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장관 ‘사명감+정치적 야망’이 연출한 아찔한 싸움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0.12.07 14:00
  • 호수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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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찍어내기’ 강공 일변도 秋 장관의 의도는?

“요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검찰 개혁을 향해 달리는 한 마리 야생마 같다. 그 누구도 멈추게 하기 어렵다.” 한 여당 관계자의 평가다. 11월24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추 장관의 직무배제 및 징계청구는 정치권을 긴장에 휩싸이게 했다. 이미 장관 취임 때부터 강도 높게 검찰을 압박해 온 추 장관이었지만 이번 조치는 여권 내에서도 우려할 정도의 초강수로 보였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과연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배제 및 징계청구를 할 만한 일인지 또 지금이 이럴 때인지 그리고 국가와 사회에 도움이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는 부정적 평가가 바로 불거졌다. "사퇴하라"는 여론까지 부담으로 가중되고 있지만, 12월3일 현재까지 추 장관은 "검찰 개혁 완수 전엔 결코 사퇴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추 장관은 왜 이렇게 아찔한 싸움을 이어가는 걸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1월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장관직은 처음부터 부담스러운 자리였다”

정치권엔 추 장관의 ‘강공’ 이유에 대한 몆 가지 시각이 존재한다. 먼저 검찰 개혁에 대한 추 장관의 개인 소신과 사명이다. 판사 출신인 추 장관은 검찰 개혁에 대한 소신을 꾸준히 주장해 온 정치인이다. 민주당 중진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추 장관은 장관이 되기 이전에도 항상 검찰 개혁 이야기를 많이 했다. 매우 간절한 것”이라며 “그 강한 소신이 매우 중요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검찰 개혁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고 해도 당사자가 소신이 없으면 그 자리에 앉히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추 장관의 소신은 장관에 취임하며 본인의 사명 의식으로 발전한 듯하다. 추 장관은 11월16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 참석해서도 “오로지 검찰 개혁에 사명을 갖고 이 자리에 왔기 때문에 그 일을 마치기 전까지는 정치적 입장을 갖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상황적으로도 추 장관은 막중한 책임감을 짊어질 수밖에 없어 보였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 상징이었으나 여러 논란으로 조기 퇴진한 조국 전 장관의 후임자였기 때문이다. 민주당 재선 의원의 한 보좌관은 “추 장관인들 조국 전 장관 사퇴 이후 들어가는 그 자리가 좋았겠나. 처음부터 부담스러운 자리였다”며 “추 장관은 검찰 개혁을 본인의 사명이자 운명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 그렇기에 자기를 내던지듯 싸우고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여기에 추 장관 개인의 기질과 성향이 더해져 거친 검찰 개혁 행보가 됐다는 시각도 있다. 추 장관은 애초부터 거친 발언과 과감한 행보 등 특유의 강성 스타일 정치로 ‘추다르크(추미애+잔다르크)’라는 별명까지 갖고 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추 장관의 원래 스타일 자체가 자기가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해선 누구 얘기도 듣지 않고 밀어붙이는 모습”이라며 “그 모습이 최근 장관직에 오른 후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개혁 발판으로 대권 도전 야망 가진 듯”

검찰에 강성 행보를 보이는 추 장관 의도를 다른 쪽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정치적 의도가 들어갔다는 것이다. 추 장관의 다음 정치적 계획에 서울시장, 대선 출마 등이 포함됐다는 관측이다. 추 장관은 11월16일 법사위 회의에서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의 출마 계획에 대해 “그거야 알 수 없다”고 답하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추 장관이 서울시장에 나가려고도 했고, 차기 대선을 꿈꾸고 있는 듯하다. 굉장히 길게, 큰 정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며 “일종의 이미지 메이킹이다. 검찰 개혁을 완수하면 추 장관 이미지에 어마어마한 자산이 될 거라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평론가도 “검찰 개혁을 자기 손으로 완성해 자신의 업적으로 삼겠다는 의지와 집착이 굉장히 강한 것 같다”며 “검찰 개혁을 이뤄냈다는 업적을 발판으로 다음 대선에 도전하겠다는 정치적 야망 등이 한쪽에 자리하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추 장관이 여권 핵심인 친문 지지층을 의식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특히 추 장관은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던 전력을 갖고 있다. 이로 인해 추 장관은 한때 친문 지지층으로부터 배척당하기도 했다. 이는 추 장관이 현 정권에서 대선 등 다음 스텝을 생각하고 있다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추 장관은 12월3일 자신의 SNS에 양양 낙산사 노무현 전 대통령 영정을 찾았던 사실을 알리며, “대한민국 검찰을 돌려놓을 것이다. 흔들림 없이 전진할 것이다. 두려움 없이 나아갈 것”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박 평론가는 “추 장관이 친문 지지층에게 ‘도와달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일 수 있다”며 “친문계의 지지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큰 정치를 위해선 이 길(검찰 개혁)을 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정치권에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윤 총장과의 극단적 갈등 상황이 추 장관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선 부정적 시선이 다수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추 장관의 의지나 의도는 있겠지만 시끄럽고 싸움만 커졌지 실속이 없다. 정당성과 타당성에서 치밀하지 못했다”며 “칼만 많이 휘두르고 유효 포인트를 얻지 못한다면 아무리 친문이라도 누가 지지를 해 주고 믿고 맡기겠나”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한 고위 당직자도 “검찰 개혁은 중요하지만 추 장관의 방식이 급하고 거칠다는 시각은 있는 것 같다”며 “이목은 끌고 있지만 추 장관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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