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와 가치 공유해야 사업도 성공 [이형석의 미러링과 모델링]
  •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KB국민은행 경영자문역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1.07 11:00
  • 호수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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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매년 4.1% 상승 전망…다양한 상황 고려해 사업모델 설계해야

수년 전, 한 정당의 대선공약으로 창업정책에 대한 설계를 요청받은 적이 있다. 본안에 덧붙여 ‘1인 가구에 대한 지원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정부가 1인 가구를 공개적으로 지원하면 결혼을 하지 않는다면서 채택하지 않았다. 1인 가구 지원은 민간 영역이라는 것이다. 아직도 정부 차원의 지원정책은 거의 없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1인 가구 비율은 30.2%다. 이제 3인 가구(20.7%), 4인 가구(21.2%), 2인 가구(27.8%)를 제치고 1인 가구가 1위로 올라섰다. 도시화 진행, 혼인율 저하, 이혼율 상승, 초혼연령 상승, 그리고 평균수명 증가 등 증가 요인이 많아 이미 예견된 일이다. 소비 트렌드 연구기관인 IORMA는 1인 가구가 매년 4.1%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관련 산업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2020년 12월29일 용산 이마트의 쌀 소포장 판매대 ⓒ시사저널 임준선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관련 산업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2020년 12월29일 용산 이마트의 쌀 소포장 판매대 ⓒ시사저널 임준선

1인 가구 연령·소득·가치 천차만별

일본의 1인 가구 현황에서 향후 정책과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일본 총무성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일본의 1인 가구 비중은 35.7%다. 1인 가구가 전체 비중에서 1위로 올라선 건 1988년이다. ‘88년의 1인 가구는 유업(有業) 가구였다. 하지만 지금은 무업(無業) 1인 가구 비중이 가장 높다는 점이 다르다.

이처럼 1인 가구는 단순하게 해석하기가 쉽지 않다. 미혼, 이혼, 고령 등 원인이 각기 다르고 소득 수준과 추구하는 가치도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접근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1인 가구를 연령별로 보면 20~29세가 36.4%로 가장 많고, 60~69세는 30.3%다. 게다가 59세 이하는 남성 비율이 높지만 60세 이상으로 가면 여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따라서 1인 가구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할 때는 페르소나(persona)를 좀 더 정밀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일본에서는 1인 가구 전문 이삿짐센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원룸에서 원룸으로 이사할 때 이전 집의 구조대로 포장이사해 재배치까지 해 주는 룸투룸(room to room) 서비스다. 1인 가구는 대체로 이사가 잦다는 점에 착안했다. 여기에 주소 이전, 각종 사회 서비스, 계약해지 및 이전에 이르기까지 부가 서비스를 병행하고 있다는 점이 우리하고 다르다. 실제로 청년 1인 가구는 5년 이내에 이사하는 경우가 27.2%로, 10년 이상 거주하는 비율(14.5%)보다 두 배나 많다.

‘에코허브’라 불리는 ‘1인 가구 배송센터’ 사업도 눈길을 끈다. 1인 가구는 안전에 대한 위협을 많이 느끼기 때문에 집 앞 거점센터에서 물건을 찾아가는 구조다. 배달업체는 배송비를 절감할 수 있고, 주문자는 안심을 얻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배송센터에 대상 지역 시니어들을 참여시켜 일자리 창출과 안전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유럽 최초의 혼밥식당 모델은 암스테르담의 독신 전용 레스토랑 에이말(Eenmaal)로 알려져 있다. 2013년 소셜 디자이너이자 창업가인 마리나 반 고르(Marina van Goor)는 현대 도시 디자인에서 ‘공간은 혼자 조용히 휴식을 취하는 장소가 아니라 사람들이 만나고 모이는 장소여야 한다’는 인식하에 디자인했다. 초연결 사회에서 외로움을 위로할 프로젝트였다.

이후 헬싱키의 혼밥식당 테이크인(Take In)이 독신 전용 앱(Wolt)을 개발한 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제휴해 1인 가구 전문식당을 연결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에이말의 비즈니스 모델에다 즉석에서 함께 식사하는 기능과 배달을 추가한 것이다. 혼밥식당은 유럽과 일본을 중심으로 단품 메뉴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프랑스의 레스토랑 미디어인 르 푸딩(Le Fooding)은 솔로 다이닝족을 위한 레스토랑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솔로 다이닝족을 위한 샐러드바도 구상해 봄 직하다. 일본 총무성 가계조사에 따르면 일본 1인 가구의 샐러드 및 신선채소 지출금액이 최근 4년간 38.3%나 증가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5862엔, 여성은 3571엔으로 남성의 샐러드 소비금액이 여성을 웃돌았다. 다만 남성의 경우 완제 샐러드를 ‘사서 먹는’ 반면에 여성은 가정 내에서 신선채소와 드레싱을 곁들여 ‘만들어서 먹는’ 차이가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위트래블솔로(WeTravelSolo)는 인도 최대의 솔로 전문 여행사다. 혼자 여행한 경험이 많은 사람이 직접 여행설계를 하고, 이에 호응하는 솔로들이 참여하는 커뮤니티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지금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좋아하는 여행 테마를 정하고, 경험을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비슷한 콘셉트로 여성만을 위한 여행사(byond Travel)도 있다. 주로 예술이나 음식, 문화 등을 테마로 50개국 1000여 개의 여행상품을 취급한다. 분야마다 관련 전문가가 프로그래밍하며, 때로는 문화해설사가 직접 에스코트하기도 한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일단 여행하고 난 후에 경비를 지불할 수 있는 상품도 판매한다는 점이다. 소득이 적은 솔로들을 배려하는 차원이다.

 

시니어 대상 사업의 두 갈래 방향

1인 가구 비중이 높은 시니어 대상 사업모델의 경우 창업가 관점에서 시점(視點)은 크게 두 방향이다. 그 하나는 시니어 페르소나 사업, 즉 노인 대상 사업이다. 다른 하나는 액티브 시니어 사업, 즉 노인 일자리 지원사업이다. 시니어를 대상고객으로 하는 사업으로는 실종 예방과 케어 모델이 있다. 대체로 복지 연계사업인 경우가 많아 사회적 경제기업 모델, 예컨대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액티브 시니어 사업은 시니어 일자리 창출 사업과 보건의료 사업 분야다. 노인이 노인을 돌봐주는 노노(老老)케어 사업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는 귀농 인구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2019년 현재 귀농 인구의 74.7%는 혼자 시골로 간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는데 많은 빈집 정보를 한곳에서 볼 수 있는 곳은 없다. 이들을 위한 빈집 정보와 함께 1년 살기 프로젝트를 묶어 시도한다면 여러모로 가치가 있다. 더불어 12%나 되는 1인 다문화가구를 위한 생활설계 서비스업이나 교육사업도 좋겠다.  

혼자 살면서 가장 슬픈 일은 자랑을 들어줄 사람이 없고, 아픔을 위로해 줄 사람이 없을 때다. 미국 풋볼 감독이자 스포츠 캐스터인 루 홀츠(Lou Holtz) 감독은 자서전 《승리, 패배 그리고 가르침》에서 “힘들다고 하지 마세요. 9명은 관심 없고, 1명은 기뻐할 겁니다”라고 했다. 1인 가구와 동행하는 가치를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낸다면 틀림없이 성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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