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에 관심 쏠린 사이…‘민주당의 날’이 열렸다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0.12.09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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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쟁점법안 줄줄이 처리…野 안건조정위 지연전술도 무용지물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8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키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는 모습 ⓒ 시사저널 박은숙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8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키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는 모습 ⓒ 시사저널 박은숙

8일 국회의 하루는 더불어민주당의 날이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에 이어 공정경제 3법 일부 등 주요 쟁점법안을 상임위에서 줄줄이 통과시켰다. 174석에 열린민주당까지 더해지면서 180석의 위력이 어김없이 발휘됐다.

민주당은 과감했다. 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수처법 개정안뿐만 아니라 상법 개정안과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 자치경찰제 도입을 담은 경찰법 개정안, 5·18 민주화운동 허위사실 유포 시 처벌하는 내용이 담긴 ‘5·18 왜곡처벌법’ 등을 단독 처리해 본회의로 넘겼다. 

이 같은 법안은 모두 민주당이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를 강조한 숙원 사업이다. 민주당 핵심 지지층이 통과를 강력히 요구해 온 핵심 쟁점법안이기도 하다. 그사이 노동‧민생 관련 분야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필수노동자보호지원법,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 제정안 등은 대거 빠졌다. 민주당은 9일 본회의에서 핵심법안 처리를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패스트트랙 트라우마에 발목 잡힌 국민의힘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이 같은 강행 방침에 안건조정위 회부 등의 방어 전략을 동원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민주당과 열린민주당 등 범여권 의원의 합세로, 안건조정위에 회부된 법안마저 순조롭게 처리되면서다. 안건조정위에 올라간 법안은 여야 동수로 이뤄진 6명의 위원 중 3분의2 이상의 찬성으로 가결된다. 소수 정당의 폭력을 예방하고 합법적 비토권을 보장하는 제도였지만 5분의3을 차지한 범여권 앞에선 투쟁수단을 막는 방법이 된 것이다.

사실상 손발이 묶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날치기”, “입법 독주”라며 고성을 지르고, 의사봉을 빼앗거나 마이크를 꺾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다만 지난해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국민의힘이 ‘빠루’까지 동원하며 강경 태세를 보였던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당시 물리적 충돌로 의원들이 무더기 고소‧고발당하면서, 이번에는 선을 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국회선진화법이 다시 한 번 국민의힘의 발목을 잡게 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9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국민의힘 의원들이 9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추-윤’ 갈등에 가려진 민주당의 ‘독주’

이 같은 상황이 연출된 것은 국민의 눈이 온통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으로 쏠려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예전 같으면 역풍을 우려한 민주당이 여론의 눈치를 보며 주저했겠지만, 현재는 민주당의 입법 강행에 관심을 두는 이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이 ‘추미애-윤석열’ 갈등 속 혼란을 틈 타 ‘입법 독주’에 나선 배경에는 추락하는 지지율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절박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지속될수록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이라고 불리던 40%대가 깨진 데다, 민주당의 지지율도 국민의힘에 뒤처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문 대통령도 권력기관 개혁 입법을 정면 돌파하라는 신호를 보내면서 민주당에 힘을 실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권력기관의 제도적 개혁을 완성할 기회를 맞이했다”면서 “우리 정부는 어떤 어려움을 무릅쓰고라도 그 과제를 다음 정부로 미루지 않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에 민주당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국민의힘에게 남은 카드는 별로 없게 됐다. 국민의힘은 9일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방해)로 법안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마저도 사실상 뾰족한 수는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에 따라 국회 재적 의원 5분의3(180명) 이상의 동의가 있으면 필리버스터는 24시간 안에 강제 종료된다. 민주당은 절대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토론을 종결시킨 후, 10일부터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입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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