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시장 선거 코앞인데 계속 찾아헤매는 ‘새 인물’
  • 송창섭‧이원석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1.01.02 10:00
  • 호수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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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시민후보 박원순 바람’ 데자뷔…잠룡급 조기 등판 가능성도

정확히 10년 만의 리턴매치다. 공수만 바뀌었을 뿐 상황은 당시와 별반 다르지 않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야기다. 마치 10년 전 데자뷔를 보는 듯하다. 재보선은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짙다. 지난 2011년 선거도 다르지 않았다. 2011년 10·26 재보선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3년째 해에 치러졌기에 집권세력인 보수진영이 정국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진보진영에겐 재도약의 발판이 됐다.

여권인 한나라당(국민의힘의 전신)에선 나경원 후보가 일찍부터 준비에 나선 반면, 야권인 민주당은 마땅한 후보조차 찾지 못한 채 손학규 대표의 리더십마저 흔들리던 상황이었다. 당내 경선에서 박영선 후보가 선출됐지만, 여당 후보에 비해 열세를 나타내는 상황이 이어졌다. 그러던 중 제3지대에서 활발한 움직임이 벌어졌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지지를 얻고 있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시민운동을 펼치던 박원순 희망제작소 이사(무소속)의 손을 들어주면서 서울시장 구도는 여-야-제3지대 3자 구도가 만들어졌다. 이를 여-야 일대일 구도로 만들기 위해 박영선 후보와 박원순 후보 간 야권 단일화 경선이 성사됐고, 여기서 박원순 후보가 단일후보로 선출되면서 여세를 몰아 서울시장 자리까지 탈환했다. 훗날 정권교체의 기초도 이때 만들어진 셈이다.

현재 야권의 생각도 이와 비슷하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당시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이번에는 마중물 역할을 포기하고 직접 플레이어로 나섰다는 점이다. ‘안철수에 의한 선거’에서 ‘안철수를 중심으로 한 선거’로 구도만 바뀌었다.

(왼쪽)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시사저널 박은숙
(왼쪽)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시사저널 박은숙

김택진 대표에 그의 부인 윤송이 사장까지 거론돼

새해를 맞이하면서 재보선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3개월 남짓이다. 현재의 정치상황을 놓고 보면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다. 도전자 격인 국민의힘은 ‘야풍(野風)’만 불면 2011년 상황이 재현되기에 충분하다고 말한다. 국민의힘 비대위로선 야풍의 전제조건을 ‘새 인물’로 규정짓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비대위 관계자는 “김종인 위원장은 비대위 회의 때 단 한 번도 안철수 대표 등 특정 정치인을 거론한 적이 없다. 고로 짐작하건대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정치판에 등장하지 않은 새 인물이 나와 바람을 일으키길 바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최근 김 위원장이 안 대표와의 연대보다 국민의힘 자체 후보 쪽에 더 관심을 갖는 것은 ‘정치인 안철수’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 부족과 선거 이후 자신의 역할까지 고려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새누리당 비대위원으로 활동한 10년 전에도 여러 언론 인터뷰에 나와 ‘정치인 안철수’에 대해 혹평한 바 있다.

그렇다고 마냥 신인들의 출마를 반길 상황은 아니다. 신인 가점제를 줘 여러 후보가 나서는 게 흥행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본선 경쟁력에는 자연히 의문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 등이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김심(金心·김종인 위원장 생각)’이 자신에게 있다는 식으로 발언하는 것에 대해 당 안팎에선 전형적인 ‘김종인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당직자는 “김 위원장이 지나가는 식으로 한 말을 이용한 김심 마케팅 아니겠느냐”고 평가절하했다.

새 인물과 함께 국민의힘 지도부가 주목하는 키워드는 ‘경제’다. 정치권에선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부동산 문제 등 경제문제가 주요 화두가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미 나온 후보들도 경제문제 공약에 중점을 두고 나오는 상황이다. 민주당의 한 고위 당직자는 “당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기업인 등 경제와 관련 있는 인물이 거론되기도 한다”며 “새 후보라면 기존에 예측하지 못했던 이러한 인물들이 나올 가능성도 여전히 있으며 또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런 맥락에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이름도 거론됐다. 김 전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낸 인물로 관료 출신이자 경제전문가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김 전 부총리는 야당에서도 이름이 나오긴 하지만 민주당에서도 결코 놓지 않고 있는 카드다. 갈등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건 다 언론이 만든 프레임”이라며 “경제와 행정에 모두 능통한 김 전 부총리의 이름이 꽤 나오고 있다. 충분히 고려해 볼 인물”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역시 김 전 부총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불발로 끝났지만 김종인 위원장이 지난 10월27일 당 미래산업일자리특위 위원들과 함께 경기도 성남시 엔씨소프트 본사를 찾아 이 회사 김택진 대표를 만난 것은 앞으로의 인재 영입 방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날 자리에서 김 대표는 정치권 진출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전혀 뜻이 없다. 나는 기업가”라며 거리를 뒀다. 김 위원장 역시 “앞으로 만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내에선 KDI(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출신으로 경제전문가인 윤희숙 의원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은 고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사망으로 이번 선거가 열리는 만큼 여성 후보로 성추행 프레임을 지우는 게 유리하다는 전략이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선두권에 있는 가운데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도 자천타천으로 계속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 김택진 대표의 부인인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을 추천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野 유력 대권주자 출마에 대비해 與도 ‘정세균 카드’ 만지작

안철수 대표의 출마 선언으로 대권주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서울시장에 오르는 이는 강력한 대선후보 반열에 오를 수 있다. 야당 후보일 경우 더더욱 그렇다. 안철수 대표가 차기 대선을 포기하고 서울시장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대권을 향한 정치적 노림수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런 면에서 자신들은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의 도전 가능성도 전혀 실현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수도권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당에서는 오 전 시장, 유 전 의원의 결단을 기대하고 있다. 대선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현재 상황에서 더 중요한 게 서울시장 보선이기에 계속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홍정욱 전 의원도 여전히 거론된다. 한나라당 소속으로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홍 전 의원은 1970년생으로 비교적 젊고 개혁적 성향을 갖고 있는 데다 경제인으로서의 전문성도 있어 선거 때마다 거론되는 인물이다. 홍 전 의원은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내 역량이 시대정신과 부합하면 나서야”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국민의힘의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우리 당 의원이었던 홍 전 의원이 출마를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 대권 주자가 나설 경우 민주당에서도 비슷한 잠룡급으로 맞대응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당 일각에서 정세균 총리 기용설이 또다시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대면·대인 접촉이 힘든 상황에서 새 인물보다는 대중성이 높은 기성 정치인으로 바람몰이에 나서야 한다는 현실적인 목소리도 점차 힘을 얻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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