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스앤빌런즈, 'AI 경리'로 스마트 오피스 시대 열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0.12.10 10:00
  • 호수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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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으로 스타트up ③] 인공지능 세무·회계 플랫폼 스타트업 자비스앤빌런즈

기업에서 잡무지만 중요한 일, 많은 사업자가 봉착하는 어려운 일. 영수증 처리부터 시작되는 회계 업무다. 이 분야에는 그동안 ‘혁신’이 없었다. 영수증을 모으고, 풀칠하고, 붙이고, 계산하는 일이 아직도 많은 기업에서 이뤄진다는 사실이 그것을 입증한다. 특히 이제 시작하는 스타트업은 이 복잡하고 번거로운 일에 치이는 경우가 많다. 세무 신고에 골머리를 앓는 것도 물론이다.

영화 《아이언맨》 속에서 토니 스타크를 돕던 AI 파트너 ‘자비스(Jarvis)’처럼, 스타트업을 돕는 ‘AI 경리’ 자비스(Jobis)가 등장했다. 스타트업 사업주가 본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자비스앤빌런즈(이하 자비스)가 출시한 서비스다. 슬로건은 ‘You work, We help’. 당신은 일하고 우리는 돕겠다는 포부로 영수증 관리 업무부터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이 AI 경리는, 이제 기업의 세무와 회계 관리는 물론 재무제표 분석, 급여 관리까지 담당하는 전문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래서 자비스는 ‘스타트업의 스타트업’ ‘스타트업을 위한 스타트업’이라고 불린다.

영수증 관리부터 세무·회계 관리까지

자비스는 2015년 8월 설립된 6년 차 스타트업이다. 시작은 영수증 관리 서비스였다. 영수증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 앱으로 전송하면 자비스 직원들이 입력해 전자문서화한다. 익숙한 포맷이라고 생각한다면 맞다. 직장인들이 필수 기능처럼 사용하는 명함 입력 애플리케이션 ‘리멤버’와 닮았다. 김범섭 자비스 대표가 바로 리멤버 앱을 만든 드라마앤컴퍼니의 창업자다. 영수증은 비용 처리뿐 아니라 세무 신고라는 영역까지 연관되는 만큼, 전자화된 문서는 100%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이었다. 인력을 투입해 영수증을 입력하는 것이 가장 신뢰도가 높다는 판단에서 같은 방식을 차용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자비스가 제공하는 대표 서비스는 AI 경리 서비스와 세무 대행 두 가지다. AI 경리 서비스는 영수증 관리뿐 아니라 거래 내역을 분류하고, 재무 현황을 분석하고, 급여 관리까지 가능하도록 확장됐다. 거래 내역을 조회하기 위해 은행 앱이나 카드사 홈페이지에 일일이 접속할 필요도 없고, 촬영과 업로드 한 번이면 영수증 보관도 불필요하다. 4대 보험금 고지 내역을 자동으로 반영하기 때문에 정확한 급여 관리가 가능하고, 급여 명세서 발송도 책임진다. 지난 10월에는 급여 이체 서비스 확장을 위해 하나은행과 업무 제휴를 맺기도 했다.

