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檢 2인자’ 조남관의 행보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0.12.11 09:30
  • 호수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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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위 결정 이후 조 차장 체제 유지될 수도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12월10일 열린 가운데 15일 징계위 결정 이후 후폭풍이 어디까지 미칠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 총장이 해임이나 면직, 정직 등 중징계를 받을 경우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의 총장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된다.

조 차장은 당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사람으로 여겨져 왔으나, 윤 총장 징계 국면에서 오히려 윤 총장의 입장을 대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 총장이 징계로 인해 자리를 비울 경우, 조 전 차장은 현재 가장 첨예한 권력기관 수사인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사건 등을 비롯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등에 대한 키를 쥘 수밖에 없다.

ⓒ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스

“조남관 차장, 술접대 검사 기소 찍어눌렀다”

서울남부지검은 12월8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의 옥중 편지로 촉발된 검사 술접대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검찰은 2019년 7월18일 오후 9시30분부터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서울 강남구 유흥주점에서 김 전 회장이 이주형 변호사와 검사 3명에게 술접대를 한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술값 536만원을 참석자 5명으로 나눴고, 오후 11시 이전에 귀가한 검사 2명을 제외한 검사 1명만 100만원을 초과한 향응을 받았다면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했다. 

이에 대해 추 장관은 SNS를 통해 “향응접대 수수 의혹을 받은 검사들의 접대 금액을 참석자 수로 쪼개 100만원 미만으로 만들어 불기소 처분한 것에 민심은 ‘이게 말이 되는가?’라는 상식적인 의구심을 가진다. 그러나 이 의문에 그 누구도 답해 주지 않는다”면서 “(검찰이) 비상식적 수사 결론으로 여전히 제 식구 감싸기를 한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 내에서는 “대검이 술접대를 받은 A검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불구속 기소로, B·C검사에 대한 불구속 기소를 불기소로 찍어 눌렀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 관계자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조남관 차장이 이와 같이 수사지휘를 했다”면서 “남부지검 수사팀이 이에 대해 크게 반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대검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조 차장이 이와 같은 수사지휘를 내리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조 차장은 윤 총장 징계 국면에서 추 장관을 ‘손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 차장은 11월30일 검찰 내부 통신망에 ‘검찰 개혁의 대의를 위해 장관님, 한 발만 물러나 주십시오’라는 글을 올렸다. 조 차장은 이 글에서 “(윤석열) 총장님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살아 있는 권력이나 죽어 있는 권력이나 차별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엄격하게 처리해 공을 높이 세우신 것에 대하여는 모두 동의하고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장관님이 그토록 열망하는 검찰 개혁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장관님의 이번 처분을 철회하는 결단을 내려주실 것을 간곡히 앙망한다”고 밝혔다.

“조남관 차장은 역시 법률가”

이때만 해도 조 차장이 어쩔 수 없이 추 장관에 대한 반대 성명을 냈다는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서울중앙지검 한 검사는 “조 차장은 가장 강력한 차기 검찰총장 후보 중 한 명이다. 검찰 내부의 신망을 잃고서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 차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12월1일 대검 감찰부 관련 진정 사건을 대검 인권정책관실에 배당했다. 지난 11월25일 대검 감찰부가 수사정보정책관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인권을 침해하고 수사 절차를 위반했다는 의혹을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조 차장이 이와 같은 수사지휘를 내린 12월1일은 법원으로부터 직무배제 정지 판단을 받고 윤 총장이 7일 만에 다시 출근한 날이었다. 조 차장은 이날 대검 정문에서 윤 총장을 직접 맞이했다.

또한 조남관 차장은 12월8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판사 사찰 의혹’ 사건을 서울고검이 수사하도록 지휘했다. 대검 인권정책관실 조사 결과 대검 감찰부의 수사 과정에서 적법 절차를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검찰 측 관계자는 “조 차장의 최근 행보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면서 “조 차장은 (윤 총장 직무정지 때) 총장 직무대행을 맡았다. 이 위치에서 굳이 추 장관을 반대하고 윤 총장의 손을 들어주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향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조 차장은 윤 총장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조 차장의 최근 행보를 보면, ‘검사는 결국 검사’라는 회의감이 든다”면서 “일각에서는 (조 차장이) 퇴임 후 '전관예우'를 받기 위한 행동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후배 검사들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조남관 대검 차장이 7월1일 국회 법사위에서 관련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나 여권에서 조 차장에 대한 가혹한 비난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은, 조 차장이 검찰 내 대표적인 친정부 인사로 분류되는 검사이기 때문이다. 조 차장은 노무현 정부 마지막 청와대 특별감찰반장을 지냈다. 조 차장은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검찰 내부 통신망에 추도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조 차장은 국정원 감찰실장-대검 과학수사부장-서울동부지검장-법무부 검찰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조 차장 체제에서도 ‘검찰의 정권 수사가 차질을 빚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윤 총장은 정상 출근 첫날인 12월2일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에 연루된 산업부 공무원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승인했다. 이와 관련해 대전지방법원 오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영장이 청구된 3명 중 2명에 대한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사는 검사일 뿐이다. 검사는 결국 법률가라는 얘기”라면서 “법률가라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고 기소하는 것이다. 박순철 전 남부지검장이 말했듯이, 현재는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린’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법률가가 법을 무시할 수는 없다. 조 차장 역시 법률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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