아파트가 많았다. 어린이·청소년 밀집 구역이다. 반경 1km에 어린이집과 유치원 100곳, 초등학교 세 곳이 모여 있다. 주변은 태권도, 영어 등 학원 통학차량이 10분에 한 번씩 지나다닐 정도다. 특히 어린 초등학생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그런데 이 일대 주민들은 조두순 아내가 이 동네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기자는 안산 시민들이 증언한 조두순 아내의 다른 거주지로 알려진 곳들을 찾아다녔다. 그곳 동네 주민들 역시 이곳에 ‘조두순 아내가 살지 않는다’며, 다른 동네를 가리켰다. 다들 자신의 거주지에는 조두순 아내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나같이 ‘이 동네에 없어야 한다’는 바람이 묻어 있었다.

 

“정부가 범죄자 인권 지키다가 시민들이 다 떠나게 생겼다”

조두순 아내의 행방을 정확히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확실한 건 있었다. 시민들이 그의 거주지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기자가 만난 시민들은 하나같이 ‘조두순 아내가 어디에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조두순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두순 아내의 집 주소는 개인정보에 해당한다. 안산시 측은 “조두순이 머무를 곳과 피해자의 집 사이 거리가 가깝다는 얘기가 있지만, 개인정보인 데다 성범죄 관련 예방책은 오로지 피해자가 우선시돼야 하는 만큼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부 시민은 이에 반감을 보였다. “정부가 범죄자 인권 지키다가 시민들이 다 떠나게 생겼다”는 볼멘소리가 들렸다.

결국 피해자 측은 이사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23일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피해자 가족을 직접 만났다”면서 “조두순 출소를 앞두고 너무 두려워 이사를 결심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 분통을 터뜨린 시민들도 있었다. 한 시민은 “딸 키우는 처지에서 안산에 살아야 하는지 회의감이 든다”며 “모든 학부모가 그렇게 생각하는데 차라리 조두순을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는 게 더 빠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조두순이 안산으로 돌아오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현재 국회에는 출소하는 조두순을 수용시설에 격리하는 법적 근거가 되는 보호수용법이 2건 발의돼 있다. 하지만 조두순 출소 전까지 통과될 가능성은 작은 데다, 이중 처벌 등과 관련해 위헌 논란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안산시는 조두순 출소를 앞두고 바짝 긴장한 상태다. 현장에서 만난 시 관계자는 “현재 조두순 전담관리 TF를 꾸렸다”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생각보다 심각해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기자는 안산시 도시정보센터를 방문했다. 이곳은 방범용 CCTV를 24시간 모니터링하며 각종 범죄와 사고에 신속 대응하는 곳이다. 도시정보센터의 업무량은 조두순 출소를 앞두고 대폭 늘어났다.

CCTV 감시 등 기존 업무뿐만 아니라 빗발치는 민원도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동숙 도시정보센터 주무관은 “최근 들어 안산 시민들이 자신의 집 앞에도 CCTV를 설치해 달라는 전화가 많이 온다”며 “특히 민감한 시기니만큼 CCTV와 비상벨 관리에 신경 쓰고 있다”고 했다.

 

성범죄자 약 595명 ‘행방불명’ 또는 ‘수감’

지난달 기준 신상공개 대상 성범죄자 4260명 중 소재가 파악되지 않거나 수감 중인 인원이 595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출국, 주거 불상·부정 사유뿐만 아니라 교정시설에 재수감된 인원이 적지 않아 신상공개 대상 성범죄자 관리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이 법무부와 여성가족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9월말 기준 신상정보 등록 대상 성범죄자는 9만1141명, 공개 대상자는 4260명에 이른다.

이 중 주소 및 거주지가 명확한 3665명을 제외하고 595명은 현재 ‘성범죄자알림e’ 서비스 시도별 총합에서 찾아볼 수 없다. 전체 대상자의 13.9%에 해당하는 수치다. 실명으로 검색할 경우 찾을 수는 있지만, 실제 이용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외 사유를 살펴보면 △교정시설 입소(수감 등) 488명 △해외 출국 50명 △주거 불상(不詳) 31명 △주거 부정 26명이다. 해외 출국, 주거 불상, 주거 부정에 대해서는 신상공개가 사실상 무의미한 실정이다. 교정시설 입소는 다른 범죄로 다시 수감됐거나, 그 외 치료감호처분의 경우 등에 해당되지만 입소했을 경우에도 해당 신상정보 공개 명령이 중단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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