AI와 파트너 세무사·회계사의 협업은 기술이 할 수 있고, 사람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적의 조합을 찾은 자비스의 결과물이다. 인공지능을 통해 세무에 가장 유리한 방식을 찾고, 가치 판단을 해야 하는 부분에는 세무사가 개입한다. 자비스의 세무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면 자비스의 공식 파트너 세무사가 AI 경리 시스템의 인프라를 기반으로 업무를 처리해 준다. AI가 수집한 자료를 세무사가 살핀 후, 기업 상황에 맞는 절세 플랜을 세우고 세무 신고를 돕는다. 기존 세무대리인이 해 주는 업무에 IT 시스템이 더해져 효율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의사가 칼보다 좋은 의료기기를 사용하면 더 좋은 수술 결과를 이끌어내듯, 세무사들도 자비스를 활용해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세무사들이 AI나 클라우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종의 협력 관계로 가기를 지향한다”고 말한다. 현재 20여 명의 세무사가 자비스와 협력하고 있다. 자비스는 내년에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오픈하고, 업무 툴의 난이도를 낮춰 더 많은 세무사와 협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일반 세무사무소를 이용할 경우 매달 또는 매 분기 자료를 전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자비스를 이용할 경우 한 번만 금융정보를 연동해 놓으면 추가적으로 자료를 전달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만나거나 전화할 필요 없이, 업무 요청도 온라인으로 즉각 처리할 수 있다. 기장 대행과 세무 신고라는 본연의 업무에 더해 미수금 관리나 잔고, 비용 확인 등 종합적인 세무 업무를 도와준다는 점은 내부에 풀타임 경리 직원을 두기 쉽지 않은 초기 스타트업이나 1인 기업들이 자비스를 선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비스의 가입 회원사는 1만339곳, 누적 이용자 수는 6만5177명에 이른다. 지금까지 자비스가 관리한 금액은 26조6000억원(2020년 11월 기준)을 돌파했다. 자비스를 통해 경비 처리된 영수증도 81만 장이 넘는다.

 

‘삼쩜삼’으로 세무의 사각지대 돕다

최근 자비스를 본격적으로 알린 서비스는 ‘삼쩜삼’이다. 자비스는 세무·회계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세무 서비스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주목했다. 올해 5월 출시한 삼쩜삼은 저소득 아르바이트, 배달·택배 기사, 크리에이터, 프리랜서 등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위한 간편 종합소득세 신고 서비스다. 직접 신고하기에는 회계나 세무 지식이 부족하고, 세무사에게 세무 업무를 맡기기에는 환급 금액이 소액이라 타산이 맞지 않는 사람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자비스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3000명 중 60% 이상이 지난해에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지 않았다. 사회 초년생들은 환급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실제로 삼쩜삼을 이용해 보니 환급받을 수 있는 금액이 있는지 간편하게 조회할 수 있었다. 휴대폰 번호와 홈택스 아이디,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5초 내에 세금 환급 예상 금액이 뜬다.

환급받을 세금이 있다면 직접 신고를 해도 되지만,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에는 삼쩜삼을 통해 신고 대행을 신청할 수 있다. 담당 세무사가 데이터를 검토해 환급받을 세액을 최대한 높일 수 있게 도와준다. 신고 대행료는 최저 1000원부터다. 금액에 따라 수수료가 달라지긴 하지만, 소액일 경우 대략 환급 금액의 10% 정도가 수수료로 책정된다고 자비스 측은 설명한다.

정기신고 기간에 삼쩜삼을 이용해 약 26만 명이 환급을 신청했고, 총 환급액은 26억5000만원(2020년 11월 기준)에 이른다. 1인당 평균 환급액은 22만원. 삼쩜삼 서비스에 대한 고객 만족도도 높다. 50.5%의 고객이 삼쩜삼을 ‘10점 만점에 10점’ 서비스로 평가했다. 이용자들에게 환급이라는 직접적인 혜택을 느낄 수 있게 한 이 서비스는 자비스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됐고, SNS와 입소문을 통해 알려지면서 ‘국민 세금 환급 솔루션’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AI 알고리즘을 반영한 서비스인 삼쩜삼의 기한후신고 서비스를 이용하면 지난 5년간의 종합소득세를 가장 유리한 방법으로 신고할 수도 있다. 그동안 누락된 세금을 환급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자비스는 추후 세금 환급 서비스의 영역을 월세 세액공제 등으로도 넓힐 계획이다.

지금까지 누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세무·회계 분야에서 가장 높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평한다. 미국의 세무·회계 1위 기업인 인튜이트를 참고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환경에 맞게 더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과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온라인 세무·회계 처리 분야의 혁신을 이끌어간다는 것이 6년 차 스타트업 자비스의 포부다. 이미 2016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대한민국 모바일 어워드에서 수상하고, K-Global 300 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기술력을 입증한 자비스다. AI를 기반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혁신 사업임을 인정받아 투자유치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산업은행, 캡스톤파트너스, 코리아오메가투자금융 등으로부터 지금까지 총 38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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