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쓰레기 독립의 ‘신호탄’ 쐈다
  • 이정용 인천본부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20.11.29 14:00
  • 호수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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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춘 시장, 서울·경기 향해 “2025년 수도권 매립지 종료” 선언 자체 친환경매립지·권역자원순환센터 조성 계획 발표

수도권 매립지는 1992년 2월10일 개장했다. 서울 난지도 쓰레기매립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인천광역시와 경기도 김포시 인근의 공유수면을 매립해 조성됐다. 주소는 ‘인천시 서구 거월로 61’이다. 현재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에서 발생하는 수도권 쓰레기를 공동으로 처리하는 ‘광역 폐기물 처리시설’ 역할을 하고 있다. 부지 면적은 1685만㎡이고, 매립 용량은 2억2981만 톤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쓰레기통’이다. 올해 반입 총량은 63만4359톤이고, 10월말 기준으로 62만1953톤이 반입됐다.

당초 수도권 매립지의 매립 허가는 2016년이 마지노선이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수도권 매립지를 대체할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2025년까지 연장됐다. 매립 기간을 연장하면서 서울·경기·인천은 대체 매립지를 마련하기로 했다.

수도권 매립지는 약 28년간 운영됨에 따라 악취와 침출수가 발생하는 등 환경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 수도권 매립지와 약 1km 떨어진 사월마을은 환경부의 조사 결과 ‘주거 부적합’ 판정을 받기도 했다. 청라국제도시와 검단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수도권 매립지를 향한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이는 수도권 매립지에 반입되는 전체 폐기물 중 약 80%가 서울시와 경기도에서 배출되는 쓰레기이기 때문이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인천은 수도권의 쓰레기로 이미 큰 고통을 겪어왔다”며 “더 이상 어느 한 지역에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2025년 수도권 매립지 종료’를 위해 ‘쓰레기 독립’과 ‘친환경 자원순환정책 대전환’을 선언했다.

박남춘 인천시장이 11월12일 시청 공감회의실에서 친환경 인천에코랜드와 자원순환센터 조성에 대한 기본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인천시
박남춘 인천시장이 11월12일 시청 공감회의실에서 친환경 인천에코랜드와 자원순환센터 조성에 대한 기본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인천시 제공

자체적 친환경 매립지 ‘인천에코랜드’ 조성

인천시는 옹진군 영흥면 외리 일대에 자체 친환경 매립지 ‘인천에코랜드’를 조성하고, 권역별로 자원순환센터 7곳을 운영할 예정이다. 인천에코랜드는 2022년부터 시작되는 ‘폐기물 발생지 처리원칙’에 따라 인천 지역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 반드시 설치해야 할 필수시설 중 하나다. 인천시는 1400억원을 투입해 2022년 말까지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행정 절차 등을 거쳐 2023년 1월 착공해 2024년 12월말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인천에코랜드는 지하 30~40m 깊이에 소각재를 매립한다. 상부에는 밀폐형 에어돔을 설치해 먼지조차 날리지 않도록 건설된다. 인천시는 하루 평균 161톤의 소각재와 불연성소재가 인천에코랜드에 매립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20톤짜리 트럭 8대 분량이다. 소각재 운송차량은 모두 밀폐형으로 만들고, 주말에는 운행하지 않는다. 향후 해상운송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인천시는 권역별 생활폐기물을 소각하는 신규 자원순환센터 예비후보지 3곳도 선정했다. 예비후보지 3곳은 △중구 신흥동3가 69(남항 환경사업소) △남동구 고잔동 714-13(음식물류폐기물 사료화시설 부지) △강화군 강화읍 용정리 878-1(생활폐기물 적환장) 등이다. 부평구·계양구의 자원순환센터 설립은 조만간 추가로 발표할 계획이다. 또 인천환경공단 송도사업소와 청라사업소는 용량을 줄이고 현대화해 사용하기로 했다.

인천시는 폐기물 처리시설이 들어서는 지역에 과감한 지원방안도 마련한다. 다른 지역에서 반입되는 폐기물에 가산징수금제를 도입해 지역발전기금과 주민숙원사업비를 지원하거나 주민편익시설을 설치하는 등 인센티브를 부여할 계획이다.

쓰레기 재활용률 또한 오는 2025년까지 95%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2018년 기준으로 인천의 쓰레기 재활용률은 약 50%에 불과하다. 인천시는 우선 공공청사에서 일회용품 사용이나 반입을 금지하고, 각종 회의나 행사에서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컵을 사용할 계획이다. 또 재생 용지·토너 사용을 의무화하고, 일상경비로 일회용품 구매를 제한하기로 했다. 각 사무실의 쓰레기통을 없애고, 복도에 분리수거함을 설치할 계획이다. 내년 2월부터 일회용품이 없는 친환경 장례식장 사업도 추진한다. 또 상수도본부 정수장에서 배출되는 슬러지 약 2만4000톤을 시멘트의 대체원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2025년부터는 100% 재활용할 방침이다.

인천시 서구의 수도권 매립지 제3매립장 전경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인천시 서구의 수도권 매립지 제3매립장 전경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서울·경기, 자체 대체 매립지 공모 착수 

인천시는 해마다 환경부로부터 받는 폐기물처분부담금 징수교부금 전액을 자원순환사업에 투입한다. 올해부터 2025년까지 총 120억원의 재원으로 음식물류폐기물 감량기기 보급과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생활폐기물 수거체계 개편 등을 시범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인천시는 음식물 무선주파수인식장치(RFID) 종량기기를 2025년까지 모든 아파트에 보급한다. 이를 통해, 현재 하루 평균 687톤에 이르는 음식물 쓰레기를 2025년에는 655톤으로 줄인다는 방침이다. 박남춘 시장은 “우리부터 우리 쓰레기를 스스로 처리할 수 있음을 보여줘야 친환경 자원순환을 선도하는 미래도시, 대한민국 최고의 ‘환경특별시’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박남춘 시장은 서울시와 경기도가 ‘수도권 매립지 2025년 종료’에 합의하지 않고, 대체 부지 확보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독자적인 대책을 밀고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2025년으로 설정해 놓은 수도권 매립지 종료 시계는 한 치의 망설임과 물러섬 없이 달려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 환경부로 구성된 ‘대체 매립지 확보 추진단’은 11월17일 인천을 제외한 대체 매립지 공모를 추진하기로 했다. 공모 기간은 최대 60일이다. 앞서 인천시는 형식적인 대체 매립지 공모에 주최기관으로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수도권 매립지 사용 연장 수순을 밟으려는 ‘꼼수’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서울시는 경기도, 환경부와 3자 협의체를 구성해 대체 매립지를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대체 매립지 대상 지역은 서울과 인천, 경기도 지역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인천 시민이 동의하면, 인천에 대체 매립지가 들어설 수도 있다.

현재 경기도는 용인시와 포천시, 양평군 등이 자체 매립지를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는 매립시설이 없는 22개 시군을 4개 권역으로 구분해 매립률이 60% 이하인 시설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또 23개 시군에 들어서 있는 소각장 26곳의 용량을 늘리거나 2025년까지 9개 시군에 소각장을 확충할 계획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수도권 매립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지만, 민간이 운영하는 소각장이나 매립장을 이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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