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항로에 도선 증선…체면 구긴 해경
  • 이정용 인천본부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20.11.3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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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은 선박, 대형 도선 교체 시도…여객선 운항 접고, 도선으로 변경 추진
인천해경서, 도선사 면허변경신청 승인…법원, 여객선 항로에 도선사 증선 안돼

인천시 중구 영종도의 ‘삼목선착장’은 옹진군 북도면의 ‘신도’와 ‘장봉도’에 들어가는 배를 타는 곳이다. 현재 한림해운이 여객선 1척(북도고속페리호)을 운항하고 있고, 세종해운이 여객선 1척(세종9호)과 도선 1척(세종7호)을 운항하고 있다. 세종해운은 여객이나 화물이 많을 때, 예비선으로 보유하고 있는 도선 1척(세종1호)을 가동하기도 한다.

여객선은 정기 운항시간과 운항횟수가 정해져 있지만, 도선은 일출 전 30분부터 일몰 후 30분까지 필요에 따라서 아무 때나 운항할 수 있다. 이들 여객선과 도선의 모양새는 큰 차이가 없다. 모두 승객과 화물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차도선이다.

한림해운은 삼목선착장~신도~장봉도 항로에 여객선 2척이 운항될 때까지 인천해양경찰서(인천해경)를 상대로 2건의 행정소송을 냈다. 한림해운이 여객선을 운항하고 있는데도, 인천해경이 세종해운의 도선을 증선·교체하는 신청을 받아들여줬기 때문이다. 인천해경도 그 때마다 항소와 상고를 거듭했다.

이들 행정소송은 한림해운의 일부 승소로 일단락됐다. 법원은 인천해경이 세종해운에 내 준 도선 증선·교체 승인을 모두 취소했다. 하지만, 소송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림해운은 인천해경의 행정처분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다.    

인천해양경찰서 전경. ⓒ인천해경 제공.
인천해양경찰서 전경. ⓒ인천해경 제공.

법원 “여객정원 늘어난 도선 교체는 증선”

30일 시사저널 취재내용을 종합하면, 세종해운은 2017년 4월6일 삼목선착장~신도~장봉도 항로를 운항하던 도선(세종3호)을 세종9호로 교체하는 도선사업 면허변경을 신청했다. 세종3호가 선령 20년을 넘겼기 때문이다. 당시 세종3호는 319톤 규모로 여객정원이 384명에 불과했지만, 세종9호는 715t(최대 적재차량 총중량 228.489t) 규모에 여객정원이 500명에 달했다. 인천해경은 이를 승인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한림해운은 2017년 12월14일 인천지법에 도선사업 면허변경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냈다. 인천해경이 세종해운에게 내 준 도선 교체 승인 처분이 현행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당시 한림해운은 “해운법에 따른 여객선이 운항하는 해역에 추가로 도선사업 면허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세종해운의 도선 교체가 선령기준을 준수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세종3호를 규모와 여객정원이 훨씬 큰 세종9호로 교체하는 것을 승인한 것은 사실상 증선이 이뤄진 것”이라며 “실질적으로는 추가 면허를 하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인천지법은 2018년 8월16일 한림해운의 손을 들어줬다. 인천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정성완 부장판사)는 “세종해운에 대해 여객의 정원이 대폭 증대되는 증선 등을 내용으로 한 도선사업면허사항 변경을 승인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추가 면허를 하는 것과 같은 것이어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세종해운은 2018년 9월3일 세종9호의 여객정원을 393명으로 축소해 도선사업 면허변경 승인을 받았다. 또 2018년 11월15일 최대 적재차량 총중량을 125.223t으로 줄여 선박검사증서를 발급받았다. 이어 인천해경은 국내 해상분쟁 해결의 선두주자로 평가받고 있는 법무법인 세경을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해 항소심과 상고심을 치렀다.

