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 입양기관 홀트, ‘입양아 사후관리 부실’ 드러나
  • 서지민 객원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1.0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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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가정방문 시 폭행 정황 알면서도 ‘방치’
국내 입양 아동 상당수 ‘사후관리 부실’ 지적
1월6일 오전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에 안장된 ‘정인이’의 묘에 추모객들이 놓고 간 편지와 선물을 쌓여 있다. ⓒ연합뉴스
1월6일 오전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에 안장된 ‘정인이’의 묘에 추모객들이 놓고 간 편지와 선물을 쌓여 있다. ⓒ연합뉴스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정인이 사건’에서 정인이 입양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의 부실한 사후관리가 드러났다. 홀트는 7년 전에도 특별감사에서 입양 사후관리 부실을 지적받은 한편, 정인이의 학대 피해 정황을 알고도 4개월 넘게 별다른 대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의 2014년 6월 홀트 특별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입양 사후관리 부적정’이라며 국내 입양된 아동 중 일부에 대해 사후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홀트는 2012년 8월부터 2013년까지 국내 입양된 아동 92명 중 13명에 대해 가정방문 등을 통한 ‘사후관리 가정조사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이 중 4명에 대해서는 아예 전화로만 상담을 하고 보고서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입양특례법 제25조와 ‘2012 입양실무 매뉴얼’을 보면 입양기관 담당자는 입양이 성립된 후 양친과 양자의 상호적응 상태를 관찰하고 사후서비스를 1년간 제공해야 한다. 사후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안 집으로 직접 방문해 사후관리 가정조사 보고서도 작성해야 한다. 

당시 복지부는 홀트가 미국으로 입양 보냈다가 양부의 폭행으로 숨진 ‘현수’ 사건 관련해서 감사를 실시했었다. 복지부는 특별감사 이후 홀트 측에 사례 재발을 방지하도록 철저한 사후관리를 주문했었다.

그러나 최근 ‘정인이 사건’에서도 홀트는 부실 사후관리를 반복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홀트는 이미 지난해 5월 정인이의 학대 피해 정황을 알고 있었지만 이를 4개월 넘게 방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홀트는 정인이 학대 의심 신고를 받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5월26일 2차 가정방문을 했고, 당시 학대 사실을 파악했다. 양부모가 정인이 몸에 생긴 멍 자국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것을 확인했지만, 추가 대처를 하지 않은 채 ‘더욱 민감하게 아동 양육에 신경 써달라’는 식의 단순 안내만 제공했을 뿐이다.

3차 가정방문에서도 추가 조치를 하지 않았다. 아이를 차에 방치했다는 신고에 지난해 7월2일 3차 가정방문에 나섰지만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것이다. 홀트는 10월13일 정인이가 사망하기 전까지 반복적으로 학대 신고를 받았지만, 3차 가정방문과 전화통화로 정인이의 안부를 확인했을 뿐이었다. 

이배근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회장은 “입양기관에서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가정방문이 쉽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입양기관이 가정방문을 통해 아이가 잘 지내는지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양부모에게 ‘아이를 잘 길러야 한다’는 경각심을 주는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인이의 경우 학대 의심신고가 들어온 사례이기 때문에 변명의 여지 없이 입양기관이 가정방문을 더 철저히 하고 면밀하게 지켜봐야 했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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