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신고도 안된 ‘無名’의 2살 아이…냉장고서 숨진 채 발견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0.11.30 17: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이 2명 분리한 뒤 주민 제보로 또 다른 1명 존재 확인
보호자, 미혼으로 아이 셋 키우며 출생신고 제대로 안 해
훈육이란 명목으로 자행되는 아동 학대 사건이 늘어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남 여수에서 2살된 남자 아이가 냉장고에서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연합뉴스

전남 여수에서 2살된 남자 아이가 냉장고에서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망한 아이는 출생신고 조차 돼 있지 않아 시신으로 발견되기 전까지는 경찰도, 주민센터도 아이의 존재조차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여수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7일 아동방임 신고가 접수된 전력이 있는 여수시 한 가정의 냉장고 안에서 2살 된 남자 아이의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은 아이의 어머니 A(43)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구속한 뒤 아이의 사망 경위 등에 대한 구체적인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관내 동사무소 측은 'A씨가 아이들에게 밥을 주지 않는다'는 내용의 주민 신고를 접수한 지난 10일 해당 가정을 방문했다. 당일 두 차례에 걸쳐 동사무소 직원이 A씨 집을 방문했지만, 문을 열어주지 않아 결국 현장 확인은 불발됐다. 

아동 방임을 의심한 동사무소 측은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했으며, 최초 신고일로부터 사흘이 지난 13일 기관 측과 함께 현장 조사를 재시도했다. 집 안으로 들어간 기관 관계자들은 큰아들(7)과 둘째 딸(2)에 대한 아동 방임을 확인했다. 당국은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20일이 돼서야 아들과 딸을 아동쉼터로 보내 A씨와 분리 조치했다.

최초 신고 후 사흘 뒤 현장 조사가 이뤄졌고, 열흘이 지나서야 아이들의 분리 조치가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이때까지 '사라진 아이'가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다. 최초 신고 후 보름이 지난 26일이 돼서야 둘째 딸이 쌍둥이 남매란 사실을 파악했다. 쉼터 측은 A씨 가정의 이웃 주민으로부터 "또 다른 형제가 있는 것으로 안다"는 제보를 접수한 뒤 보호 중인 남매를 조사한 끝에 둘째 자녀가 쌍둥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경찰은 27일 A씨의 주거지를 긴급 수색해 결국 냉장고에서 싸늘한 주검이 된 남자아이의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첫째 아들만 출생신고를 했으며, 쌍둥이 남매는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류상 A씨 아이는 1명이었기에 경찰도, 주민센터도, 아동보호기관도 또 다른 아이의 존재는 미처 알아내지 못했다.  

여수시 등에 따르면, A씨는 미혼 상태로 아이들을 낳은 뒤 홀로 키워온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일을 나갔던 오후 6시부터 새벽 2∼3시까지는 아이들끼리만 집에 방치된 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숨진 아이가 출생 후 얼마되지 않은 시점에 사망했고, A씨가 냉장고에 아이를 유기해 온 것으로 보고 추가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동 학대가 있었는지, 언제 아이의 사체를 유기했는지 여부 등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수시 관계자는 "아동 방임 신고를 받고 현장 조사를 벌였지만 아이 어머니가 말을 하지 않아 쌍둥이인 줄은 몰랐다"며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아이의 존재를 알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