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백신, 英·美서 잇단 부작용 보고…정부도 촉각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0.12.10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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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당국, 아나필락시스 2명 발생에 “알레르기 반응자 접종 중단”
美서도 ‘구안와사’ 보고…FDA, 우려 차단 나섰지만 불안감 여전
보리스 존슨(가운데) 영국 총리가 8일(현지 시각) 런던 가이즈 병원 백신센터에서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영국은 이날 세계에서 처음으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의 일반 접종을 시작했다. ⓒ 연합뉴스
보리스 존슨(가운데) 영국 총리가 8일(현지 시각) 런던 가이즈 병원 백신센터에서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영국은 이날 세계에서 처음으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의 일반 접종을 시작했다. ⓒ 연합뉴스

세계 최초로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에서 부작용 사례가 나오면서 전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에서도 임상 과정에서 발생한 특이 증상이 뒤늦게 알려지며 우려를 키우는 상황이다. 화이자 백신 구매계약을 체결한 한국 정부도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 방안에 돌입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영국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은 10일(현지 시각) 약품이나 음식에 중증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전력이 있는 사람의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 접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준 레이 MHRA 청장은 "백신, 의약품, 식품에 대해서 아나필락시스 전력이 있는 사람은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을 접종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아나필락시스는 항원-항체 면역 반응이 원인이 돼 발생하는 급격한 전신 반응을 뜻한다. 음식이나 약물 등 화학물질의 영향으로 급성 호흡곤란과 혈압 감소, 의식소실 등 쇼크 증세와 같은 심한 전신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영국 당국의 이같은 발표는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시작한 뒤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사례 2건이 연이어 보고된 데 따른 것이다. 영국 보건당국은 부작용 사례를 확인한 직후 과거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이 있었던 이들에 대한 접종을 당분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MHRA는 부작용에 대한 정밀 역학조사가 완료될 때 까지는 과거 약품이나 음식, 백신 등과 관련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던 이들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금지할 방침이다. 레이 청장은 "2회차 접종은 1회차 접종 이후 아나필락시스를 경험한 그 누구에게도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추가적인 부작용 사례를 차단하기 위해 대응책 마련에 돌입했다. 

영국에 이어 미국서도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백신 임상시험에서 구안와사(안면신경마비·Bell's palsy) 사례가 알려지며 우려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9일(현지 시각)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에 따르면, 미국에서 실시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결과 약물을 투약한 2만1720명 가운데 4명에게서 안면마비 증세가 나타났다.

구안와사 증상은 앞서 화이자가 밝힌 기자회견에서는 언급되지 않은 내용이다. 이는 최근 사용승인 권한을 가진 FDA이 세부적인 임상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알려졌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백신에 대한 승인이 임박한 상황에서 이같은 부작용 사례가 알려지자, 미 보건당국은 전체 임상 참가자 중 이 증상을 보인 사람 비율이 보통의 안면마비 유병률(인구 대비 발병자 비율)에 못 미친다는 견해를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가짜 약을 투약한 플라시보 그룹(Placebo group) 2만1728명 중에는 안면마비 증세를 보인 참가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아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 AFP·연합뉴스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 AFP·연합뉴스

기모란 "영국 상황 주시하며 준비해야"

한국 정부도 영국과 미국 등에서 확인된 부작용 사례를 예의주시하며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10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 부작용 보고를 언급하며 "백신 개발은 빨리 하는게 좋은 능력이지만, 예방접종을 먼저 해서 이런저런 위험을 미리 알려주는 것은 해 주는 나라한테 우리가 고마운 거지, 직접 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기 교수는 화이자 백신이 최신 기술이 적용된 '메신저 리보핵산'(mRNA·전령RNA)을 활용한 '헥산백신'인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화이자와 동일한 형식의 백신은) 대규모 일반인 대상 예방접종은 한 번도 안 해봤기 때문에 현장 적용은 처음"이라며 "영국에서 예방접종을 하면서 계속해서 새로운 뉴스들이 나올 거고 우리는 그걸 잘 봐서 대상자에 알레르기 질환자 빼야 되겠구나, 이런 사람 해야 되겠구나 준비가 가능해지니까 도움이 된다"며 접종 관련 조급증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화이자 백신이 안고 있는 현실적 문제점도 언급했다. 기 교수는 "어제 처음 코로나 백신 관련 분과전문회의를 했는데, 화이자를 쓰게 되면 우리가 그동안 안 써오던 영하 70도로 유통시켜야 되고, 또 이것을 꺼내서 녹이는 과정이 있어야 되고, 녹이고 난 다음에 백신하고 식염수를 섞고, 섞고 나면 6시간 이내에 다 써야 되는 굉장히 여러가지 조건들이 있다"며 별도 냉동시스템을 갖춘 장소 등 예방접종까지 숱한 난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금처럼 몇천 명 맞았는데 아나필락시스가 2명이나 있을 정도라고 한다면, 그런 경우를 대비해서 의료진도 준비가 돼 있어야 되고 약도 준비를 해서 혹시라도 그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한테 빨리 처치할 수 있도록 해야 되고 고려해야 될 사항이 너무 많다"고 덧붙였다. 

기 교수는 "우리가 꼭 이런 백신을 맞아야 하나 싶을 정도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고 재차 강조하며 자칫 접종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우려도 크다는 점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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