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한국의 아마존’ 될 수 있을까
  •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3.03 08:00
  • 호수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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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최강자 될 여력은 충분
아마존의 ‘구독 가치’로 본 네이버의 과제…이커머스 최강자 될 여력은 충분

올해 2월은 이커머스의 강자인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 소식으로 뜨거웠다. 쿠팡은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위해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쿠팡의 2020년 총매출은 119억7000만 달러(약 13조원), 순손실은 4억7490만 달러(약 5200억원)로 집계됐다. 2019년 순손실이 6억9880만 달러임을 감안하면 손실이 크게 줄어들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쿠팡의 기업 가치가 약 55조원(500억 달러)이 넘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역시 쿠팡 상장을 통해 500억 달러 이상의 시장가치 평가가 기대된다고 했다. 쿠팡의 상장 속에서 문득 생각나는 기업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 이커머스 1위 네이버다. 쿠팡이 NYSE 상장을 앞두고 있는 지금, 네이버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네이버는 2월23일 LG화학을 제치고 코스피 시가총액 3위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석 달 만의 3위 탈환이다. 작년 말 시총 순위가 6위까지 떨어졌던 네이버지만 올해는 약 30% 이상 올랐다. 상승 원인을 글로벌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 인수 등 공격적인 사업 확장, 다양한 기업들과의 협업 등으로 인한 시장의 긍정적인 평가로 보는 시각이 있다. 또 다른 상승 요인은 쿠팡의 상장으로 인한 네이버 쇼핑에 대한 재평가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네이버 쇼핑을 재평가하게 만든 요인 중 하나는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이하 ‘네이버 멤버십’)이다. 네이버 멤버십은 2020년 6월1일 출시된 유료 서비스다. 제품 구매 시 금액의 최대 5%를 네이버페이 포인트로 적립해 준다. 웹툰과 영화, 디지털 콘텐츠 체험팩 중 한 가지를 골라 매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즉, 네이버 멤버십은 일정 기간 사용한 만큼 월회비 또는 연회비를 내는 구독경제를 활용한 구독 서비스다.

네이버 멤버십의 경제적 가치

2016년 10월 골드먼삭스의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블롬버그에 출연해 아마존 프라임과 같은 애플 프라임이라는 월정액(50달러) 구독 서비스 사업을 애플에 제안한다. 이 구독 서비스에는 아이폰 업그레이드, 애플 TV, 애플뮤직 등이 포함돼 있었다. 블롬버그는 ‘애플도 이제 구독 서비스를 해야 할 때가 왔다’는 내용으로 기사화됐을 정도로 강력하게 애플에 구독 서비스를 권유했다. 그리고 애플은 2019년부터 구독 서비스 상품을 대대적으로 출시하면서 구독경제 회사로 변신하고 있다.

그렇다면 모태가 된 아마존 프라임은 무엇일까. 우선 아마존 프라임은 월 7.99달러, 연간 79달러만 내면 상품 구매 시 이틀 안에 상품을 배송료 없이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스트리밍 음악, 비디오, 책 등의 구매에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며, 2004년에 시작됐다. 만년 적자 기업이었던 아마존은 이 구독 서비스를 기점으로 화려한 비상을 하게 된다.

아마존 프라임은 2018년 연회비를 119달러, 월회비를 13달러로 약 20% 인상했다. 당시 아마존 프라임 회비 인상이 발표됐을 때, 금액이 과도하고 혜택에 비해 회비가 비싸다는 여론이 있었다. 제이피모건은 당시 연회비 119달러로 약 800달러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무료배송부터 오디오 도서 대여까지 아마존 프라임 회원이 누리는 연간 혜택이 784달러로 추산된다고 분석한 것이다.

아마존 프라임을 통해 소비자는 다양한 추가 서비스를 통해 경제적 이익과 편의성을 얻고, 아마존은 크로스셀링, 업셀링 등 다양한 판매전략을 펼칠 수 있다. 크로스셀링은 고객이 사려는 것과 관련 상품을 추가로 구매하게 만드는 ‘교차판매’를 뜻한다. 이 전략을 이용해 추가적인 매출과 수익을 내게 된다. 아마존은 구독자가 들어오면 추가 제품 또는 서비스를 추천해 준다. 무작위로 추천해 주는 것이 아니다.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에게 효용성 있는 제품을 제시한다.

