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천공항에너지 ‘오락가락’ 경영에 75억원 물어줄 판
  • 이정용 인천본부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20.12.18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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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에너지 공급 의무사항 거부…열수송배관 공사 손배소 패소
집단에너지 사업권 취득 낭패…열 공급할수록 자금부족 발생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자회사인 인천공항에너지㈜가 집단에너지사업법을 위반하는 바람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인천도시공사에게 약 75억원을 물어줘야 할 처지에 놓였다. 영종국제도시에 집단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한 기반시설 공사 요청을 거부했다가 LH와 인천도시공사가 제기한 19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패소했기 때문이다. 

현재 인천공항에너지는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인천공항에너지는 대법원에서 원심판결이 유지되면, 소송기간에 추가로 발생한 56억원의 공사비도 LH와 인천도시공사에 지급해야 한다. 인천공항에너지는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영종국제도시 집단에너지 독점 공급 사업권을 취득했다가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되는 모양새가 됐다. 

인천공항에너지 ⓒ시사저널 DB
인천공항에너지 ⓒ시사저널 DB

법원 “인천공항에너지 의무위반은 고의”

18일 시사저널 취재내용을 종합하면, 서울고등법원 인천 제2민사부(재판장 황진구 부장판사)는 2020년 9월10일 “인천공항에너지가 집단에너지 공급 사업자의 의무를 위반한 것은 고의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인천공항에너지는 LH에 13억4157만원을, 인천도시공사에 5억7495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인천공항에너지는 2014년 8월부터 LH와 인천도시공사 등의 지속적인 집단에너지 공급요청을 거부하고, 2015년 7월20일 영종국제도시 잔여지역에 대한 집단에너지 공급 사업권 반납을 신청했다”며 “인천공항에너지는 영종국제도시 잔여지역에 집단에너지 공급시설 설치의무와 공급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LH와 인천도시공사는 2003년 8월11일 영종하늘도시개발사업 공동사업시행자로 지정됐다. 이들은 영종국제도시의 약 276만㎡ 규모의 부지에 약 11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동주택을 건설하는 등 총 430만㎡ 규모의 주택용지에 약 13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주거시설을 조성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들은 2014년 8월부터 영종국제도시 잔여지역에 대한 주택사업계획승인을 신청했다.

인천공항에너지는 2007년 2월15일 산자부로부터 영종국제도시 집단에너지 공급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로써 인천공항에너지는 영종국제도시에 독점으로 열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사업권을 확보하게 됐다.

인천공항에너지는 2012년 4월에 영종국제도시에서 이미 분양된 약 1만 가구에 열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한 24.791㎞의 1단계 열수송배관(최대배관경 400㎜) 설치 공사를 완료했다. 영종국제도시 잔여지역에 열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한 78.9㎞ 규모의 2단계 열수송배관(최대배관경 1000㎜) 공사는 2012년 6월 이후에 타당성 검토 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인천공항에너지는 2014년 8월부터 LH와 인천도시공사가 요청한 영종국제도시 잔여지구에 대한 열에너지 공급을 거부했다. 기존에 분양된 가구의 예상수요량을 기준으로 최대배관경이 400㎜인 열수송배관을 설치하는 바람에 공급배관의 용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결국, LH와 인천도시공사는 2016년 4월5일 인천도시가스와 손을 잡았다. 인천도시가스는 영종국제도시에 난방용 도시가스 공급을 위한 공급관로 보완공사를 진행했다. LH는 2017년 7월17일부터 2018년 6월28일까지 약 13억4000만원의 공사비를 지급했고, 인천도시공사는 2017년 7월13일부터 2018년 7월9일까지 약 5억700만원의 공사비를 부담했다.

집단에너지 공급 사업권…‘독이 든 성배’

문제는 인천공항에너지가 LH와 인천도시공사와 소송을 진행하는 기간에 56억원의 추가 공사비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인천공항에너지는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추가 공사비를 지급해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인천공항에너지 내부에서는 집단에너지 공급 사업이  ‘독이 든 성배’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영진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이는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집단에너지 공급 사업이 경영악화를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천공항에너지의 지분 99%를 보유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10년 12월21일 ‘인천공항에너지가 열에너지 요금 인상과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추가 출자 없이 영종국제도시를 사업대상에서 제외할 경우 2031년에 3817억원의 자금부족이 발생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받았다.

이 보고서는 ‘영종국제도시를 사업대상에 포함하면 2031년에 6882억원의 자금부족이 발생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인천공항에너지가 영종국제도시에 집단에너지를 공급할수록 자금이 부족해진다는 진단을 받은 것이다.

이 때문에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11년 5월2일 국토해양부 서울지방항공청으로부터 영종국제도시 1, 2단계 열수송배관 설치공사 실시계획 승인을 받기 전에 ‘열 요금 혐실화와 투자비 지원 등 사업성 확보를 위한 정부지원 등이 필요하며, 사업성 확보불가 시 사업시행 여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공항에너지도 2011년 5월12일 ‘열 요금 비현실화로 인한 적자 발생과 자본잠식, 경기침체로 인한 개발계획 지연, 연료비 부담 급증’ 등의 이유로 영종국제도시에 1, 2단계 열수송배관 설치 공사 실시계획 승인신청 반려를 요청했다. 또 영종국제도시에 대한 집단에너지 공급 사업권도 일부 반납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인천공항에너지는 LH와 인천도시공사의 열에너지 공급 요청이 지속되자, 오히려 2015년 7월15일 산자부에 영종국제도시 잔여지역에 대한 집단에너지 공급구역 지정을 해제해 달라고 건의하기도 했다. 이어 2015년 7월20일 또 다시 영종국제도시 잔여지역에 대한 집단에너지 공급 사업권 반납을 신청하기도 했다.

한편, 인천공항에너지는 서울고법 판결이 난 후 소송가액과 이자를 포함해 약 21억원을 LH와 인천도시공사에 지급했다. 인천공항에너지는 2020년 10월22일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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