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해경은 어쩌다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렸나
  • 이정용 인천본부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20.12.16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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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해운 “대법원 판례로 위법성 인식…명백한 국가소송 대상”
인천해경서 “내용 불확실한 판결 이유로 운항중지시킬 순 없었다”

인천해양경찰서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또 다시 휘말렸다. 인천 ‘삼목선착장~신도~장봉도’ 항로에서 여객선을 운항하는 한림해운은 최근 정부 등을 상대로 7억12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인천해경서가 도선사업 면허변경 승인 처분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받고도, 제때에 행정조치를 하지 않아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앞서 인천해경서는 2017년 12월3일 발생한 ‘영흥도 낚싯배 전복사고’의 유가족 등이 정부 등을 상대로 낸 12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수행하고 있다. 당시 해양경찰청은 현장 지휘 미숙과 상황처리 미흡 등을 이유로 인천해경서장을 경고 처분하고, 본청 상황센터장과 인천해경서 상황실 직원 2명을 징계했다.     

인천해양경찰서 전경. ⓒ인천해경 제공.
인천해양경찰서 전경. ⓒ인천해경 제공.

인천해경서, 행정소송서 내리 ‘3연패’

16일 시사저널 취재내용을 종합하면, 인천해경서는 2017년 4월12일 삼목선착장~신도~장봉도 항로를 운항하는 세종해운 소속 세종3호(319t급)를 세종9호(713t급)로 교체하는 도선사업 면허변경 신청을 승인했다. 세종3호는 여객정원이 389명이고 최대 적재차량 총중량이 123.815t에 불과했지만, 세종9호는 승선정원이 500명이고 최대 적재차량 총중량이 228.489t에 달했다.   

이에 이 항로에서 여객선을 운항하던 한림해운은 2017년 12월4일 “세종3호를 세종9호로 교체하도록 승인해 준 ‘2017년 4월12일자 처분’은 사실상 도선을 늘려준 증선”이라며 도선사업 면허변경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여객선이 운항하는 항로에 도선을 증선 할 수 없는 만큼 세종해운에 승인해 준 도선사업 면허변경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것이다.

한림해운 관계자는 “당시 인천해경서가 2015년 6월5일 세종해운 소속 여객선이던 세종5호를 도선으로 운항할 수 있도록 승인한 것에 대해서도 도선사업 면허변경 처분 취소 소송이 진행되고 있었다”며 “인천해경서는 1심에서 패소해 놓고도, 또 다시 도선 증선을 주요 골자로 한 세종해운의 도선사업 면허변경 신청을 승인했다”고 지적했다.   

인천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정성완 부장판사)는 2018년 8월16일 “세종3호를 세종9호로 교체하는 도선사업 면허변경 처분은 실질적으로 면허를 추가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인천해경서는 2018년 9월3일 세종해운이 세종9호의 여객정원을 384명으로 줄이는 도선사업 면허변경을 승인했다. 이어 인천해경서는 2017년 4월12일자 처분에 대한 1심 판결의 효력이 소멸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고법 제7행정부(재판장 노태악 부장판사)는 2019년 6월27일 “세종9호의 정원을 축소한 것은 사업내용을 조정하는 것에 불과할 뿐,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새로운 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세종해운은 세종3호를 세종9호로 교체하면서 종전보다 훨씬 많은 차량이나 화물을 운송할 수 있게 됐다”며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도 올해 4월9일 “세종9호의 정원 부분만을 규율하는 처분은 그 기초를 상실하여 실효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인천해경서는 세종9호의 운항을 중단할 것을 명령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로써 인천해경서는 한림해운이 낸 행정소송에서 내리 3연패를 당했다. 

인천시 중구 영종도의 삼목선착장에 북도고속페리호 여객선이 접안해 있다. ⓒ이정용기자
인천시 중구 영종도의 삼목선착장에 북도고속페리호 여객선이 접안해 있다. ⓒ이정용기자

세종9호 운항중지명령 요청 거절

서울고법은 2019년 8월6일 한림해운이 낸 인천해경서의 2017년 4월12일자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도 인용했다. 이어 한림해운은 인천해경서에 세종9호에 대해 운항중지명령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세종해운이 계속 세종9호를 도선으로 운항하면서 여객운송사업권을 침해했기 때문이다.

한림해운은 2019년 8월21일부터 2차례에 걸쳐 “항소심 재판부가 2017년 4월12일자 처분이 위법하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이를 전제로 한 2018년 9월3일자 처분은 효력이 상실된다”며 “세종9호에 운항금지명령을 내려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하지만, 인천해경서는 거절했다. 인천해경서는 당시 “서울고법은 2017년 4월12일자 처분의 취소와 집행정지를 명하였을 뿐, 2018년 9월3일자 처분은 유효하게 유지돼 있고 집행정지결정도 없는 상황이다”며 “판결주문에 표시돼 있지도 않고, 내용도 불확실한 판결이유에 근거해 세종9호의 운항을 중지시킬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는 한림해운이 정부와 세종해운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꼬투리’가 됐다. 한림해운 관계자는 “제1심과 제2심 재판에서 세종3호를 세종9호로 교체하는 처분의 위법성이 명백해졌다”며 “그런데도 인천해경서는 세종9호에 대해 운항중지명령을 내리지 않았고, 세종해운도 계속 세종9호를 운항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법원 판례는 일반적으로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할 때 관계법규를 알지 못하거나 필요한 지식을 갖추지 못해 법규의 해석을 그르쳐 잘못된 행정처분을 했다면, 그 공무원이 법률전문가가 아닌 행정직 공무원이라고 하여 과실이 없다고 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며 “인천해경서의 처분은 분명한 국가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강조했다.

또 “인천해경서는 이미 2017년 11월23일에 대법원이 2015년 6월5일자 처분에 대해 선고한 판결문을 통해 ‘동일한 항로에서는 해운법에 따른 해상여객운송사업자의 영업권이 도선사업자의 영업권에 우선한다’는 점과, ‘기존 도선사업자에 대해 증선 등을 내용으로 한 면허사항 변경을 승인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면허를 추가하는 것과 같아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림해운은 정부뿐만 아니라 세종해운도 일찌감치 2015년 6월5일자 처분의 위법성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세종해운은 세종9호를 올해 4월9일까지 운항했다. 2017년 4월12일자 처분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온 날까지 세종9호를 운항한 것이다. 한림해운 관계자는 “세종해운은 대한민국의 묵인과 방조 아래에서 2017년 4월12일자 처분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세종9호를 계속 운항했다”며 “대한민국과 세종해운은 공동 불법행위로 해상여객운송사업자인 한림해운에 심각한 경제적 손해를 입혔기 때문에 연대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인천해경서는 12월8일 직원 3명을 한림해운이 낸 국가소송 수행자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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