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여수 해저터널, 국가균형발전과 동서화합 실현”
  • 이상욱 영남본부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0.11.29 15:00
  • 호수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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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충남 경남 남해군수 “기재부의 예비타당성조사에 모두 힘 모아 달라”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관광산업 시대가 저물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지만, 고집스럽게 관광 인프라를 챙기는 지자체가 있다. ‘2022 보물섬 남해 방문의 해’를 준비하고 있는 경남 남해군의 이야기다. 남해군은 올해도 작년 9월 대비 87.6%(313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다녀갔다. 

‘독일 맥주축제’ 등 지역 대표 축제들이 줄줄이 취소됐는데도 ‘찾고 싶은 관광지’를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시사저널은 11월23일 장충남 남해군수를 만났다. 2018년부터 남해 군정을 이끌고 있는 장 군수는 남해 관광의 미래를 재설계하는 동시에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요즘 장 군수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여행은 지금과 어떻게 달라질까’에 몰두하는 이유다. 장 군수의 시선은 가깝고 익숙한 여행지의 매력과 ‘단확행(단순하지만 확실한 행복)’ 여행을 향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그 가치를 실현할 핵심 과제인 ‘남해~여수 해저터널’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장 군수는 해저터널 관련 서적으로 가득한 남해군청 집무실에서 확신에 찬 어조로 인터뷰에 응했다. 

11월 23일 시사저널과 인터뷰 중인 장충남 남해군수. ©남해군
11월 23일 시사저널과 인터뷰 중인 장충남 남해군수 ©남해군

남해~여수 해저터널이 남해 관광산업의 주요한 기반 인프라인가.

“그렇다. 남해~여수 해저터널 건설을 성공시키기 위해 전력을 쏟아붓고 있다. 총 예산은 63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올해 초 국토교통부의 ‘제5차 국도·국지도 5개년 계획 일괄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에 남해군의 숙원인 ‘남해~여수 해저터널 건설’과 ‘국도 3호선 확·포장’ 사업이 선정됐다. 군민들의 기대가 크다.”

남해~여수 해저터널이란 무엇인가. 

“이 해저터널은 남해군 서면과 전남 여수시 신덕동을 잇는다. 총 7.3km 규모인데, 이 중 해저부가 5.93km다. 사실 이 사업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온 지 20년이 넘었다. 지난 1998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한 ‘남해안 관광벨트 개발계획’에 동서를 잇는 ‘한려대교’가 포함된 게 시작이었다. 그때부터 남해는 여수와 합심해 공동합의문을 채택하고 대정부 건의문을 전달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해 왔다.” 

그동안 왜 사업이 진행되지 않았나. 

“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 대형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때 경제성과 비용 대비 편익이 낮으면 사업 추진이 후순위로 밀린다. 남해~여수 사이 국도 77호선 연결 사업 또한 지금까지 네 차례에 걸쳐 예비타당성조사와 타당성 재조사 등이 실시됐다. 하지만 경제성 문턱을 넘지 못했다.”

남해~여수 터널은 단순히 경제성으로만 따질 수 없는 문제라는 뜻인가. 

“맞다. 최근 수도권 이외 지역은 대형 기반시설이 건설된 이후 경제적 가치를 따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예비타당성조사와 관련된 바람직한 논리다. 경제적 가치는 국가균형발전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국도 77호선은 단순한 도로를 넘어 한반도 남해와 서해의 해안 도서 지역을 연결한다. 그야말로 교통 낙후 지역의 접근성을 높여 국토의 균형발전에도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국도 77호선에 단절 구간이 딱 한 군데 있다. 바로 경남 남해군과 전남 여수시를 연결하는 구간이다. 이 사업은 단순히 남해군과 여수시를 잇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국도 77호선 마지막 단절 구간을 연결하는 국가 선도사업이자 국가균형발전과 동서 화합을 실현할 상징적인 사업이다. 반드시 추진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남해~여수 해저터널이 남해군의 관광산업 지형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궁금하다.

