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뉴딜 이후의 도시재생을 준비할 때 [김현수의 메트로폴리스2030]
  • 김현수 단국대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1.03 12:00
  • 호수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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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정비·지역재생·민간참여·그린&스마트 인프라에 집중해야

도시재생뉴딜이 4년째를 맞는다. 도시재생뉴딜 사업은 정부 공약으로 출발해 2020년까지 400여 개 사업구역을 지정했다. 전국에서 도시재생지원센터, 도시재생대학, 총괄코디네이터 등 조직과 인력을 양성하고 도시재생의 인프라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반면 ‘벽화 그리기’라는 기사에서 보듯이 보여주기 식이라는 혹평도 이어진다. 구역 지정 건수에 비해 예산집행 실적이나 일자리 창출 성과는 아쉽다. 모든 정책의 등장은 새롭고 신선하나, 시간이 흐르고 여건이 바뀌면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하는 때를 맞게 된다. 

도시재생은 가격 안정이나 주거복지를 목표로 하는 주택정책과는 다르다. 신도시나 주택건설사업은 공급 호수, 주택 보급률, 가격 안정 효과 등과 같은 정량적이고 가시적인 지표로 평가된다. 반면 도시재생은 주민 역량 강화, 공동체 활성화, 역사·문화적 장소성 등 정성적 측면이 강해 성과 평가가 쉽지 않다. 주택건설사업이 패스트푸드라면 도시재생은 발효음식에 비유할 수 있을까. 숙성시간이 필요하다.

2019년 10월30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채석장 전망대에서 창신숭인 도시재생사업 마스터 플래너 신중진 성균관대 교수가 기자들에게 사업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IFEZ제공
2019년 10월30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채석장 전망대에서 창신숭인 도시재생사업 마스터 플래너 신중진 성균관대 교수가 기자들에게 사업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IFEZ제공

디지털 복지 구현하는 재생 모델 필요

도시재생뉴딜에 대한 쟁점이 다양하다. 무엇보다 주택정비사업을 포함할 것인가도 관건이다. 서울시 창신·숭인지구에서는 공공재개발을 원하는 일부 주민과 재생사업을 유지하려는 관할 행정기관 간에 충돌이 있다. 도시재생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차량 진입이 안 될 만큼 불편하고 위험한 가로, 춥고 좁고 낡은 집에 대한 불만 등을 어떻게 달랠 수 있을까. 공공기여를 통해 생활SOC를 확보하고 젠트리피케이션이나 주택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범위 안에서 주택정비사업도 병행해 가는 모델을 찾아야 할 때다.

지방소멸의 위험지역은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105개로 절반에 가깝다. 1년 전보다 12곳이나 늘어난 수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쇠퇴 속도가 매우 걱정된다. 코로나19 사태 1년 동안 수도권으로의 인구이동 속도는 더 가팔라졌다. 현재의 도시재생 방식으로는 수도권으로 향하는 인구이동의 파고를 막기 어렵다. 코로나19는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지역격차를 더 크고 빠르게 벌리고 있다. 지역경제 회생을 위한 거점 중심의 일자리 창출사업, ‘지역균형뉴딜’과 연결할 수 있는 ‘지역재생’이 필요하다.

코로나19 1년 동안 세상이 바뀌었다. 생산과 소비 방식, 우리의 일상적인 라이프스타일이 디지털 플랫폼으로 전환 중이다. 쇼핑·학습·금융·만남·교통 등 일상생활이 모바일 플랫폼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제 모바일 기기나 태블릿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불편하고 손해를 본다. 디지털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들은 멀리 가서 비싼 물건을 사게 된다. 취약계층이 디지털 기기를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 기기의 교육·렌털·사용을 지원하는 공공 서비스가 요청되는 디지털 복지(digital welfare)의 시대다. 주민센터·관리사무소·공공청사·도시재생지원센터 등을 디지털 지원센터로 활용하자. 필요시 재택근무, 재택학습 공간으로도 임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 필요하다. 디지털 복지를 구현하는 재생 모델이 필요하다.

코로나19는 결국 자연환경 오염과 지구 자원 남용에서 기인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17%의 도시지역에 92%의 인구가 모여 산다. 인구와 산업이 집중된 도시지역에서의 그린뉴딜에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효율을 높이며, 재생 에너지 사용으로 전환하고, 에너지 복지를 실현하며, 탄소 흡수를 높일 수 있는 생태순환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코로나19가 바꾼 세상, 도시재생도 변화해야

도시 내의 하천과 실개천을 복원하고 도시공원으로 지정해 생태자원을 연결하는 연결녹지(connected green), 5분 안에 도달할 수 있는 도달녹지(accessible green) 그리고 벽면이나 옥상, 발코니 등의 녹지도 공원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수직녹지(vertical green) 등 생태순환공원 도입이 절실하다. 소하천의 복원, 5분 도달 공원의 조성과 수직녹지 관리는 주민참여형 도시재생의 중요한 모티브를 제공해 줄 것이다. 환경부의 스마트그린시티사업과의 연계도 적극적으로 검토돼야 할 것이다. 그린인프라는 도시재생의 중요한 기반시설로 활용될 수 있다.

도시재생뉴딜 이후의 도시재생에 바란다. 첫째, 도시재생과 재개발·재건축이 상호보완적이 될 수 있도록 해주는 ‘정비형 재생모델’이 필요하다. 조합과 객관적인 공공기여 수준을 협상하고, 주변지역의 생활SOC도 확대하고, 공공임대주택, 공공임대상가도 확보해 젠트리피케이션과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혜를 찾아내야 한다.

둘째, 지방쇠퇴를 막을 수 있는 ‘지역재생모델’이 필요하다. 지역에 일자리를, 특히 청년들을 정착시킬 수 있는 일자리, 주택, 정주환경의 ‘혁신공간플랫폼’을 만들 수 있는 지역재생모델이 필요하다. 국토부의 혁신지구와 도심융합특구, 중기부의 스타트업파크와 규제자유특구, 과기부의 강소특구 등의 정책은 지역의 산업, 기업, 일자리 진흥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유사한 목적’의 사업들이다. 도시재생이라는 ‘프레임’으로 통합될 수 있는 융복합 도시재생 모델이 필요하다.

셋째, 민간의 자본과 기술, 역량과 창의력이 도시재생에 투입될 수 있는 ‘민간참여형 재생 모델’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성과를 내려면 ‘공공재정→마중물→수익구조→민간투자→수익창출→재투자’와 같은 선순환구조가 전제돼야 한다. 그런데 이런 구조가 보이지 않는다. 아마 도시재생과 같은 ‘고도의 거버넌스’ 경험이 짧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넷째, 그린인프라와 스마트인프라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 에너지 복지와 디지털 복지는 향후 도시재생의 중요하고도 지속적인 화두가 될 것이다. 그린인프라와 스마트인프라를 도시재생의 기초 인프라로 활용하는 ‘그린&디지털 재생 모델’이 필요하다.

지난 1년간의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라 급격한 사회구조 변화가 진행 중이다. 도시재생도 새로운 변화에 부응해 ‘주택정비’ ‘지역재생’ ‘민간참여’ ‘그린&스마트 인프라’의 4가지 키워드에 집중하자. 도시재생뉴딜 이후를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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