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국밥 추진비냐”…김제시장 업무추진비 의혹에 ‘시끌’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1.02.27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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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4000원 콩나물국밥…‘몸은 세종에, 법카는 김제 고깃집에’
업무추진비 의혹 겨눈 수사 ‘칼끝’…경찰, 박준배 시장 입건
‘박 시장·제 3인물 업무추진비 부적정 사용 여부’ 수사 초점

“몸은 세종에, 법카는 김제 고깃집에” “황제국밥추진비냐”

요즘 전북 김제의 세간에 떠돌고 있는 시정 최고책임자를 향한 조롱 섞인 말이다. 김제시장의 업무추진비 사용이 사법당국의 수사 대상에 오르는 등 탈이 나면서다. 경찰은 업무추진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하고, 업체에 특혜를 줬다며 지난달 한 시민단체가 검찰에 고발한 사건과 관련, 박준배 시장을 입건한 것으로 확인됐다. 2월 26일 김제시와 김제경찰서에 따르면 최근 사건을 전주지방검찰청으로부터 이첩받아 고발인 조사를 마친뒤 자료를 분석하며 박 시장 소환 전에 혐의 찾기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역 한 시민단체는 김제시장이 다른 지역 방문 때 관내에서 업무추진비가 집행된 점과 사용내역에 몇명이 누구와 무슨 업무를 논의했는지 등을 부실하게 기록한 점 등이 일반 상식에 벗어난다며 횡령과 배임 혐의로 사법당국에 고발했다. 경찰 수사의 초점은 박 시장의 업무추진비 부적정 사용과 제3 인물의 사용 여부를 밝히는 데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김제시장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서
시사저널이 입수한 김제시장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서(218.7~2020.8)

朴시장 업무추진비 어떻게 사용했길래

박 시장의 업무추진비 사용은 왜 문제가 됐을까. 시사저널이 입수한 김제열린시민모임(공동대표 정신종·문병선)이 김제시로부터 행정정보공개 신청를 통해 받은 2018년 7월부터 2020년 8월까지 시장과 간부들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과 출장내역서, 시장 관용차 운행일지 등에 따르면 박 시장은 이 기간 총 2억 8900여만원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 박 시장이 사용한 업무추진비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지출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특정 음식점과 마트, 약국 등에서 몰아 쓴 경우가 많았다. 음식점의 경우 김제 C한우촌에서 가장 많은 2780여만원을 사용했고, 다음은 J바지락 2590여만원, J명품관 1170여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마트는 D마트 6270여만원, J영농조합법인 2280여만원, W마트 1730여만원, B영농조합법인 750여만원, N약국 720여만원 순으로 사용했다. 

 

‘특정업체 몰아주기·법카 분신술’ 의혹

‘원격결제’도 파악됐다. 시장의 몸은 타 지역에 있는데, 업무추진비 카드는 김제에서 긁힌 사례다. 이른바 ‘법인카드 분신술’이다. 박 시장은 2018년 12월 10일 김제의 한 고깃집에서 ‘재난예방관리 역량강화 간담회’를 명목으로 점심값 42만원을 결제했다. 하지만 그는 시청 직원들과 함께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김제가 아닌 정부 세종컨벤션센터에 있었다. ‘2018년 복지행정 우수기관 시상식 및 주요 시정 업무차’ 세종시로 출장을 간 것이다. 

또 박 시장은 2020년 2월 12일 오전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서울 등에서 ‘고용안정 선제대응 패키지사업 심사 및 투자유치’ 기업을 방문한 것으로 출장내역서에 적었다. 그러나 이날 오후 7시 41분에 김제의 한 식당에서 ‘시립합창단 신규단원 실기 평가 관계자 간담회’를 개최하고 35만원을 업무추진비로 결제했다. 지난 2019년 11월 14일 오후 3시 46분에는 관내 음식점에서 ‘역대 김제시장군수 시정자문 간담회’를 열고 75만6000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그 시간 박 시장은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국회에서 ‘원내대표 초청 기초자치단체장 간담회’에 참석했다. 3가지 모두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서와 출장내역서, 차량 운행일지 등이 일치하지 않는 사례다. 

박 시장의 몸은 세종시에 있고 카드는 김제에서 쓰는 ‘몸세 카김’ 기법으로, 마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몸은 파주에 있으면서 카드는 논산에서 썼던 이른바 ‘몸파 카논’ 논란 사례와 닮았다. 이에 대해 시민모임은 “시중에서 떠도는 제3 인물이 법인카드를 쓴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제시청 전경 ⓒ김제시
김제시청 전경 ⓒ김제시

사용처 불분명…관외출장 업무추진비 ‘0원’

게다가 과다 지출된 사례도 많다. 박 시장은 취임 직후인 2018년에만 3차례가 된다. 그해 7월 9일 A콩나물국밥집에서 14명이 참석한 가운데 ‘김제육교 재가설공사 착공에 따른 관련 부서 간담회’을 갖고 33만8000원을 지출했다. 1인당 평균 2만4000원이 넘는 금액이다. 7월 19일에는 B콩나물국밥집에서 19명이 참석한 ‘스마트팜 혁신밸리 공모사업 추진부서 간담회’ 식대로 35만7000원을 지급했다. 1인당 1만9000원 꼴이다. 9월 18일에도 C콩나물국밥집에서 15명이 ‘농업인단체협의회 관계자 간담회’를 열고 식비로 36만3000원을 결제했다. 이 금액도 1인당 2만4200원에 달한다. 시중에서 콩나물국밥 한 그릇이 7000~10000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황제국밥’인 셈이다. 

누구와 무슨 내용으로 업무를 추진했는지 등이 불분명하게 기록된 사례도 있다. 박 시장은 2019년 3월 13일 저녁 시내 한 음식점에서 17명과 식사를 하면서 45만5000원을 사용했으나 집행내역에는 ‘새만금 공공주도 내부 개발사업간담회 경비 지급’으로만 기재했다. 이 뿐만 아니다. 박 시장이 관외 출장에서 사용한 업무추진비는 한 푼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 의혹의 불씨는 더욱 커지고 있다.  

 

김제시 해명 ‘오락가락’…‘업무미숙 탓→외상값까지 포함’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세간의 반응은 싸늘하다. 자영업자 정아무개(53)씨는 “생계형 음식점인 콩나물국밥집을 폄훼하는 것은 아니지만 김제 시내에서 국밥 한 그릇에 2만원이 넘는 곳이 어디에 있느냐”며 “업무추진비를 이렇게 사용한 게 맞다면 지나가는 초등학생도 웃을 일이다”고 개탄했다. 주부 김아무개(48)씨도 “나도 2만4000원짜리 황제 콩나물국밥 좀 먹고 싶다”면서 “시장의 업무추진비는 시민들이 내는 피 같은 돈이다. 혈세를 펑펑 쓰라고 시정을 맡긴 것은 아니다”고 비판했다.

김제시는 1인당 2만4000원의 콩나물국밥값이 결제된 것에 대해 일부 언론에는 “직원이 참석 인원을 잘못 파악 등 업무미숙 탓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시 관계자는 26일 시사저널과 만나 “그동안 밀린 외상값과 당일 참석한 14인분을 한꺼번에 계산하는 바람에 이 같은 오해가 빚어졌다”고 또 다른 해명을 내놨다. 김제시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직접, 그때그때 결제해야하는 업무추진비의 사용 원칙에 비춰볼 때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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