GS25는 매월 일정 금액을 내면 특정 물품 구매 때 20~25% 할인 혜택을 주는 유료 구독 멤버십 서비스 ‘더팝플러스’를 2020년 출시했다. 작년 말을 기준으로 멤버십에 가입하지 않은 고객에 비해 구독 회원의 제품 구매 건수는 4배, 사용금액은 3.8배 증가했다. 다시 말해 구독형 멤버십 서비스의 구독자는 일반 소비자보다 제품 구매를 많이 하게 된다. 이런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객’이다. 소비자가 우선 자신들의 서비스와 제품을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네이버 멤버십’의 경제적 가치는 네이버페이 적립률을 제외하고 디지털 콘텐츠 이용 혜택만으로도 1만~2만원대인 것으로 보인다. 구독자는 구독료 대비 대략 3~4배의 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네이버는 작년 10월 “네이버 멤버십 가입자가 160만 명을 돌파했으며, 2020년 말까지 200만 가입자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네이버 멤버십 가입자의 지난해 9월 거래액은 전체 쇼핑의 약 15%를 차지했다. 네이버는 또 “월 20만원 이하 구매 고객이 네이버 멤버십 이후 3배 이상 구매액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네이버 멤버십을 통해 크로스셀링을 하고, 구독자들이 더 많은 소비를 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바로 이 점이 구독경제의 매력이자 다른 비즈니스 모델이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이다.

지난해 네이버의 커머스 분야 매출은 1조897억원으로 1년 전보다 37.6% 늘어났다. 네이버 측은 “2020년 4분기 스마트스토어 거래액은 전년 대비 76% 성장했으며, 12월에는 전년 대비 91% 성장을 달성했다. 스마트스토어 결제자 수는 지난해 2000만 명을 넘겼다”고 밝혔다. 네이버의 이커머스 분야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핀테크 분야에서도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현대카드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자사 유료 서비스인 네이버 멤버십 전용 신용카드도 내놓을 계획이다. 네이버 멤버십의 디지털 콘텐츠 혜택이 부족하다는 일부 평가도 있었지만, 이르면 올해 2월부터 네이버 멤버십 혜택으로 OTT ‘티빙’을 시청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쿠팡이 서비스 중인 ‘쿠팡 플레이’라는 OTT 서비스와 함께 살펴보면, 네이버와 쿠팡은 아마존 프라임의 방식을 벤치마킹하면서 이커머스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ID 기반으로 다양한 혜택 제공해야

쿠팡처럼 빠른 배송의 장점도, 오프라인 매장도 없는 네이버는 어떻게 이커머스 시장 1위에 등극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일까. 네이버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ID가 있다는 것이다. 2019년 말 기준 네이버 회원 수는 4000만 명, 네이버페이 월 사용자는 1000만 명을 넘어섰다. 대한민국 국민의 대다수가 네이버 회원이다. 심지어 네이버는 국민 ID 역할도 하고 있다. 네이버가 아닌 다른 사이트에 신규 가입할 때도 네이버 ID로 대신할 수 있다. 필자도 타 사이트에 가입할 때 네이버 ID로 편하게 회원가입을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가입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경우 특별한 혜택이나 이유가 없다면 번거롭게 가입하지 않는다.

새로운 이커머스 사이트에서 신규 가입자에게 할인 및 각종 혜택을 준다고 해도 사이트 가입 절차가 귀찮고 번거로워 회원 가입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네이버는 이미 대다수 국민이 가입돼 있고, 검색만 하면 내가 원하는 제품의 최저가, 상품평 등을 바로 확인할 수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클릭만 하면 따로 가입 절차 없이 구매할 수 있다. 네이버가 온라인 상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중에서 가장 결제액이 많은 이유다.

아마존 프라임은 구독료 대비 6~7배의 경제적 가치를 제공하지만, 네이버의 혜택은 아직 그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근 네이버는 적극적으로 멤버십의 영역과 혜택을 넓히고 있다. 이미 네이버는 한국의 아마존이 될 수 있는 역량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녹색창’으로 통하는 국내 포털 1위 기업이기에 비즈니스는 무궁무진하다. 상상력을 발휘해 다양한 멤버십을 개발하고, 외부 협력이라는 시너지를 통해 구독경제를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 ID경제를 기반으로 다양하면서도 고객 각자에게 맞춤형인 멤버십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면, 네이버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전호겸 교수는 누구 

《구독경제:소유의 종말》의 저자. 고려대 법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고려대 회사법센터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대기업에서 비즈니스 모델 혁신과 개발 등의 업무를 맡았다. 대표적인 구독경제 전문가이자 경제 칼럼니스트로 현재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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