하지만, 원심판결을 뒤집지 못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올해 4월29일 “인천해경은 세종해운에 대해 삼목선착장~신도~장봉도 항로에서 세종9호의 운항을 중단할 것을 명령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행정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세종9호는 삼목선착장~신도~장봉도 항로를 계속 운항했다. 대법원 판결이 나온 후, 세종해운은 이 항로에 해상여객운송사업면허를 신청했다. 세종9호를 여객선으로 변경해 운항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올해 8월11일 이 항로의 정기 여객운송사업자를 선정하겠다고 공고했다. 인천해수청 관계자는 “과거의 해운법은 기존 여객선 사업자의 영업권을 보호했지만, 세월호 사건 이후에는 누구든지 안전한 대형 선박을 여객선 항로에 투입해 경쟁할 수 있도록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세종해운은 이 공고를 통해 세종9호의 여객정원을 다시 485명으로 늘려 해상여객운송사업면허를 획득하고, 올해 11월23일부터 운항을 개시했다.   

인천시 중구 영종도의 삼목선착장에 북도고속페리호 여객선이 접안해 있다. ⓒ이정용기자
인천시 중구 영종도의 삼목선착장에 북도고속페리호 여객선이 접안해 있다. ⓒ이정용기자

“신규 여객선 항로, 신규 도선 증선 위법”

앞서 인천해수청은 2014년 3월27일 삼목선착장~신도~장봉도 항로의 신규 해상여객운송사업자를 모집하는 공고를 냈다. 이 항로의 해상여객운송사업면허를 개방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세종5호가 연안여객선 고객만족도 평가에서 최저 점수를 받은 게 면허개방의 구실이 됐다. 그동안 세종해운은 이 항로에 여객선과 도선을 투입해 독점해왔다.

인천해수청은 204년 7월10일 한림해운을 삼목선착장~신도~장봉도 항로의 신규 해상여객운송사업자로 선정했다. 이어 2015년 5월27일 세종해운에게 이 항로에 대한 해상여객운송사업면허를 발급했다. 한림해운은 여객정원이 499명에 달하는 642t 규모의 북도고속페리호를 새로 건조해 투입했다. 

하지만, 세종해운은 2015년 6월3일 경영악화 예상 등을 이유로 해상여객운송사업면허를 폐업했다. 이어 여객선으로 삼목선착장~신도~장봉도 항로를 운항하던 세종5호를 도선으로 전환시켰다. 인천해경은 2015년 6월5일 도선 증선을 주요 골자로 한 세종해운의 도선사업 면허변경신청을 승인했다. 새로운 여객선이 취항한 항로에 도선 증선을 승인해 준 것이다.

이는 인천해경과 한림해운이 맞붙는 시발점이 됐다. 한림해운은 2015년 6월8일 인천해경에 세종해운에게 승인해 준 도선사업 면허변경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림해운 관계자는 “도선은 해운법에 따른 여객선이 운항하지 않는 항로에서 운항해야 한다”며 “여객선으로 운항하던 세종5호가 도선으로 변경해 운항하게 되면 한림해운의 여객선 영업권을 침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인천해경은 “여객선이 운항하는 구역에 신규 도선사업은 불가하나, 세종해운은 삼목선착장~신도~장봉도 항로에 대한 도선사업 면허를 1999년 3월에 취득했다”며 “한림해운이 해상여객운송사업면허를 취득하기 전의 면허이어서 한림해운의 면허권 침해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해경은 유선 및 도선사업법에서 규정한 선박과 시설·장비·인력을 갖추고 면허변경을 신청할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법절차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한림해운은 인천해경을 상대로 세종해운에 한 도선사업 면허변경처분 등에 대한 취소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인천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임민성 부장판사)는 2016년 6월23일 “인천해경이 2015년 6월5일 세종해운의 여객선이던 세종5호를 도선으로 증선해 준 도선사업 면허변경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 행정소송은 2018년 10월25일까지 무려 3년4개월간 항소심(서울고법)과 상고심(대법원), 파기환송심(서울고법), 재상고심(대법원)을 거쳤지만, 원심판결의 기조가 유지됐다. 재판부가 인천해경의 주장을 5차례나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이 행정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세종5호는 도선으로 삼목선착장~신도~장봉도 항로를 운항했다.

한림해운 관계자는 “여객선이 운항하는 항로에 도선이 운항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게 명명백백히 드러났다”며 “삼목선착장~신도~장봉도 항로에 여객선이 2척이나 운항하는 만큼 여객선의 운항횟수를 늘려서 도선을 모두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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