“여수시는 지난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이후 매년 130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해양관광 중심도시로 성장했다. 남해군의 관광과 만나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여수를 찾은 방문객이 여수에서 되돌아가지 않고, 남해를 찾은 관광객 역시 여수로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여수와 남해만 관광객 유치 효과를 거두는 것이 아니다.

경상도의 진주·사천·통영·거제와 전라도의 순천·목포·강진·해남 등이 하나의 해양관광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다. 경남과 전남을 연결하는 국도 77호선의 마지막 단절 구간을 연결하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사업이다. 역대 대통령들조차도 지역 공약사업으로 모두 내걸 정도다. 경제성을 떠나 동서 화합의 생활권 구축과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 그 효과가 대단히 크다고 생각한다.”

장충남 남해군수가 2020년 5월21일 남해~여수 해저터널 예비타당성조사 현장답사에서 직접 해저터널 건설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맨 위 사진), 남해~여수 해저터널 위치도. ©남해군
장충남 남해군수가 2020년 5월21일 남해~여수 해저터널 예비타당성조사 현장답사에서 직접 해저터널 건설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맨 위 사진), 남해~여수 해저터널 위치도. ©남해군

남해~여수 해저터널이 완성되면 여수로 경제력이 쏠린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일부 군민들이 제기하는 우려의 목소리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익이 훨씬 더 많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먼저 인구 유입 효과가 상당할 것이다. 여수와 여천공단 주변은 이미 과밀지역이고, 대기 환경도 좋은 편은 아니다. 해저터널이 생기면 남해에서 10분 이내 출퇴근이 가능하다. 중소 규모의 주택단지가 많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남해 군민이 인근 KTX역을 이용하려면 1시간 이상 걸리고, 김해공항을 이용하려 해도 1시간30분 이상 걸린다. 그러나 해저터널이 개통되면 우리 남해로서는 가까이에 KTX역과 공항이 생기는 효과가 있다. 또 30분 이내 보건·보육 등 기초생활이 가능하고, 60분 이내 문화·교육·의료 등 복합 서비스가 가능하다. 이뿐만 아니라 5분 이내 응급벨 등 긴급 연락체계가 가능한 ‘3.6.5생활권’이 구축된다. 군민들의 삶의 질이 한층 높아질 것이다.”

교량이 아니라 해저터널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형 투자사업일수록 경제성 지표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한려대교 건설 추진 당시, 2005년 예비타당성조사와 2011년 정부의 ‘한려대교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서 B/C분석 결과가 계속 낮게 나왔다. 이후 2013년 정부의 ‘동서통합지대 조성계획’부터 교량이 아닌 ‘해저터널’로 대체됐다. 1조6000억원가량 소요되는 교량보다는 해저에 터널을 뚫으면 공사비를 3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하기가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시행하고 있는 보령~태안 도로 건설공사 구간의 ‘보령해저터널’의 경우 침매공법이 아닌 단층 상황에 따라 해저면에서 50~60m 아래에 터널을 뚫는 나틈공법(NATM)을 활용해 지난해 무사히 관통했다. 이 공법을 적용하면 해양생태계를 보전하면서 해상으로는 선박의 항로에 방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으로 예비타당성조사는 어떻게 진행되나.

“올해 초에 기획재정부가 제5차 국도·국지도 5개년 계획 일괄예비타당성조사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위탁했다. 올해 말까지 용역이 진행될 것이다. 긴장을 늦추지 않고 차근차근 대응할 예정이다.”

남해~여수 해저터널 건설이 주변 지자체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 

“남해군 대명소노리조트 착공, 사천 바다케이블카 개장, 진주혁신도시 조성, 경남도 남부내륙철도 비전 용역 완료와 초광역철도망 구상용역 착수 등 그동안 서부경남의 여건이 많이 변화했다. 또 올해 여수와 고흥군을 잇는 국도 77호선의 화양대교·적금대교 등이 개통되고, 광양만권 경도지구 사업이 착공되는 등 남해안 남중권에도 많은 지각변동이 있었다. 이제는 동서 화합과 지역균형발전의 초석이 될 남해~여수 해저터널이 국도 77호선의 대동맥을 잇는 화룡점정이 돼야 한다. 많은 분들이 힘을 모아주실 것으로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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